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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개인적 복수 벗어나 ‘예수 사랑’ 실천한 화해의 증거자”

등록 2022-02-27 14:07수정 2022-02-28 02:32

민중신학자 서광선 목사 ‘코로나’ 별세
목사 부친 북한군에게 처형 당했으나
“역사의 감옥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해직 감내 남북화해·통일 운동 앞장
3월2일 신촌 봉원교회 가족장례예배
고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겸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고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겸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한국 개신교 에큐메니칼 지도자인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겸 목사가 26일 별세했다. 향년 92.

고인은 지병을 앓으면서도 최근까지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활동을 해왔으나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진으로 응급실로 이송 도중 삶을 마쳤다.

평안북도 강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4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한국조직신학회·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한국기독교학회 회장과 세계와이엠시에이(YMCA) 총재 등을 지낸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인 에큐메니칼 지도자다.

특히 고인은 목사이던 부친이 전쟁 때 인민군에게 살해됐는데도 민족적 비극의 극복,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삶을 살았던 용서와 화해의 사표였다. 공산당을 반대한 부친 서용문(1905~50) 목사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인민군에 끌려가 4개월 뒤 대동강변 갈대밭에서 총에 맞아 주검이 된 채로 발견했다. 그때 19살 청년이던 고인은 “이 철천지 원수를 기어코 갚고야 말겠다”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훗날 ‘예수정신’을 깨닫고 복수 대신 사랑의 신앙을 실천했다. 특히 1970년대 유신독재를 반대하며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에 앞장섰다.

피난지 부산에서 해군 소년통신병을 자원한 고인은 1953년 휴전되자 미국 해군종합학교에서 함께 훈련받던 미군의 초청으로 뉴욕 유니언신학대에 입학했다. 유학을 통해 그는 예수의 가르침인 사랑과 정의의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선 ‘개인적 역사의 감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구약’을 보면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해 광야에서 40년이나 고생했지만 하나님은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가나안의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세대인 여호수아에게 맡겼다”며 “노인 세대는 비록 동족끼리 죽이고 죽는 세월을 살았지만, 우리 자식 손주들은 다른 세상을 열어가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1964년부터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고인은 73년 박정희 정권 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천관우·이문영·이태영·안병무·김재준·한승헌 등과 인권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김재준·안병무·서남동·문익환·박형규·강원용 등과 동인지 <제3일> 발간과 독서회(민중신학의 모태) 모임을 하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대학에서 해직됐다. 그 뒤 서울 압구정동 현대교회에서 4년간 목사로 시무했고, 민중신학회에서 안병무 박사에 이어 2대 회장을 맡았다. 1988년 ‘88 통일 선언’ 9인 위원으로 참여했고, 박형규 오재식에 이어 남북평화재단 3대 이사장을 지냈다.

고인은 평소 종북몰이에 앞장서는 극우보수 개신교에 대해 “남북 간에 엄청난 격차가 있기에 진정한 자신감이 있다면 종북이나 좌빨이라는 허수아비를 갖고 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교회가 진짜 그리스도교라면 이 문제와 정면으로 씨름해서, ‘원수를 사랑한다’면서도 설교에서 종북, 좌파를 거론하며 적대감을 부추기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설파했다.

스포츠와 음악을 즐겼던 고인 덕분에 두 아들은 각각 클래식 기타와 드럼을 연주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였던 장남 서정실은 2017년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함선영(전 이화여대 비서학과 교수), 아들 서진실(음악가), 며느리 정은경(희망의소리 이사장)·임정하씨 등이 있다.

유족들은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고인이 출석하던 서울 신촌 봉원교회에서 오는 3월2일 오전 11시 가족 장례예배를 드린다. 장지는 경기도 포천 진목수양원이다.

와이엠시에이, 한국기독교회협의회, 기독교민주화운동 등 개신교 에큐메니칼 단체들은 오는 4월 초 고인의 추모 예배를 갖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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