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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처럼 일하며 수도한 원불교 승산 종사 열반

등록 2021-11-21 13:36수정 2021-11-22 02:39

승산 양제승 종사
승산 양제승 종사

평생 일을 하며 참선을 해 ‘선농(禪農)일치’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던, 원불교 만덕산훈련원 교령인 승산 양제승 종사가 20일 오전 3시 전북 익산 원광실버의집에서 노환으로 열반했다. 세수 97살, 법랍 75살이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승산 양제승 종사는 1946년 교무로 출가해 교단 초기 인재양성소인 전북 완주 수계농원에서 21년간 궂은 일을 도맡았고, 1973년부터는 원불교 창립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처음 선(禪)을 났던 초선 터인 전북 진안 만덕산훈련원으로 옮겨 50여년간 ‘일 속에서 수행하는' 사상선(事上禪)을 실천했다.

고인은 만덕산훈련원에서 낮엔 농원의 막노동꾼으로 일하면서 밤엔 한두평 좁은 방에서도 밤새 나무를 다듬어 온통 군살이 박힌 나뭇등걸 같은 손을 지녀 ‘머슴도인’ 또는 ‘일꾼 도인’으로 불렸다.

고인은 출가 전의 방만한 삶을 처절히 반성하며 처절히 일하고 수행을 하면서 ‘밑이 쑥 빠지듯’ 속박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한시도 수행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학질에 걸려 덜덜 떨면서도 ‘본래 내가 없는데, 무엇이 이렇게 떨고 있는가’를 참구했다. 그러던 중 모 심는 곳에서 못줄을 잡다가 마음이 툭 터져 소달구지를 원불교 중앙총부 안 식당 옆까지 끌고 가 기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일하다 침목에 손이 낀 순간에도 ‘아픈 놈이 무엇인고?’라고 물으며 일심을 챙겼다. 늘 허리 병을 앓으면서도 ‘일체가 공(空)한 자리’만을 관찰했는데, 나이가 든 뒤 주위 사람들이 병원에 데려가 보니 척추 세마디가 사라지고, 군살이 생겨서 그 자리를 떠받치고 있어 의사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기막혀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만덕산훈련원에서 실시되는 7박8일의 동선과 하선, 3박4일의 춘선과 추선에서 고인은 ‘생각의 뿌리는 본래 없는데 그걸 환히 아는 게 참마음’이라며 깨달음을 이끌었다.

고인의 노력으로 만덕산 일대는 농약을 뿌리지 않는 청정지역이 되었고, 만덕산훈련원은 단식과 유기농효소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살리는 장소로도 널리 알려졌다.

장례는 원불교 교단장으로 봉행되며, 빈소는 원불교중앙총부 향적당에 마련된다. 발인은 23일 오전 10시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진행한다. 장지는 익산시 왕궁면 원불교 영모묘원 법훈묘역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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