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표적인 한글성경에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을 쓰는 예수의 대화가 등장한다.
대한성서공회는 15일 “새로 펴낸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에서 예수의 말은 격식체인 ‘하십시오체’를 사용했고, 기도나 개인에게 하는 말은 ‘해요체’와 같은 친밀한 어투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예수가 자신의 공생애인 30대 초반에 반말투로 대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런 이유로 일부 번역서엔 존댓말이 사용되기도 했다. 반말과 존댓말이 뚜렷하지 않은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그 구별이 분명해서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말을 두고 ‘예수는 하나님인데 경어를 써야 하느냐’ ‘예수가 한국에 온다면 당연히 경어를 쓰지 않겠느냐’ 등 찬반 논란이 적잖았다.
대표적인 한글성경 출간 기독교 단체인 대한성서공회가 예수의 말을 ‘하십시오체’로 번역함에 따라, 이제 한국에서도 예수의 말은 존댓말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번역본은 예배용이 아닌 참고용이어서 예배 시간엔 기존 성경이 사용된다.
이번 한글성경은 원문의 긴 문장을 짧은 여러 문장으로 나누어 번역하고, 가능하면 한 문장이 50자 안팎 16어절을 넘지 않게 해, 디지털 매체로 읽기에도 적합하도록 했다. 과거에 통용됐으나 현재 널리 사용되지 않는 낱말은 가능한 한 요즘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새 낱말과 표현을 찾아서 번역했고, 여성, 장애인, 환자,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느낌을 주는 낱말이나 표현은 가급적 공식 통용되는 낱말로 바꾼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성서공회는 책 머리말에서 “책의 제목 ‘새한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어 어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새롭고 참신한 용어와 방식을 사용하되 성경으로서 원문에 최대한 충실한 번역이 되도록 했다”며 “이 성경이 한국 교회의 젊은이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좀 더 잘 소통하는 데, 또 기존 성도들이 원문의 의미를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 데 귀하게 쓰임 받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한글성경이 나오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성경번역연구위원회가 2011년 12월부터 1년간 번역 원칙 연구를 한 뒤, 각 교단의 40대 젊은 성서학자들과 국어학자들이 2012년 12월부터 번역 작업에 들어갔다. 구약성서 중엔 시편만 포함됐는데, 나머지 구약이 모두 포함된 완역본은 2023년 말 발간될 예정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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