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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생명살리기’ 삼두마차 이끈 연관 스님 입적

등록 2022-06-16 17:32수정 2022-06-16 19:40

17일 양산 통도사에서 다비식
경북 청도 운문사에 강의 중인 연관 스님. 사진 운문사 제공
경북 청도 운문사에 강의 중인 연관 스님. 사진 운문사 제공
전북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지내고 지리산생명살리기에 앞장섰던 연관 스님이 15일 송광사 부산분원인 관음사에서 입적했다. 세납 74, 승랍 54.

고인은 1990년 정부의 지리산댐 건설에 반대해 시작된 지리산살리기생명운동에 도법 스님, 수경 스님과 앞장서 불교계 환경운동의 삼두마차를 이뤘다. 고인은 2001년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백두대간 종주단 단장으로서 70일 동안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해 백두대간 1500리길을 종주하는 순례단을 이끌었다. 그 뒤 수경·도법 스님과 함께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이 주는 제6회 풀꽃상을 공동 수상했을 때, “경전 <유마경>에 ‘만일 보살의 정토를 얻고자 하거든 마땅히 그 마음을 청정히 하라. 그 마음이 청정하면 불국토가 청정하리라’하니 ‘풀꽃세상’은 그런 세상이 틀림없다”며 “감히 상을 받는 일은 뒷전이고 이런 아름다운 모임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며 시상식장엔 나타나지 않았다.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이 주최한 한국전쟁 지리산 희생자 천도제에서 발언중인 연관 스님. <한겨레> 자료사진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이 주최한 한국전쟁 지리산 희생자 천도제에서 발언중인 연관 스님. <한겨레> 자료사진
고인은 2002년엔 해인사 청동대불 조성에 대한 반대 글을 문제 삼아 해인사 선방 승려들이 실상사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한 사태 뒤 도법·수경·재연·성륜 스님 등과 21일 동안 단식을 단행하기도 했다.

또 2008년엔 불교, 기독교, 가톨릭, 원불교 등 4대 종단 성직자 및 환경운동가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함께 ‘한반도 운하 건설댐’을 반대하며 100일간 한강과 금강, 영산강 하구 등을 도보 순례했다.

고인은 생명환경운동가답게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입적 전 일주일 전부터 물도 마시지 않고 삶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님의 마지막을 전 도반인 수경 스님과 전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 등이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도반들이 항암치료를 권했지만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항암치료와 연명치료를 거부했다고 지인들이 전하고 있다.

고인은 지리산 실상사에 머물다가 뜻하지 않게 시대의 부름에 응해 생명환경살리기 운동에 앞장섰지만, 애초 교학과 수행에서 깊은 자취를 남겼다.

지난 2000년 실상사 시절 ‘풀꽃상’을 공동 수상한 도법 스님, 연관 스님, 수경 스님(왼쪽부터). 사진 ‘풀꽃세상을위한모임’ 제공
지난 2000년 실상사 시절 ‘풀꽃상’을 공동 수상한 도법 스님, 연관 스님, 수경 스님(왼쪽부터). 사진 ‘풀꽃세상을위한모임’ 제공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1969년 우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고인은 직지사, 김용사 승가대학에서 수학했고, 탄허 스님 문하에서 교학을 배우며, 1974년 탄허 스님이 대원암에서 화엄경 출판 작업을 할 때 무비 스님, 일장 스님, 시몽 스님 등과 함께 도왔다. 고인은 탄허 스님의 수제자격인 각성 스님에게도 교학을 배우고, 당대의 교학자였던 관응 스님으로부터 강맥을 물려받았다.

고인은 2002년부터는 봉암사 태고 선원을 비롯해 기기암선원, 칠불사 운상선원, 상원사 청량선원, 벽송사 벽송선원, 실상사 백장선원, 화엄사 선등선원, 태안사 원각선원, 대흥사 동국선원, 고불총림 선원 등에서 36안거를 지내며 참선 정진했다.

고인은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조계종 표준금강경> 편찬위원장, 조계종 기본선원 교선사를 지내고, 조계종 교육원이 낸 ‘화엄경 현담’ 첫 한글 완역본 역경 책임자로도 활동했으며 운서주굉 스님의 <죽창수필>을 최초 완역하고, <금강경 간정기>, <선문단련설>, <산색>, <용악집>, <왕생집>, <학명집>, <선관책진>, <불설아미타경 소초>, <정법개술> 등을 번역·출간했다.

빈소는 관음사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17일 오전 10시30분에 한다. 이어 다비식은 통도사 다비장에서 봉행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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