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 천태종 제공
“자기 마음을 잘 보라. 그 안에 답이 있다.” 대한불교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65) 스님은 지난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천태종 최고 어른인 김도용 종정의 말을 빌려 새해 법어를 전했다.
천태종 본산은 충북 단양 소백산 골짜기에 있는 구인사다. 구인사엔 정치인들이 고민이 있을 때 자주 들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나경원 국힘의힘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발표를 앞두고 찾은 곳도 구인사다. 그때마다 무원 스님은 ‘자기 마음을 보라’고 권하곤 했다. 그가 젊은 날 2대 종정인 남대충 스님에게 출가하기 전 “도를 어떻게 닦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들은 답도 ‘마음 하나 잘 쓰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말을 이었다. “요즘은 내 탓은 없고 전부 남 탓만 한다. 자기 마음을 보고, 자성(자신의 성품)을 밝히면 자리이타(자신도 위하고 남도 위함)와 동체대비(남과 자신을 동일하게 보는 자비)를 할 수 있게 된다.”
무원 스님은 천태종의 올해 주요 사업의 하나로, 천태국제다문화종합센터 착공을 꼽았다. 이 센터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명락사에 지하4층 지상7층 규모로 지어 다문화인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갖추고, 동남아시아 불자들이 각 방에 자기 나라의 불상을 모시고 참배하며 신행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스님은 2009년 명락사 주지 시절 다문화 가정과 이주여성 쉼터인 명락빌리지를 개설하는 등 다문화사찰로 가꾼 경험이 있다.
무원 스님은 천태종의 주경야선(낮엔 일하고, 밤엔 수도함) 문화를 소개하며, 일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이라는 선농일치를 강조했다. 천태종 스님들은 구인사 인근 49.5㎡(15평)의 논밭에 직접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자급자족한다. 스님은 “요즘 우울증 때문에 힘든 분들이 많은데, 낮에 일하고, 밤에 관세음보살을 외는 관음주력을 하다 보면, 우울증은 사라지고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출가자 감소는 모든 종교의 공통된 걱정이다. 일은 많고 승려 수가 적은 천태종은 더욱 심각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천태종처럼 군기가 강한 곳에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 천태종은 그런데도 해병대 생활보다 힘들다는 행자 생활 기간을 3년에서 더 축소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무원 스님은 “종정 예하에게 ‘행자 생활 기간을 축소하면 어떨까요’라고 말씀을 여쭸더니, ‘평생 수행하며 출가자로 살 사람이 3년도 견디지 못하고 어떻게 버텨내겠느냐’고 하셨다”며 “게으름 피우지 않고, 농사짓고 일하면서, 수행해서 자기 참마음을 보게 되면 그 마음으로 한평생 수행자로서 올곧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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