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 계룡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동학사 매표소 길(왼쪽)이 아닌 무료 등산길(오른쪽)로 산을 오르 내리는 모습. 강창광 기자.
오는 4일부터 전국 대부분 천년 고찰에 ‘문화재관람료’를 내지 않고 입장할 수 있게 된다.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맺고, 문화재관람료 면제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관람료를 징수했거나 혹은 종단 방침에 따라 징수가 원칙이지만 징수를 유예해 온 전국 65개 사찰의 관람료가 면제된다.
면제 사찰은 △인천 전등사 △경기도 용주사, 신륵사, 용문사,자재암 △강원도 신흥사, 청평사, 낙산사, 백담사, 월정사, 삼화사, 구룡사 △충북 법주사, 영국사 △충남 마곡사, 동학사, 갑사, 신원사, 무량사, 관촉사, 수덕사 △경북 직지사, 운문사, 은해사, 수도사, 대전사, 불국사, 석굴암, 분황사, 기림사, 보경사, 불영사 △대구 동화사, 파계사, 용연사, 봉정사, 부석사 △경남 해인사, 쌍계사, 옥천사, 통도사, 내원사, 표충사 △부산 범어사 △울산 석남사 △전북 금산사, 금당사, 안국사, 실상사 △전남 백양사,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태안사, 흥국사, 향일암, 선암사, 송광사, 운주사, 대흥사, 무위사, 도갑사 △전북 선운사, 내소사, 내장사 등 65개 사찰이다. 다만 전남 순천 선암사는 태고종과 분규 사찰로 태고종이 점유하고 있어, 태고종 선암사와 협의 중이다.
65개 사찰과 달리 문화재관람료가 계속 징수되는 사찰도 5곳이 있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기도사찰로 관람객들이 많은
인천시 강화군 보문사와
경남 남해 보리암을 비롯해
고란사, 백련사, 희방사 등 시·도지정문화재를 보유한 경우다.
이번 65개 사찰의 관람료 징수 면제는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해당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4일 시행됨에 따른 것이다.
올해 정부 예산에는 관람료 감면을 뒷받침할 사업비 419억원이 반영돼 있다. 방문자의 직접 부담을 없애고 정부 예산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셈이다.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로부터 6월 말까지 관람료 감면 비용 지원 신청서를 받는다.
문화재관람료는 1970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통합 징수됐다.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에도 사찰 측이 문화재 관람료를 따로 받으면서 사찰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국립공원만 간다는 등산객들과 갈등을 빚었다. 사찰 측은 문화재 관리·보존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등산을 목적으로 왔다가 사찰이 관리하는 구역을 지나게 돼 관람료를 낸 방문객들은 통행세라며 반발해왔다.
이날 문화재청과 조계종의 업무협약과 함께 국민들이 불교 문화유산을 향유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각종 정책을 공동으로 수립·실행하기로 했다.
조계종은 관람료 감면 비용 국비 지원에 대해 “그동안 자연공원 등에서 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을 비롯해 생태계 보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던 사찰의 사회적 공헌과 공익적 가치를 평가받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관람료 면제 첫날인 4일 오전 10시에는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조계종과 문화재청 관계자 등과 함께 ‘불교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펼친다. 또 그간 사용하던 ‘법주사 매표소’의 명칭을 ‘법주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로 바꾸고 문화재관람료 감면 제도와 불교 유산을 홍보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