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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개신교는 왜 동성애자 혐오를 신앙화했을까

등록 2020-06-23 18:58수정 2020-06-24 02:35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반대의 사령탑 보수개신교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연 ‘한국교회 파괴 공작 중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누리집 갈무리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연 ‘한국교회 파괴 공작 중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누리집 갈무리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연 ‘한국교회 파괴 공작 중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누리집 갈무리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연 ‘한국교회 파괴 공작 중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누리집 갈무리

백인 경찰에 의해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차별 철폐의 함성이 전 지구에 메아리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최근 직장에서 게이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 대법원의 보수성이 짙어졌다는 세평 속에 6 대 3으로 2배의 찬성표가 나왔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판결이 미국에 있는 약 810만명의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성소수자는 약 1130만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선 지난 2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38살의 게이 변호사 부티지지가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성애 커플과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는 미국 민주당 경선후보 부티지지(왼쪽)
동성애 커플과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는 미국 민주당 경선후보 부티지지(왼쪽)

그러니 차별 철폐가 정작 새삼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는데도 2007년과 2010년, 2012년 세차례나 차별금지법 입법이 무위에 그쳤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성 정체성, 신체 조건, 병력, 외모, 나이, 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지역, 종교, 사상, 학력, 사회적 신분상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정의당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 원내 정당 모두가 차별금지법을 함께 발의하자고 했다. 이어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는 17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민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촉구했다. 이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18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국회 둘레에서 오체투지까지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시행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 10일엔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9명이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며 단체로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2018년 퀴어축제 모습. 사진 이종근 기자
2018년 퀴어축제 모습. 사진 이종근 기자

그러나 유독 변하지 않는 곳이 있다. 보수 개신교계다.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달 논평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동성애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역차별하고, 인신구속과 이행강제금을 물리며, 반인권주의자로 낙인찍으려는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으로 동성애가 창궐할 것은 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올해 들어서만 차별금지법 관련 논평을 아홉차례나 냈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도 예수교장로회, 성결교, 고신 등의 총회장들이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말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개신교인 58%가 ‘동성애는 죄’라고 답했다. 비개신교인의 25%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보수 교회 목회자들의 영향으로 개신교인들의 이런 인식이 도드라진 것이다. 한마디로 보수 개신교가 동성애자 혐오의 총본산이다. 감리교 경기연회는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가 지난해 8월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최근 재판위원회에 회부했다. 교회와 신학대에서 보수 교회와 다른 해석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녀사냥을 당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보수 개신교가 에덴동산쯤으로 추앙해온 미국과도 딴판으로 이 문제에만 유독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방 이후 친미·반공주의와 결합해 ‘북한 혐오’로 자기 정체성을 구축한 보수 개신교는 1990년대 세계적으로 공산권이 해체되자 새로운 혐오 대상을 찍었다. 동성애자들이었다. 보수 목회자들은 동성애자 문제에 한국교회의 사활이 걸린 것처럼 신자들을 교육해왔다. 이에 따라 ‘보수 교회=반동성애’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반교회’로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동성애자만 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는 등 보수 목사들의 동성애자 혐오 발언은 이미 ‘잘못된 인식’이라고 에이즈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정보에 기댄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발간된 <혐오와 한국 교회>(삼인 펴냄)에서 민김종훈 성공회대 교수는 “강간이나 성적 착취 등 불평등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적 문제들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서도 경계하고 비판한다”며 “반동성애 운동 진영에서 마치 동성애 영역만의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사안들은 실상 이성애자 사이에서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책에서 김남호 울산대 출강교수는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명칭이 동일성 지향으로 바뀌었는데도, 동성애자들을 부정하려 든다면 히틀러가 불치병자들과 정신질환자들, 그리고 유대인들에게 보인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물었다.

지난 19일 열린 크리스찬아카데미 대화모임에서 기조 발제를 하는 손봉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한 가운데)
지난 19일 열린 크리스찬아카데미 대화모임에서 기조 발제를 하는 손봉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한 가운데)

지난 19일 개신교계 원로·중진들이 모여 ‘분열된 사회와 교회의 책임’이란 주제로 가진 크리스찬아카데미 대화모임에서도 이 문제가 대두했다.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 채수일 목사는 “근본주의자들은 동성애자들을 반대하는 근거를 성경에서 찾는데, 가령 약자에 대한 배려나 원수 사랑에 대한 것을 지키지 않고 왜 꼭 동성애자들을 반대하는 규례만 지키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호숙 기독인문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저는 보수 기독교 진영에 있지만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성폭력적인 것과 간음 사건은 가만히 두면서 굳이 동성애만 가지고 정죄하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며 “보수 쪽의 남성과 강자 권력의 논리에서 소수자들은 묻힌다”고 말했다.

손봉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자문위원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기독교가 윤리보다는 오직 자기 이익에 관심을 가진 무속신앙의 영향을 받아 성경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버리지 못한 게 그 원인”이라며 “개인적으로 동성애 자체는 성경에서 옳지 않다고 하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동성애자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동성과 결혼해 ‘대한민국 국적의 유부녀 레즈비언’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김규진(30)씨는 “명절 때마다 ‘동성애자는 지옥에 가야 한다’고 한 크리스천 이모에게 커밍아웃을 하자 미안해하고, 동성과 결혼한다고 했을 땐 큰 충격을 받았지만 결국 결혼식까지 와 축하해줬다”며 “차별금지법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킬 뿐 아니라 남들을 저로부터 보호해주는 마스크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자를 위한 법이라고 오해하지만 마스크처럼 모두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주기 위한 것이다. 제 이모가 저를 기독교적 사랑으로 포용한 것처럼 기독교의 근본 교리야말로 차별하지 않는 사랑과 포용 아니냐”고 물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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