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벗님글방

가슴에 멋진 질문을 담고살면 인생도 아름다워진다

등록 2021-07-14 18:14수정 2021-07-14 18:51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이 글에서 할아버지란 전남 순천 사랑어린학교 공동체에서 마음공부를 이끄는 아무개 이현주 목사를 말한다.

[남도여행길에 사랑어린배움터를 찾았다.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시간, 마침 나처럼 나이 많은 애들도 받아준다고 해서 꼽사리 껴 앉게되는 복을 누렸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할아버지께서 들고 있던 잔을 내밀며 물으셨다. 이 잔에 뭐가 담겼는지 아는 사람?

- 몰라요.

- 저도 몰라요.

그 중 한 나이 많은 여자애가 대답했다

- 저는 알아요. 오미자차예요.

그렇지. 너는 알겠다. 이 차를 만들어 가져왔으니까~ 만든 사람은 알지. 또 누가 알 수 있을까? 이게 오미자차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먹어보면 돼요.

맞아. 이렇게 먹어보면 알 수 있어. 먹어보기 전엔 아무도 알 수가 없지. 이걸 만든 저 친구가 오미자차라고 해도 그걸 믿지 않는 누구에겐 가는 아직 오미자차가 아닌 거야. 색깔이 비슷하다고 오미자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오미자 향이 난다고 오미자차라고 확신할 수 있겠어?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직접 먹어보는 거야.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문제들에 부딪히지. 왜 이런 상황들이 벌어졌을까? 왜 내가 이런 곤란한 처지에 몰리게 됐을까? 하느님을 배우는 우리 언어로 얘기하면, 한님은 왜 내게 이런 삶을 살게 하셨을까? 왜 내게 이런 상황을 주셨을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답도 찾아낼 수 있지. 어떻게? 오미자차처럼 먹어보는 거야. 그 상황을 차 마시듯 느껴보고 즐겨보는 거야. 살아내 보는 거지. 그러면 그 상황을 만들어 주신 분처럼 답을 알게 될 거야. 우리가 아직 어려서 잘 정리된 답을 못 찾을 수는 있어. 그래도 괜찮아. 머리로는 정리가 안 되도 몸은 받아들일 테니까. 어쩌면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그런 상황을 주실 수도 있어. 둔한 놈은 한번 맛보고 모를 수도 있으니까~^^ 몰라도 괜찮아. 중요한 건 답이 아니라 한님의 의중을 읽어내려는 좋은 질문을 품고 사는 것이야. 그러면 항상 배우려는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어. 자벌레를 책에서라도 본 사람은 자벌레를 만났을 때 어 저거 자벌레다 할 텐데,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그냥 벌레라고 할 거야. 배운다는 것은 자벌레를 그냥 벌레라 하지 않고 자벌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지. 자, 그럼 너희들이 써 낸 익명의 질문쪽지들을 읽어볼까?

- 사랑이 뭐예요?

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허 참, 진짜 좋은 질문을 했구나. 그래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들어볼까?

- 몰라요

- 아직 몰라요

그래 그럴 수 있어. 아직 경험할 기회가 없었으면 모를 수도 있겠지. 뭔가 많은 경험을 해도 깨어 있지 않으면 그게 사랑인지 무언지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또 누구?

- 가슴이 뛰는…

- 따뜻한 마음…

- 가만히 안아주는…

- 눈물의 씨앗이요

그래 그거 왜 안나오나했다ㅋㅋ 자기가 그것을 어떻게 경험했느냐에 따라 십인십색의 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런 게 사랑뿐이겠나. 어떤 사물이든 상황이든 내게 왔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걸 대했는지, 그래서 그 시간을 얼마나 잘 보냈는지에 따라 저마다 모두 다른 자기의 답을 얻게 되는 거야. 그래서 좋은 질문을 품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지. 이 질문을 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런 좋은 질문을 품고 산다면, 자기에게 오는 삶을 허투루 살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언젠가 아주 훌륭한 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럼 다음 질문쪽지는~

순천사랑어린학교공동체에서 마음공부를 이끄는 아무개 이현주 목사(왼쪽에서 세번째)가 마음공부시간에 대화하고 있다. 사진 순천사랑어린학교 제공
순천사랑어린학교공동체에서 마음공부를 이끄는 아무개 이현주 목사(왼쪽에서 세번째)가 마음공부시간에 대화하고 있다. 사진 순천사랑어린학교 제공

- 짜증이나 화가 날 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풀 수가 있을까요?

참 기특한 질문이구나. 화가 났을 때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될까봐 염려하는 거잖아. ㅁㅁ는 어느 때 화가 났을까?

- 내 뜻대로 잘 안됐을 때…

그럼 ㅇㅇ이는?

- 무시당했다고 여겨졌을 때…

그래, 뜻대로 안되거나 무시당하거나 하면 누구나 화가 날 수 있지. 火는 불이란 뜻이야. 불은 무엇이 있어야 탈까?

