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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민속촌

등록 2005-10-31 11:12

모르몬교 설립 ‘하와이 민속촌’에 가다 어딜가나 누구나 인사말 “알로하~” 

“알로하!” 

태평양의 진주 하와이 사람들의 인사말이 정겹다. 그 억양엔 열대인 특유의 여유와 따뜻함이 묻어난다. 호놀룰루공항에서 동북쪽 대각선으로 한시간여 차로 달리면 라이에다. 오아후섬 남쪽의 호놀룰루와 와이키키 해변이 ‘인간’에 점령당한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아직도 자연 그대로 아름다움과 한가함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림 같은 북쪽해안과 병풍 같은 러시산 사이에 ‘하와이민속촌’으로 알려진 ‘폴리네시안문화센터’(PCC)가 ‘브리검영-하와이대’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울려 삶을 이루는 공동체인 이곳에서 누구에게나 통용된 말이 ‘알로하’다. ‘알로하’란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사랑해요’란 뜻들을 담은 전통 하와이 사람들의 인사말이다. 

설립40돌 앞두고 공연 한창 

오는 10월 설립 40돌을 앞두고 기념 공연 등이 한창인 민속촌에 지난 17일 들어서니 카누가 지나는 운하를 중심으로 한 5만여평 땅에 하와이제도와 사모아, 피지, 통가, 타히티, 마르퀴서스, 아오터아로아, 이스터제도 등의 전통 집들과 사람들이 모여 태평양 섬나라들을 한곳에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동서양 문명의 틈새에서 사라져가던 태평양의 전통을 세상에 알려온 이 민속촌이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모르몬교)에 의해 설립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민속촌은 모르몬의 미션스쿨인 ‘브리검영-하와이대’와 자매기관이다. 애초 민속촌은 미국 유학하기가 쉽지 않은 태평양-아시아의 저개발국 출신 학생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도 벌고, 자기 나라의 전통을 알리는 ‘자아 실현’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 대학 1천여명의 유학생 가운데 600여명이 이 민속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학교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미국 최고 학부대학의 하나로 평가받으면서도, 교인들의 지원에 의해 기숙사비와 식비를 포함한 학비가 연 1만2천달러로 일반 사립학교의 절반 정도다. 이마저 대부분 민속촌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벌어 충당할 수 있어 저개발국 학생들에겐 ‘기회의 학교’다. 

민속촌과 미션스쿨 ‘공동체’ 이뤄 

이 학교는 대학원 없이 학부만 있고, 전교생이 2400명뿐인데도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태평양과 아시아 등 70여개국에서 왔다. 미국에서 ‘가장 국제적’인 학교로 손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셔메이 총장은 “이 학교와 민속촌은 아시아로 통하는 천국의 다리”라고 말한다. 태평양-아시아의 전통을 상징하는 ‘알로하 정신’과 ‘그리스도 정신’이 만나는 곳이라는 얘기다. 민속촌에서 춤과 음악, 쇼를 어떤 프로보다 더욱 프로답게 하는 공연단도 실은 대부분이 이 학교 학생들이다. 

2400명 학생 절반이 유학생 

이곳 사람들은 “학교와 민속촌이 ‘마음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학교와 민속촌이 하나의 ‘미션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각 나라의 전통과 사람들에게서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권유하는 학교의 가르침 때문인지, 이곳의 통상적인 인사 ‘알로하’가 보여주듯이 이 공동체는 미국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태평양적이다.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말살하는 구실을 하고, 기독교가 태평양-아시아의 전통 문화와 충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모르몬 회원이 90%인 이곳은 태평양-아시아와 기독교가 만나는 접점이다. 그래서 이들이 엮어내는 조화가 더욱 흥미롭다. 

태평양 섬나라 한곳에 옮긴듯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개신교파이자 미국 500만을 비롯해 전세계 1100만 회원을 이끄는 모르몬은 1830년 미국에서 생겨났으면서도 미국의 자유주의 풍토와는 달리 술, 담배와 커피, 차까지 금지하고, 혼전 순결을 요구하며 캠퍼스에서 무릎이 나오는 반바지도 입을 수 없게 할 만큼 규율이 엄격하다. 그러나 민속촌에서 일하는 폴리네시안 남학생들은 모두 웃통을 벗어젖힌 채 원색적인 몸짓을 뽐낸다. 숨가쁜 드럼 소리와 원시적 충동을 자극하는 춤, 온몸의 열기를 남김없이 내뿜는 불춤은 청교도적인 모르몬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알로하’란 인사말 한마디로 통한다. 학교와 민속촌 어디를 가나 누구 할 것 없이 활짝 웃는 얼굴로 “알로하”를 외친다. 100여명에 달하는 이 학교 한국 유학생 모임인 한국클럽 회장 김성웅씨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다른 피부색과 민족에 대해 편견이 많았다”며 “그러나 그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다 보니, 모두 따뜻한 피가 흐르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1991년 이 학교에 유학 와 지금은 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일하는 폴 진씨는 “누구에게나 열린 따뜻한 마음이 ‘알로하 정신’이라며, 이곳 공동체에 젖어 살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에를 떠날 때 폴 진씨 부인 박영숙씨와 유학생들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어느새 그들의 가슴에 채워진 “알로하”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준다. “알로하!” 하와이/조현 기자 cho@hani.co.kr (한겨레신문 2003년 5월 23일자)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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