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뉴스

천부인권 주장하는 종교는 왜 페미니즘 거부하나

등록 2023-02-22 07:00수정 2023-02-22 09:28

민주화운동가 김희욱 선생 신간
‘관음과 성모 그리고 페미니즘’
이른바 ‘마리아 관음상’으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길상사의 관세음보살상. <한겨레> 자료사진
이른바 ‘마리아 관음상’으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길상사의 관세음보살상. <한겨레> 자료사진
김영한(1916~1999, 법명 길상화) 보살이 운영하던 요정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해 1997년 그 자리에 개원한 서울 성북구 길상사. 당시 개원 법회에선 김수환 추기경이 축사를 했다. 길상사 입구의 관세음보살상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최종태 작가가 만든 것이다. 이 관세음보살상은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켜, 이른바 ‘마리아 관음상’으로 불린다. 불교에서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상과 가톨릭에서 성모상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상이다.

민주화운동가 출신이자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김희욱(73) 선생이 평생 탐구해온 두 상을 페미니즘으로 승화시킨 역작 <관음과 성모 그리고 페미니즘>(동연 펴냄)을 출간했다. 김 선생은 암울한 독재 시절인 1978년 기독 청년들을 중심으로 부산에서 ‘좋은 책 읽기 운동’이란 명분을 붙여 소비자 중심의 양서판매이용협동조합(양서조합) 운동을 김광일 변호사와 최성묵 목사의 지원으로 김형기 선생 등과 함께 시작한 인물이다. 양서조합 운동은 회원이 600명까지 증가하며 부마민주항쟁에서 진앙지 구실을 했다. 그는 1989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를 만든 데 이어 1993년 부경역사연구소를 만들었고, 부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관음과 성모 그리고 페미니즘> 표지. 동연 제공
<관음과 성모 그리고 페미니즘> 표지. 동연 제공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인간에게서 휴머니즘의 대표적인 상징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모성애다. 이 모성애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것이 불교에서는 자비의 상징 관음이고, 기독교에서는 셰마(‘들어라’라는 뜻의 유대인들의 신앙고백)의 비밀을 통해 중보자로 등장한 성모다.’

이것이 그가 관음과 성모에 꽂힌 이유다. 그는 ‘어머니가 존재하는 한 관음과 성모는 영원하다’고 본다. 독재의 성벽을 깨기 위해 나섰던 민주화운동가답게 그는 관음과 성모를 갈구의 대상으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그는 늘 ‘누구의 부인’, ‘누구의 딸’, ‘누구의 어머니’ 등으로 불리며 제2의 성으로 홀대받아온 여성 인권을 힐링시켜주는 존재로 관음과 성모를 승화시켜 여성 인권의 주체성을 나타낸 페미니즘과 연결 짓는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인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페미니즘을 거부한다”며 “먼저 성직자들이 천부인권 앞에서 신앙고백과 함께 석고대죄 수준의 예배나 미사, 참회예불을 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휴머니즘의 탁월한 보편가치인 페미니즘을 품는 노력이 오늘날 시대정신의 십자가 무게를 감당하는 종교의 소명이자 깨달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란 물음을 던졌던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의 말을 빌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문제를 제기한다.

‘왜 종교는 천부인권과 만인불성(모든 사람에게 붓다의 성품이 있음)을 주장하면서도 성평등에는 소극적인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능력주의의 오만, 공정하다는 착각 1.

능력주의의 오만, 공정하다는 착각

통일교 4대 성인들까지 통일? 2.

통일교 4대 성인들까지 통일?

우리 곁에 왔던 유마거사 김성철 교수 열반 3.

우리 곁에 왔던 유마거사 김성철 교수 열반

[나를찾아떠나는休] 깨달음의 장 4.

[나를찾아떠나는休] 깨달음의 장

 히말라야 기적생환 최강식·박정헌씨 그후 1년 5.

히말라야 기적생환 최강식·박정헌씨 그후 1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