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개신교인이 경북 김천 개운사 불상과 집기를 부수고 달아났다. 이 사건 소식을 들은 서울기독대학교 손원영 교수는 그 범죄자를 대신해 사과하고 복구비용을 모금했다. 건전한 상식이 살아 있는 크리스천의 모범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대학은 손 교수를 예수그리스도의 신성과 삼위일체를 따르지 않은 이단으로 정죄해 파면했다. 하지만 손 교수의 징계무효 소송에 대해 법원은 최종적으로 손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학 쪽은 법원과 이사회의 결정마저 거부하며 출근을 저지했다. 한마디로 무법천지다.
차별금지법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이자 국민의 88.5%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음에도 이를 동성애 옹호법이라며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 협박 전화를 해대는 것도 한국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의 추동에 의해서다. 그들 행동의 근거는 성경이라고 한다.
타종교에 대한 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돕는 등 양심적 행동을 했다가 신학교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한 서울기독대학 손원영 교수
#그러나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문자근본주의는 세계적으로는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최근 발간된 <교회가 가르쳐주지 않은 성경의 역사>(아카넷 펴냄)는 초기 성경의 기록 언어인 그리스어로 쓰인 성경 필사본만도 5800종이며, 필사자들이 알게 모르게 변개를 감행했음을 밝힌다. 서울대 역사교육과와 서양사학과 대학원에서 역사를 배우며 코흘리개 때부터 열성 신자로 성경을 읽었다는 저자 정기문 교수(군산대 사학과)는 “성경 사본들의 오류는 이미 3세기의 위대한 교부 오리게네스 때부터 지적돼왔으나 19세기 이후 발전한 필사본 연구 결과로 더욱 명확해졌다”며 “인쇄술이 없는 초기엔 다 손으로 베끼는 필사를 했는데, 실수로 틀린 것 말고도 의도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예수’를 ‘하나님’으로 고치거나 새로운 내용을 끼워 넣은 사실이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가령 주기도문의 마지막 문장인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습니다’의 경우 17세기 제임스 판본에 있으나, 오늘날 개신교 신자들이 사용하는 개역개정본이나 새번역본은 이 구절을 괄호 안에 넣고, 가톨릭 공동번역본도 괄호를 치고 ‘후대의 사본 등에만 이 말이 들어 있다’고 표기해 놓았다”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 중 피땀을 흘렸다는 대목이나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한 말 등도 성경 원문에는 없었던 게 인정이 돼 새번역본 성경에서는 삭제하거나 괄호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성경 편집자들이나 기독교 지도자들이 성경 본문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새로 성경을 편찬할 때 이런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신자들에게는 성경의 모든 구절이 글자 그대로 진실이기 때문에 일점일획도 고치면 안 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대의 다양한 필사본들이 발견되고, 필사본 연구가 진척되면서 성경의 수많은 윤색이 사실로 밝혀졌다.
# 성경의 일점일획도 의심 없이 진실로 믿어야 한다는 성경문자근본주의는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을 자기모순에 빠뜨리고 있다. 정작 그들이 가장 이단으로 정죄하는 신흥 교단들이 기성 교단이 성경을 따르지 않는다며 더욱더 근본주의적 교리로 신자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의 보수 교단이 성경의 일부 구절을 들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성경의 ‘피를 먹지 말라’는 구절을 들어 수혈을 금지하거나 집총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나, 성경에 나온 대로라면 안식일이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이라고 하는 교단들을 오히려 이단시하고 있다.
500여년 전엔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여러 별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상식조차 교회에 의해 이단시돼 발언자는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150여년 전까지만 해도 ‘노예제’가 법이고 노예해방운동은 불법이었다. 미국에선 동성 간의 결혼도 불법이었지만 2013년부터는 합법이 됐다. 성경도 점차 진실이 밝혀지고, 세상은 진화하고 있다.
신천지교회가 성경에 관한 시험을 보는 등 신흥교단들이 더욱 더 성경에 대해 문자근본주의를 취해 보수 기성교단을 공격하고 신자들을 흡수하면서 보수 기성교단이 자기 모순에 빠지고 있다.
최근엔 종교지도자들이 상식을 왜곡하는 것을 신자들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순응하는 것을 ‘종교중독’현상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주최한 ‘신앙인가, 중독인가’ 포럼에서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박성철 교수는 “극단적인 배타성을 표출하는 종교 집단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은 집단의 기대에 순응함으로써 얻어지는 승인에 의존하게 되고 집단 압력에 거의 저항을 하지 못하고 뚜렷한 규칙과 요청, 명령 등에 의해 순종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며 “흑백논리는 종교 중독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종교 중독자들은 사고, 가치, 선호 등을 명료한 범주 안에 넣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려는 편협한 사고방식 속에 중간 지대는 존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