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순례기

영국 웨일즈 대안기술센터

등록 2005-10-28 22:54

[인터뷰] '한국인 자원봉사자 전화영씨'

영국 웨일스 마한세스의 레윙웬 대안기술센터는 입구에서부터 새로운 기술로 방문객의 흥분을 자아냈다. 영국에선 보기드문 깎아지른듯한 산 아래엔 엘리베이터를 대신한 물차 한대가 50m쯤 되는 산을 오르고, 한 대는 반대로 내려오고 있었다.

철로 위를 오르내리는 2대의 물차는 도르레로 연결돼 있다. 위에서 차 밑에 물을 가득 담아 경사길을 내려오면서, 그 힘으로 밑에 있는 물차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전기 등을 사용하는 케이블카 대신 다른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물차로 연간 10만여명의 방문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물차를 타고 오르니 갑자기 평평해진 40에이커의 분지 위에 작은 호수와 20여채의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펼쳐져 있다. 이곳이 바로 1975년 제라드 모건 빌 등 37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산중턱의 폐광을 이용해 만든 대안기술센터(CAT)다. 이곳은 풍력, 수력, 태양열 에너지, 친환경 빌딩, 유기농업, 대안하수처리시스템 등으로 이 대규모 센터를 운영하며, 그 모델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자원고갈의 위기에 처한 지구에 건강하고 생태적 기술과 삶의 방식을 전해주려는 것이다.

환경건축호수 옆에 시원하게 지어진 책방은 이 부근에서 생산되는 목재와 돌, 흙만을 사용한 집이다. 건축물의 운반과 가공 때 쓰이는 에너지부터 줄이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나무를 베어낸 곳엔 새로운 나무를 심어 이들의 건축이 환경을 다치지 않도록 한다.

지붕은 태양열 에너지를 모으기 위한 플라스틱과 내부까지 빛이 잘 드는 유리로 돼 있다. 플라스틱판 밑엔 물을 깔아 태양열로 데운 뒤 지하층의 축열탱크에 모았다가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벽은 거푸집을 이용한 흙다짐공법으로 지었는데, 벽의 단열방식이 탁월하다. 벽안에 볏짚을 잘게 썰어 한묶음씩 촘촘히 묶어 벽돌처럼 쌓은 뒤 안팎으로 흙을 발랐다. 이렇게 하면 벽이 일반벽보다 훨씬 두꺼워지지만 집안에 단열효과가 뛰어나 유럽의 생태건축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 바깥벽은 이 지역 흙에다 진흙을 섞어 흙벽돌보다 견고하다.

또 영국에서 흔한 양털을 재활용하기 위해 짚 대신 양털을 외벽 속재료로 실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이곳에선 사용 에너지의 절반을 물에서 얻는데, 센터에서 4km 떨어진 산 위 저수지 물을 30m 아래 계곡으로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25%는 풍력으로 얻고, 나머지는 태양열 등을 이용한다. 이곳에서 쓰고 남은 에너지는 지역에다 팔고, 부족할 땐 사온다. 한겨울 보일러를 쓸 때도 석유 대신 장작을 이용한다.

방문객들은 직접 파도를 일으켜 눈앞에서 전구가 켜지도록 해 조력발전의 원리를 체득한다. 또 태양열을 이용한 팔랑개비가 태양열판에 가리개로 햇빛을 가리면 중단했다가 가리개를 치우면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며 햇빛 자체가 에너지임을 깨닫게 된다.

하수 및 쓰레기 처리시스템30여명이 지낼 수 있는 에코하우스엔 자연하수처리시설이 있다. 하수는 먼저 자갈과 모래를 지나 갈대밭과 미생물통에서 정화된 뒤 풀과 개구리밥이 가득한 연못에서 끓여먹을 수 있을 정도의 물로 정화된다.

또 소변은 채소 비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대변은 다양한 사람들로 인해 오염의 가능성이 있다며, 재활용하지 않는다. 대변을 최고의 거름으로 사용하는 동양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선 쓰레기 매립은 반환경적으로 본다. 종이나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와 미생물 등을 이용해 1년 동안 썩혀 채소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양분이 되는 거름으로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고 있다. 마한세스(영국)/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한겨레신문 2001년 11월 1일자)

[인터뷰] 한국인 자원봉사자 전화영씨

대안기술센터 100여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 전화영씨가 있다. 생태적 삶에 눈을 뜬 전씨는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의 생태공동체를 탐방한 뒤 지난 8월말 이곳에 왔다. 급료는 받지 않고, 이곳에서 숙식만 해결한다.

한국의 푸른누리공동체와 실상사 등에서 대소변을 전혀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자연 일체가 순환되도록 하는 것을 보아온 그가 맡은 분야는 이곳에서도 하수처리시설이다.

"이곳은 경치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볼거리도 다양하고, 직접 자신이 참여할 것들이 많아 여름이면 하루 1천여명이 찾을 만큼 각광을 받고 있어요."

그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센터의 다양한 실험들이 이곳에서만 머물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 회원들은 각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가들이지요. 유명한 회사들과 자선단체들, 지방정부, 대학들에 생태건축과 시설에 대해 컨설팅을 한답니다."

37명의 회원들이 모여 20여년간 이처럼 훌륭한센터로 키워왔다는 게 놀랍다는 그는 "한국에서도 이런 센터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현 기자 (한겨레신문 2001년 11월 1일자)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붓다의 언덕’에서 만난 안도 다다오의 정신 1.

‘붓다의 언덕’에서 만난 안도 다다오의 정신

세배 드릴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 된다? 2.

세배 드릴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 된다?

열린 불교, 닫힌 불교 3.

열린 불교, 닫힌 불교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자 4.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자

스님의 연애조언 10가지 5.

스님의 연애조언 10가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