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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조가 20대 쓴 불가사의 저서∙역주 동시 출간

등록 2023-04-10 15:24수정 2023-04-10 16:13

학담스님 ‘조론’∙조병활 박사 ‘조론오가해’
원효와 성철 스님 사상에 영향끼쳐
중국 스님 형상. 사진 픽사베이
중국 스님 형상. 사진 픽사베이

고대 중국불교사상사의 첫새벽을 열어 ‘성사’(성스런 스승)라는 칭호를 받은 승조(384~414)의 대표작인 조론(肇論)이 스님과 불교학자에 의해 동시에 출간됐다. 조론은 승조(僧肇)의 이름인 ‘조’자와 이치를 논의한 글이란 뜻의 ‘논’자를 결합한 것으로 승조 스님이 지은 논문 묶음이란 뜻이다. 조론은 <삼국유사>나 원효 스님의 저작에서 언급됐으나 그 사상적 깊이와 한문 주해의 난해함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번역되지 못하다 이번에 학담 스님과 조병활 전성철사상연구원장에 의해 동시에 조명됐다. 승조는 인도불교를 중국에 전한 구마라지바의 제자다. 인도에서 ‘제2의 붓다’로까지 칭송받는 마명이나 용수와 같은 대논사들에 비견되는 중국의 대논사로 대승의 공(空)사상의 진수를 깨우쳐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론은 불과 30년 삶을 산 승조가 20대에 이미 불교사상의 정점에 올라 저술한 불가사의한 책이다.

학담 스님은 <조론>(푼다리카 펴냄)에 ‘불교철학의 자기 넘어섬과 실현’이란 부제를 달았다. 학담 스님은 “승조는 조론을 통해 노자, 장자, 논어의 이야기를 과감히 끌어들여 불교를 중국사회에 지배철학으로 우뚝 세우며, 중국 제가의 사상 속에서 불교철학의 우월적 권위를 확립했다”며 “남북조로 분열된 지역 중심의 국가권력 체계로부터 국가권력을 통합하는 사상적 도구가 되고, 광대한 중국 땅에서 민중을 소통시키고 통합하는 신앙이 되었다”고 평했다. 도가와 유가로 크게 양분된 기성 사상계에서 외래 철학인 불교가 중국 사회 보편철학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를 <조론>이 제공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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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담 스님의 평석 <조론>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때 경주 분황사에서 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던 학담 스님은 “1980년대 한국사회 이론투쟁의 격전장이었던 광주에서 첫 강설을 <조론>으로 출발했지만, 30대였던 당시의 <조론> 강설은 무리한 선택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선(禪)·교(敎)를 넘나든 수행을 거쳐 <학담평석 아함경>12책20권과 <육조법보단경> 등 30권의 불전 해석서를 내고 70이 넘어 다시 집중해 내놓은 것이 1200쪽 분량의 <조론>이다. 학담 스님은 “<조론> 작업 내내 여야 정치권의 다투는 소리와 지구촌의 전쟁소식과 코로나 병고액란에 사바세계 중생 고제의 역사 현실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천지개벽의 거센 바람으로 큰 산이 무너져도 늘 고요하다’는 승조성사의 뜻을 살피며 고난의 소용돌이를 버텨냈다”며 “반야와 니르바나로 표현된 역사구원의 힘이 절망 앞에 무너지지 않을 새로운 희망의 미래를 우리 앞에 약속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학자 조병활 박사의 역주
불교학자 조병활 박사의 역주

불교신문 기자를 그만두고 홀연히 중국으로 떠나 티베트사찰과 베이징대에서 10여년간 수학한 조병활 박사는 더욱 방대한 승조의 저서를 내놓았다. 조 박사는 성철 스님을 기리는 백련불교문화재단(이상장 원택 스님)이 성철 스님의 열반 30주기를 맞아 추모 학술일환으로 <조론오가해>(도서출판 장경각 펴냄)를 최초로 완역했다. 이 책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다섯 스님의 조론주석서를 모았다는 뜻에서 ‘오가해(五家解)’라는 명칭을 붙였다. 진나라 혜달스님의 <조론소(肇論疏)>와 당나라 원강스님 찬술 <조론소(肇論疏)>, 북송 비사스님 강술을 토대로 한 정원스님의 집해(集解)서 <조론중오집해(肇論中吳集解)>, 원나라 문재스님의 <조론신소(肇論新疏)>, 명나라 감산스님의 <조론략주(肇論略注)>등 5권을 망라한 주석서다. 이 5권 가운데 <조론략주> 외 4권은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됐다. 일본어나 영어는 물론 현대 중국어로도 옮겨진 적이 없는 기념비적인 역서다. 이 5권에 <조론>을 연구·분석하고 <조론> 본문을 주해한 <조론연구>를 더한 것이 바로 전6권 1질의 <조론선집(肇論善集)>이다. 해달 스님의 <조론소>는 위진남북조시대 불교를 연구할 때 필독서다. 원강스님의 <조론소>는 중국 고전과 훈고학 서적 등에서 인용한 것들과 불교의 경전과 논서의 내용을 인용한 설명이 특징이다. <조론중오집해>은 송대의 대표적인 조론 주석서다. <조론신소>는 원대의 대표적 <조론> 주석서다. 조병활 박사는 다섯권의 주석서 가운데 한권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꼽는다고 밝혔다. <조론략주>는 감산 스님이 수행 경험을 토대로 찬술한, 명대의 대표적 조론주석서다.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께서는 <대지도론>과 <조론>을 통해 공사상과 중관사상을 이해해야 선사상의 정수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출간배경을 설명하며, “조병활 박사에게 번역을 의뢰한 지 15년 만에 이루어진 결실로 성철스님 열반30주기 기념사업의 초석을 놓고 불교학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게 돼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역주자 조병활 박사는 “각 시대의 조론주석서를 통해 초기 중국불교도들이 인도불교사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 자신들의 사상으로 변화시켜 나갔는지 입체적으로 밝힐 수 있다”며 “독자들이 하루 한 쪽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불교사상이 참으로 심오하고 위대하다는 것, 불교가 인류 사상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병활 박사는 중국 베이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북송 선학사상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 취득했으며, 중국 중앙민족대 티벳학연구원에서도 티베트불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귀국해 성철사상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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