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해외에 나가 있는 동포 3세·4세에 이르면 한국 문화를 많이 잃어버리고 그리워한다. 그들을 초청해 우리 겨레의 얼을 고취시키는 일을 해나가겠다.”
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70) 회장은 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취임 간담회를 갖고 동포들의 뿌리 찾기에 도움을 줄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달 임기 4년의 회장에 취임했다. 민족종교협의회는 원불교, 천도교, 수운교, 선교, 증산법정교, 청우일신회, 대순진리회, 경천신명회, 증산도, 태극도, 갱정유도회, 경천신명회 등 12개 민족 종교들이 가입한 종교단체다. 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은 12개 종단의 선출 및 추대로 임명되는데, 김 회장은 청우일신회 출신이다. 청우일신회는 강증산 상제를 신앙하는 증산 계열로, 연동흠 종전이 1986년 경남 통영의 외딴섬 국도에서 창시한 종교단체다.
청우일신회 본부가 있는 국도에서 36년간 수도생활을 했다는 김 회장은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일 만큼 윤리 도덕이 무너진 말법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후천개벽을 맞기 위해 수도와 공부를 하며 반평생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진리가 무르익는 가을 개벽기는 일부 종말론자들이 이야기하는 휴거처럼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새싹이 점차 자라 열매를 맺듯,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듯 성숙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벽의 시기’에 대해서는 ‘시기도담(언제 도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하지 말라’는 강증산의 말을 빌려 “진실된 마음으로 진실된 수도를 하며 나아갈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가톨릭, 개신교, 불교는 외국 눈치를 보느라 탄압하기 어려웠으나, 이 땅에서 난 민족 종교들이 민족정신을 키우는 뿌리가 될 것을 두려워해 사이비로 몰아 고사시켰다”며 “그 영향으로 아직까지도 민족 종교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민족종교협의회의 기틀을 다진 한양원(1924~2016)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겨레얼 살리기에 앞장설 것임을 강조했다. “한 회장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섬에서 나와 회장직을 맡았다. 나무도 사람도 뿌리가 없이 자라는 것은 없다. 재외동포들만이 아니라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들도 초청해 한국 풍습을 배우도록 하는 다문화캠프를 열겠다.”
민족종교협의회는 또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일찍이 예언한 근대 한민족 도인들의 예언을 모아 오는 10월 ‘한류 100년의 약속’이란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간담회에 함께한 한재우 협의회 사무총장은 “나라까지 잃어버린 암울한 시대에 조선이 일등국이 된다는 예언을 한 민족 종교 지도자들이 많았다”면서 이를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족종교협의회는 단군 계열, 수운 계열, 증산 계열 등으로 교조가 다르고, 교조가 같은 종단끼리도 의례와 교리를 곡해하는 경우가 많아, 형제 교단끼리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기 위해 우선 매년 1개 교단씩 순례해 현지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족 종교 지도자들은 오는 15일부터 2박3일간 김 회장이 종원장(행정 책임자)으로 있는 경남 통영 국도 청우일신회 본부를 순례할 예정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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