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아이들이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색색으로 칠한 달걀을 신기한듯 살펴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왜 부활절에는 달걀을 선물로 줄까.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가 최근 출간한 <성경 속 상징>(가톨릭출판사 펴냄)에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허 신부가 110가지 성경 속 상징들을 해설한 이 책을 보면, 부활 대축일에 색을 칠한 달걀을 맨 처음 사용한 곳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부활 대축일에 달걀을 주고받는 관습은 17세기께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 사순 시기 절제나 보속을 철저하게 지키며 금욕하기 위해 고기·물고기는 물론 달걀도 먹지 않으며 빵과 마른 채소만으로 식사를 하던 수도자들이 부활 대축일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달걀을 맛보는 기쁨을 누렸다는 것이다. 달걀 외에 토끼도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옛사람들은 토끼가 잠을 자지 않았다고 생각해 부활 대축일 때 토끼를 상징하는 모양의 과자를 만들어 굽거나 토끼 모양의 빵을 구워 선물을 주고받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가 110가지 성경 속 상징들을 해설한 책 <성경 속 상징>의 표지. 가톨릭출판사 제공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하게 소개한 상징은 생명의 의미를 함축한 물이다. 사람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물은 성경에서 구원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이 물로 죄를 씻는 의식인 세례성사는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지개도 성경에서 매우 강렬한 상징적 요소를 가진다. 구약성경에서 노아와 그의 가족들은 40일간의 대홍수 뒤에 제단을 만들어 하느님께 희생물을 바친 후 축복을 받는데, 이때 모든 피조물과의 계약의 표시로 하느님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다고 믿는다. 또 무지개는 거룩한 임무를 수행하는 대사제를 포함해 초현세적 영광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요한묵시록에도 하느님 어좌 둘레에 무지개가 있는 것으로 언급된다. 초대 그리스도교 찬가에서도 성모 마리아를 ‘하늘의 아름다운 무지개’라 노래했고,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것을 ‘무지개다리’라고 칭송했다.
110가지 성경 속 상징들을 해설한 책 <성경 속 상징>을 쓴 허영엽 신부. 허영엽 신부 제공
허 신부는 “‘비유를 들지 않고는 군중에게 아무것도 말씀하시지 않으셨다’는 마태복음 글귀대로 성경엔 다양한 시대의 역사와 사회·문화·관습·풍속을 담은 상징들, 언어 표현들이 넘쳐 있고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성경의 상징을 잘 이해하면 성경의 본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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