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이 5일 추석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을 제시하면서 시연한 상차림. 성균관 제공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유교 전통문화의 본산인 성균관이 유독 만들기 수고로운 전을 차례상에 올리지 말고, 음식 가짓수도 최대 9개면 족하다는 내용을 담은 ‘차례상 표준안’을 제시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을 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이며, 여기에 육류, 생선, 떡을 추가할 수 있고, 상차림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할 수 있다.
성균관이 차례상에 전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고 한 근거는, 조선시대 예학사상가인 사계 김장생이 쓴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서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고 한 기록에 따른 것이다.
성균관 쪽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의 ‘악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必簡)고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성균관이 5일 제시한 추석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 성균관 제공
또 그동안 차례상을 바르게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와 ‘조율이시’(대추·밤·배·감)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으로,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 말고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되며, 차례와 성묘의 선후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에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성균관은 표준안 제정에 앞서 지난 7월28~31일 20살 이상 일반 국민 1천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들었다. 차례 지낼 때 적당한 음식 가짓수로는 국민 49.8%가 5~10개, 24.7%가 11~15개를 꼽았다. 유림은 35.0%가 11~15개, 26.6%가 5~10개를 꼽았다. 현재 몇대 조상까지 차례를 지내냐는 질문에는 국민과 유림 모두 조부모(2대 봉사)라는 답이 각각 32.7%, 39.8%로 가장 많았다. 적당한 차례 비용으로는 국민은 10만원대(37.1%), 유림은 20만원대(41.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