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벗님글방

이제 제정신으로 살기로 했어요

등록 2020-10-29 09:58수정 2020-10-29 09:58

저는 제정신으로 살기로 했어요. 유일하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이에요. 너무 많은 약속을 어겼어요. ‘잘하겠다.’ ‘안 하겠다.’ 다 어겼어요.

잘할 거라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바라는 만큼 못 하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주의해야죠. 잘못을 안 하겠다고 약속할 수 없지만 안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게으름을 안 피우겠다고 약속할 수 없지만 그 방향으로 조금씩 가야죠. 오래된 습관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려요. 한 번에 바꾸려는 것이 비현실적인 욕심, 즉 미친 짓이에요.

제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미친 짓을 그만하겠다는 거예요. 우리는 모두 미친 짓을 많이 해요. 멀쩡하게 보여도 다 미쳤어요. 정도만 다르죠. 미쳤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계속 미친 짓을 하는 거죠. 자신의 미친 정신을 알아볼 수 있다면 미친 짓을 덜 하게 돼요. 덜 미치고 미친 짓을 최소한으로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

미쳤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치게 하는 것을 그만하는 거예요. 미치게 하는 것은 현상이에요. 생각을 굴리는 거예요. 개념을 만드는 거예요. 구체화하는 거예요. 전략을 몽땅 버리고 이 순간의 살아 있고 생생하고 즉흥적인 지혜로 사는 것을 배워야 해요.

현상을 짓지 않는 마음이 행복한 마음입니다. 허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허물에 대한 불만을 없애는 거예요.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버리는 거예요.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완벽함에 대한 강박을 버리는 거예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대한 강박을 버리는 거예요. 불만과 욕망이 없으면 마음이 저절로 행복해요. 이미 완벽하고 이미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요.

제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모든 욕심을 버리고 모든 전략을 버리고 나 자신으로 사는 거예요. 내가 아닌 나가 되기 위해 노력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제는 나로 살려고요. 위대한 나가 아니라 평범한 나, 완벽한 나가 아니라 괜찮은 나, 제정신의 나로 살려고요. 애쓰느라 너무 지쳤어요. 자신과 그만 싸울래요.

어떤 사람은 완벽함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미친 사람이에요. 어떤 사람은 체념한 상태, 포기한 상태로 살고 있어요. 이 사람도 미쳤어요. 미쳤다는 것은 극단을 의미해요. 이쪽으로 미쳤다가 저쪽으로 미쳤다가 왔다 갔다 해요. 제정신은 중간에 있어요.

과거에 있는 것도 미래에 있는 것도 미친 짓이에요. 과거도 미래도 없는데 거기에 있으면 정신이 나간 거죠. 과거의 아픔과 죄의식에 집착하는 거,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다 미친 짓이에요. 과거도 미래도 없는 일이에요. 없는 곳에 있다는 게 미친 짓이에요. 이제 그만 미치고 제정신으로 살아요.

이루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것에 제정신이 있어요. 성공보다 정성에 제정신이 있어요. 욕심보다 만족에 제정신이 있어요. 전략보다 ‘그냥 하는 것’에 제정신이 있어요.

모든 것을 잘할 거라고, 일체 실수가 없을 거라고, 잘못을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아요. 제정신은 약속할 수 있어요. 제정신만 약속할 수 있어요. 제정신이 아닌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살 거예요.

용수 스님(세첸코리아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1.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2.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3.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4.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5.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