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성차별 이겨낸 ‘비구니 스님’ 기려 ‘세계 비구니 승가’ 조명하죠”

등록 2022-06-10 07:44수정 2022-06-12 17:45

스승 대행 스님 열반 10주기 맞아
17~18일 안양본원서 국제학술대회
국내외 15명 비구니 스님·교수 발표

“대행 스님 처음 보고 바로 출가 결심
스승 선 사상 ‘주인공 관법’ 요체는
자기 안 주인공에 다 맡기라는 것이죠”
한마음선원 혜선 스님

대행선연구원 연구실장 혜선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대행선연구원 연구실장 혜선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붓다는 여성이 멸시받던 당대에 여성의 출가를 허용하는 혁명을 단행했다. 그러나 수천년 동안 여성 출가자는 여성차별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불과 50~60년 전까지도 ‘수덕사의 여승’이 화젯거리로 회자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 비구니는 전법과 교학뿐 아니라 사회복지 등을 통한 자비 보시의 실천, 사찰 음식의 전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교계를 이끌고 있다.

비구니 선풍을 일으킨 한마음선원 창설자 대행(1926~2012) 스님 열반 10주기를 앞두고 ‘세계의 비구니’에 대한 국제학술대회를 준비 중인 대행선연구원 연구실장 혜선(66·사진) 스님을 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만났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법계에는 차별이 없지만 현상계에는 차별성이 있다. 부처님께서 일체중생이 불성을 지녔다고 한 그대로, 도통하는 데는 남녀 빈부의 차별이 없지만, 현실에선 여성 수도자에게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혜선 스님은 “모든 중생이 다 구제될 때까지 지옥문을 나서지 않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처럼 평생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삼아, 여성의 색신(몸)을 지니고도 이를 넘어 대자비를 실천한 ‘우리 스님’(대행 스님)의 뜻을 기려 세계 각국의 비구니 승가를 조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여성차별이라는 난관을 넘어 중생구제에 몸을 던진 선구자들이 있었다. 대행 스님은 1972년 경기도 안양 석수동 관악산 기슭에 한마음선원을 건립해 ‘자기 안의 주인공에게 일체를 다 맡기라’는 선(禪) 사상인 ‘주인공 관법’으로 선풍을 드날렸다. 한마음선원은 국내외 25개 선원을 지닌 세계적 선원이다. 대행 스님 말고도 대만에선 자제공덕회 창설자 증엄 스님이 세계적인 사회복지가로 우뚝 섰고, 영국 출신의 티베트 수도자 톈진 팔모 스님도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구니 스님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혜선 스님과 국제학술대회를 준비 중인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삼국시대 고구려에 불교가 전래한 이래 비구니 스님들이 꾸준히 활동했는데도 신라시대부터 불교 출판을 모은 <한국불교 전서> 14권에 여성이 저자인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여성 출가자를 도외시했으나, 근래 들어서는 대행 선사가 세계적인 수행공동체를 세우고, 비구니 수도 조계종 전체 스님 1만1000여명 중 5000여명까지 늘어 대만과 함께 비구니 스님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나라가 됐다”며 “한국 비구니 스님들이 비구니 명맥이 끊겼던 스리랑카에서 1996년 비구니가 부활하도록 도움을 주면서 지금은 스리랑카 비구니가 5000여명으로 늘었고, 베트남도 전체 스님 5만명 가운데 54%가 비구니일 정도로 세가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대행선연구원 연구실장 혜선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대행선연구원 연구실장 혜선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혜선 스님은 은사인 비구니 대행 스님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표했다. 대학생 때 휴학하고, 경남 합천 약수암에서 지내며 성철 스님, 구산 스님, 일타 스님, 혜암 스님 등 당대 선지식들의 법문을 들었던 그는 “대행 스님을 처음 뵌 순간 ‘아, 저분이다’라는 느낌이 와 앞도 뒤도 안 재고 출가했다”고 고백했다. 대행 스님의 선 사상을 알리고 싶어 동국대에 학사 편입해, 대행 스님의 열반 7일 후 대행선사상으로 졸업 논문을 쓰고, 결국 선학 박사가 된 그는 스승의 선 사상 ‘주인공 관법’을 이렇게 정리했다.

“자기 안의 주인공에다 일체를 다 맡기라는 것이다. 업도 거기서 나왔으니 모두 되맡기라는 것이다. 그러면 업도 녹도 습도 떼어지고 나중에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 주인공을 깨닫고 보면 한마음이 된다. 살다 보면 온갖 경계에 부딪히게 된다. 순경엔 ‘감사합니다’ 하고, 역경엔 일체를 주인공에 맡기고 ‘주인공이 다 알아서 하시오’ 하면 어떤 경계에도 더는 끌려가지 않게 된다.”

그는 “대행 스님께서는 우리가 타인을 시비하면 ‘둘로 보지 마라. 시비하는 그가 바로 너 자신임을 알라’고 했다”며 “‘사량(생각하고 헤아리는 것)하는 시비심을 놓아버리면 성품이 밝아지고, 일체가 한마음이 된다’고 일깨워주었다”고 전했다.

오는 17~18일 한마음선원 안양본원 대행선연구원에서 열리는 ‘세계의 비구니 승가: 현재와 미래’ 국제학술대회엔 전 샤카디타 회장 카르마 렉쉐 쏘모 스님과 미국 쉬라바스티 에비 주지 툽텐 쬐돈 스님, 일본 교토 중세일본학연구소 소장 모니카 베테 교수, 독일 튀빙겐대 모니카 슈림프 교수, 전국비구니회 회장 본각 스님 등 국내외 15명의 비구니 스님 및 교수들이 발표에 나서 세계 비구니 현황을 살펴보고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경험이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네 1.

경험이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네

기독교 최고 영성가 다석의 마지막 강연 “가진 게 없다는 건 거짓” 2.

기독교 최고 영성가 다석의 마지막 강연 “가진 게 없다는 건 거짓”

삼라만상이 거미줄로 이어져있다 3.

삼라만상이 거미줄로 이어져있다

“성철 스님이 에베레스트라면 탄허스님은 모든 것 품는 태평양” 4.

“성철 스님이 에베레스트라면 탄허스님은 모든 것 품는 태평양”

우리 곁에 왔던 유마거사 김성철 교수 열반 5.

우리 곁에 왔던 유마거사 김성철 교수 열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