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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은 불교인데도 어디선 육식 금하고 어디선 허용할까

등록 2022-07-28 07:00수정 2022-07-28 13:16

‘불교문화’ 7월호서 ‘불교와 육식’ 심층적으로 다뤄
2005년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발우공양을 하는 외신기자들. <한겨레> 자료사진
2005년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발우공양을 하는 외신기자들. <한겨레> 자료사진

왜 같은 승려나 불자라도 어떤 곳에서는 그들에게 육식을 허용하고, 어떤 곳에서는 금할까.

대한불교진흥원이 발행하는 <불교문화> 7월호가 ‘음식문화 특집’에서 ‘불교와 육식’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자랑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육식 금지의 의미와 실제’라는 글에서 “30여년 전 일본 도쿄에 유학할 때 스리랑카나 미얀마, 타이 등 소승(남방)불교권에서 온 스님들이 신기했던 것은 학생식당에서 돼지고기로 만든 돈가스를 주위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고 먹는 모습이었다”며 “불교도의 식생활 중 육식만큼 불교 내부에서 큰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도 드물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언급한 초기 불교 경전에 따르면 붓다는 살생하고 때리고 포박하고 훔치고 사기 치는 등의 악행이 문제지, 육식을 문제 삼지 않았고, 붓다와 제자들이 날마다 섭취한 주식으로 밥·죽·밀가루·생선·고기 5가지를 열거했을 정도로 사실상 술을 제외하고 출가자에게 섭취가 금지된 음식은 없었다. 다만 채식을 위주로 하는 힌두교 등에 의해 비판이 거세지자 자신을 위해 죽임을 당한 고기와 사람, 말, 코끼리, 뱀, 표범 등의 육식을 금했다는 것이다. 사람 고기는 한 불자가 병을 앓고 있는 스님을 위해 자신의 허벅지살을 도려내어 조리해 준 것을 계기로 금지됐는데, 자해는 그것 자체를 문제로 본 것이다. 말과 코끼리는 왕의 재산이므로 왕의 노여움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뱀은 해를 입을 수 있어서, 개는 하층민들이 먹는 고기라는 점에서, 맹수는 출가자의 뱃속에 들어간 동족의 냄새를 맡고 그 출가자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 등의 이유로 금지됐다고 한다.

타이에서 탁발을 하고 있는 남방불교 승려들. 조현 기자
타이에서 탁발을 하고 있는 남방불교 승려들. 조현 기자

육식의 전면 금지는 기원 전후 대승불교가 태동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윤회의 관점에서 보면 전생의 부모나 형제·친척을 먹는 것과 같다거나, 육식이 공격성을 발산하게 해 주위를 공포스럽게 하기에 기피됐다”고 설명했다.

서혜경 전주대 명예교수는 “<율장>(계율에 대한 경전)에 의해 탁발을 할 때는 특정 음식을 요구해서는 안 되었던 초기 교단에서는 생각 외로 육식에 대해 너그러웠으나, (대승불교 등장) 이후 고기를 먹는 것은 자비의 종자를 끊는다고 해 금했고, 술은 지혜의 종자를 끊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는 음욕과 성냄을 일으켜 수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금했다”고 밝혔다.

하루 식사 횟수도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가 다르다. 초기 불교를 그대로 계승한 남방불교는 ‘오후 불식’(낮 12시 이후엔 식사하지 않음)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정학적인 합리성이 반영됐다고 한다. 동국대 불교학과 강사인 한수진 박사는 “초기 불교에서는 참선(명상) 중심의 정적 활동을 했기 때문에 많은 열량이 필요치 않아 장시간의 공복도 신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에 저녁엔 건더기 없는 과일음료나 꿀물 등만 마시게 했지만, 육체노동을 장려한 중국 선종에서는 노동으로 소진된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죽 형태의 음식을 저녁 식사로 먹기도 했다”며 “불교의 식생활 형태는 신체 활동과 그에 필요한 열량만큼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썼다. 또 불교에서는 죽을 중요시했다고 전한다. 초기 불교에서는 승가 소임 중 죽 분배자가 있었을 정도고, 붓다가 죽의 이로움을 설파해 불교에선 오전엔 주로 죽식을 권장했다는 것이다. 한 박사는 이에 대해 “죽을 섭취하면 소화와 배변이 용이하고,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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