구본길이 28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구본길(34·국민체육진흥공단)에게 이번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은 다른 대회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종전 대회까지 금메달 5개를 목에 걸었던 그가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6개)에 도전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치르는 그는 두 종목을 석권할 경우 단독 선두, 한 종목만 우승할 경우 최다 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구본길이 받아든 성적표는 금메달(단체전)과 은메달(개인전)이다. 단체전에서는 중국을 45-33으로 완파하고 대회 3연패를 기록했지만, 개인전에서는 오상욱에게 7-15로 패하며 개인전 4연패에 실패했다. 구본길은 이제 통산 6개 금메달로 박태환(수영), 남현희(펜싱), 서정균(승마), 양창훈(양궁), 류서연(볼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만 구본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구본길은 28일 중국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을 마친 뒤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만 단체전 금메달을 따니까 우리나라 최다 금메달 욕심이 난다”고 했다. 2026 나고야아시안게임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펜싱팀 선배 김정환(40·국민체육진흥공단)이 ‘불혹’ 나이에도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특히 다음 나고야 대회는 항저우 대회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덕에 3년 뒤에 열린다. 평소보다 1년 빠른 주기다.
구본길이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개인전이었다. 첫 금메달과 여섯 번째 금메달 중 뭐가 더 기뻤을까? 대회에 앞서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그는 “아무래도 첫번째 금메달은 잊을 수 없다”라며 “특히 그때는 제 군 문제가 걸려있기도 했다”라며 웃은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일곱 번째 금메달이 그때보다 더 강렬한 기쁨을 선사할지는 구본길 본인도 모를 문제다.
첫 금메달 때 21살이었던 그는 올해 아들을 낳으며 아빠가 됐다. “아빠가 펜싱 선수라는 것을 인지할 때까지 검을 놓고 싶지 않다”는 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구본길은 여전히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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