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근대 오대산 삼대화상’ 전시회. 월정사 제공
여름철 명산대찰을 찾는 이가 많다. 이때 피서 틈틈이 볼 만한 전시회들이 있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성보박물관’ 2층 전시실에 가면, 오늘날 오대산을 일군 고승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유품과 사진으로 만나는 근대 오대산 삼대화상’전이다. 이곳에선 한암 스님(1876~1951)과 탄허 스님(1913~1983), 만화 스님(1922~1983) 세 고승의 유품 50여점과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는 지난달 29일 시작돼 내년 3월31일까지 이어진다.
조계종 초대 종정인 한암 스님은 평생 오대산을 벗어나지 않고 올곧게 수행에 정진했으며, 한국전쟁 때 모두 피난을 보낸 뒤 홀로 상원사에 남아 불태워질 뻔한 상원사를 지킨 선지식이다. 경허 스님의 선맥을 이은 한암 스님이 쓴 편지글들과 그의 주도로 월정사에서 펴낸 <금강경> <고려보조국사법어> 등의 불교 경전들도 전시 중이다.
근현대 유불도 삼교에 능한 대석학이자 선승이 탄허 스님은 교육만이 한국불교의 미래라는 신념 속에 오대산 승려연합수련원(1936년에 건립)과 오대산 수도원(1956년에 건립)을 통한 교육사업과 후학 양성에 힘쓰고, 평생을 걸고 이룩한 화엄경 및 여러 불교 경전 번역사업을 통해 불경의 한글화라는 큰 뜻을 펼쳤다. 특히 <신화엄경합론> 완간으로 이루어낸 화엄학 연구 성과는 한국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탄허 스님의 가사와 장삼을 비롯한 유품들과 선필이라 일컬어지며 개성 있는 표현 방식으로 깨달음을 표출한 서예 작품들이 소개된다.
만화 스님은 1956년 오대산 수도원의 설립을 주도했으며 한국전쟁 때 전소된 월정사를 새롭게 일으켜서 오늘날 월정사를 키워냈다. 전시에선 만화 스님의 월정사 중건 의지를 잘 보여주는 ‘월정사중건상량문’(1952)을 비롯해 다양한 친필 원고들이 등장한다.
강원도 평창 월정사 앞 왕조실록의궤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대산 사고본 의궤로 보는 대한제국기 황실 기록문화’전 전시 그림. 왕조실록·의궤박물관 제공
오대산 월정사 앞 왕조실록·의궤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는 ‘오대산사고본 의궤로 보는 대한제국기 황실기록문화’전이 열리고 있다. 오대산 사고에 보관되었던 조선왕조의궤 중 대한제국기의 반차도와 채색도설을 살펴볼 수 있다. 반차도는 행사 또는 행렬 모습 그림이고, 도설은 행사 도구 또는 행사와 관련된 건물 그림이다. 전시회는 지난 9일 시작돼 오는 10월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대한제국기에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고종이 황후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가 자신이 황제로 즉위한 후 왕비를 황후로 격상하고 국장을 거행한 기록을 담은 명성황후국장도감의궤를 만나 볼 수 있다. 또 새로 모사한 태조의 초상화를 증축한 건물에 봉안해 황실의 존속을 기원했던 장면도 만난다. 또한 순종과 순정효황후의 가례를 통해 대한제국기 당시 복식이나 사용된 물품도 구경할 수 있다.
전남 구례 지리산 화엄사 화엄사성보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화엄사색전 전시품들. 화엄사 제공
전남 구례 지리산 화엄사에서는 화엄사 부설 화엄불교복식연구소 창립를 기념하는 창립 특별전 ‘화엄사색’전이 ‘구례화엄사성보박물관’에서 지난달 27일 시작돼 오는 10월10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화엄불교복식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은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인 강선정 구례화엄사성보박물관 부관장이 벽암 각성대사 가사를 재현했고, 대한민국 한복 명장 제611호인 박춘화 명장이 송광사 기산 스님 장삼을 재현했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80호 이수자인 윤정숙 전통자수 지도위원이 <관세음보살사십이수진언 사경>의 표지 자수를, 서울시무형문화재 제13호 이수자인 안영순 전통매듭 지도위원이 대삼작노리개를 각각 선보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