- 땔감이요

그래, 불은 장작 같은 땔감이 있어야 활활 타오르지. 땔감이 없으면 불은 쉽게 꺼지고 마는 힘없는 존재야. 가스가 다 떨어진 라이터는 아무리 손가락이 아프도록 문질러도 절대 불이 붙지 않아. 어떤 사람이나 환경이 나를 잠깐 화나게 할 순 있어. 라이터 부싯돌처럼 아주 잠깐. 그러나 그 불씨를 키우고 활활 타오르도록 땔감을 대 주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야. 이 질문을 한 누군가도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거나 화나게 하진 않을 거야. 이미 난 화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줄까봐 조심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래.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는 일부러 다른 사람의 화를 돋우는 행동을 하진 않겠지. 단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자신의 어떤 말투나 행동이 상대방의 기준과 달라 그 사람의 화를 돋게 했을 뿐이야. 거꾸로 상대방의 말투나 태도 때문에 내가 화가 날 때도 있고… 화를 내면 다른 사람에게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그전에 자기 자신에게 더욱 치명적이지. 다른 사람이 내 화로 인해서 데일 정도면 나는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화는 가급적 내지 말아야지. 그런데 그게 맘대로 안 돼. 그래서 이미 화가 났어. 그럴 때 어떡하느냐~ 잘 모를 땐 주변에 훌륭한 스승들은 어떻게 이겨냈는지 살펴보면 돼. 틱낫한이란 높은 스님이 월남전을 일으킨 미국사람에게 항의하러 미국에 가셔서 미국 정치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따지셨대. 전쟁은 미국 땅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일어났지만 그 전쟁을 일으킨 원인을 당신들이 제공했으니 내가 미국 땅까지 오게 됐다. 당신들이 일으킨 전쟁은 잘못됐다. 수많은 생명들이 그 전쟁으로 죽어나가고 있으니 당장 멈추어 달라.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무리들에게서 냉소와 무시를 당했어. 그러니 얼마나 화가 치밀었겠어. 애써 참고 그 자리를 떠나서 한적한 곳을 찾아 그곳에 있는 큰 나무에 대고 길고 깊은 숨을 토해내셨다고 해. 후~푸~ 후~푸~ 나무는 사람과 달라 맞받아치지 않고 다 받아주었겠지. 그렇게 한참을 토하고 나니까 좀 진정이 되더래. 그래서 다시 차분히 미국사람들을 설득하려고 그 자리에 나타났다고 해. 나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그땐 나무가 아니고 옥상이었지^^ 올라가서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한참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났더니 그만 피식 웃음이 나지 뭐야~^^ 그걸 사람한테 질렀어봐. 아마 맞아 죽었을 거야~ㅋㅋ 그럼 다음 질문을 열어볼까?

-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웃을 일이 아니구나. 고민이 되겠다. 그래 그럴 수 있어. 너는 그 친구가 싫은데 그 친구는 네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그래서 너를 좋아하는 표를 낸다는 말이지? 그래. 그거 그 친구한텐 안 된 일이지만, 네가 네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 그냥 놔두면 그 친구의 생각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더 큰 착각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터이니…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조석으로 바뀌는 법이니 나중엔 어찌 될지 몰라도 지금은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자신에 대해서나 상대방에 대해서나 최선이 아닐까 해. 그러다 좋아지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나보다 한 학년 아래 여자아이를 무척 좋아했더랬지. 이런 얘기하니까 모두 눈이 반짝반짝 해지는구나~^^ 어린 나이에 용기가 없어서 오래도록 그냥 속으로만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글쎄 그 여자애가 다른 남자애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지 뭐야. 하늘이 노랗더라고~ 상대 녀석은 나보다 키도 큰데다가 잘 생기기까지 했으니 도저히 내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겠더라고. 그런데…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

....

....

포기했지. 깨끗이! 뻔히 안 될 걸 아는데 미련두면 뭐 하겠어.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엉엉 울었지. 반나절쯤 울고 나니까 괜찮아 지더라고~ 이게 되는 일인지 안 되는 일인지 그것만 분별을 잘해도 인생 그렇게 꼬이진 않아요.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미련을 못 버리고 매달리니까 힘들고 괴로운 거라~ 되는 것만 해도 세상엔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누가 이 시간을 정리해 올린다고 했는데, 내가 아는 그 친구, 그닥 기억력이 신통치 못해서 들은 얘기 안들은 얘기 잘 구별을 못할 거야. 괜찮아. 나도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 못할 때가 있어. 그러니 정리한 내용이 같이 들었던 얘기가 아니더라도 그냥 좀 봐줘요. 지금 들었던 얘기가 아니라면 예전 언젠가 들었던 얘기일 수도 있을 테니~^^

글 성일

***이 시리즈는 전남 순천 사랑어린학교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합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헌신 없는 종교 1.

헌신 없는 종교

삶의 가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고 만드는 것 2.

삶의 가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고 만드는 것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3.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4.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종교평화 애쓰다 수난당한 손원영목사가 꿈꾸는 교회는 5.

종교평화 애쓰다 수난당한 손원영목사가 꿈꾸는 교회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