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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신앙인 무교 연구해 ‘풍류신학’ 주창한 원로신학자

등록 2022-10-18 16:42수정 2022-10-19 02:33

유동식 전 연세대 교수 별세…향년 100
고 소금 유동식 교수가 2021년 서울 신촌 연세대 후문 인근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던 모습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고 소금 유동식 교수가 2021년 서울 신촌 연세대 후문 인근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던 모습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원로 신학자 소금 유동식 전 연세대 교수가 18일 오후 12시15분 별세했다. 향년 100.

1922년 황해도 평산 남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희전문학교를 거쳐 일본 도쿄 동부신학교에 유학 중 1944년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한국전쟁 직후 감리교신학대(감신대)를 거쳐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감신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냈다. 고인은 민중신학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토착화 신학으로 꼽히는 풍류신학을 열었다. 그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얼을 풍류도로 보고 한류의 원조를 풍류도로 보기도 했다.

그는 풍류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 일제강점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열등의식 속에서 살다가 해방이 됐는데, 한국전쟁 이후 미국 유학을 가보니까, 나는 4대째 기독교 모태신앙인데도 내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그들과는 달랐다. 일본 석학 야나기 무네요시가 쓴 <한국과 예술>이란 책에서 야나기가 석굴암 본존불을 보고 일본이 문화적으로는 절대 한국을 지배할 수 없다고 한 대목을 읽은 뒤 우리 전통을 찾다가 <삼국사기>에 나온 최치원의 난랑비문에서 언급한 풍류도가 우리 민족의 얼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유불도를 다 익히고 신라에 돌아와 ‘우리나라에는 깊고 오묘한 도가 있다. 이를 풍류라 한다. 실로 이는 유·불·도 삼교를 포함한 것이요, 모든 중생과 접해 인간화한다’고 말한 풍류는 서양의 미의식과는 다르며, 유불도를 다 통달해야 나오는 한국인 고유의 미의식이자 얼”이라고 주장했다.

유동식 교수가 풍류도를 형성화해 그린 태극 문양. 조현 종교전문기자
유동식 교수가 풍류도를 형성화해 그린 태극 문양. 조현 종교전문기자

개신교 신학계에서 미신시한 무교(무속)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고인은 “우리나라 종교를 살펴보니, 불교 1천년, 유교 500년. 다 중국에서 왔는데, 그 뿌리를 캐다 보면 무교가 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보면 만주 지역에 살던 우리 조상들이 봄, 가을에 여러 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게 나오는데, 그들의 노래가 무교인(무당)을 통해 전해온 게 700여 가지나 된다”며 “불교, 유교가 풍류도를 통해 재해석돼 한국불교, 한국유교가 된 것처럼 기독교도 풍류도로 해석되어야 한국인의 마음에 더 깊게 와 닿게 된다”고 풍류신학을 주창했다.

고인은 일제강점기 연희전문대에서 윤동주 시인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는 부인 윤정은 전 이화여대 교수가 2004년 별세한 이후 연세대 후문 인근 단독주택에서 20년 넘게 홀로 살면서도 건강과 지력을 유지하며 건강한 삶을 누렸다.

저서로는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 <풍류도와 예술신학> 등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용재학술상을 받았다.

그는 생전에 시신을 세브란스병원에 기증하기로 서약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고 윤정은씨, 아들 래춘씨, 며느리 박미영씨 등이 있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다. 장례예식은 20일 오전 9시 연세대 대학교회와 신과대학이 공동주관한다. (02)2227-7572.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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