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장난감을 이름으로 구별하는 능력이 뛰어난 천재 개 ‘위스키’. 이들은 공통으로 주인의 말을 들을 때 고개를 특정한 방향으로 기울이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헬게 스벨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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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가져오라고 시킬 때 어떤 개는 고개를 갸웃하는 동작을 한다. 마치 ‘뭐라고요?’라고 생각을 집중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반려견이 주인을 사로잡는 가장 사랑스러운 행동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동작이 물건의 이름을 기억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꼬리 치는 방향이나 내미는 손처럼 고개를 갸웃하는 방향에도 특정한 편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드레아 솜메세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 동물행동학자 등 헝가리 연구진은 과학저널 ‘동물 인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이 연구는 이 대학이 유튜브를 통해 수행한
‘천재 개 챌린지’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천재 개 챌린지’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에서 공모한 천재 개 6마리 중 하나인 헝가리의 맥스. 이사벨 제공.
여기서 ‘천재 개’란 수많은 장난감 가운데 미리 배운 이름을 듣고 특정한 장난감을 구별해 가져오는 재능을 지닌 개를 가리키는데 미국의 ‘체이서’란 개는 1022개의 장난감을 이름으로 구별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단어 4번 들으면 외우는 ‘천재견’…2∼3살 수준).
실험 방법은 간단하다. 방 하나에는 장난감을 쌓아놓고 다른 방에서 주인이 개에게 특정 이름의 장난감을 가져오라고 시키는 것이다.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세계에서 발견한 천재 개는 모두 6마리로 노르웨이의 ‘위스키’는 59가지 장난감 가운데 54가지의 이름을 기억했다. 보통 개는 장난감 2개의 이름을 배우지 못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재능을 지닌 개들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주인이 무얼 가져오라고 시키면 천재 개들은 주인의 말을 들으면서 종종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고 반면 보통 개들은 드물게 그런 행동을 했다.
천재 개 6마리와 보통 개 33마리를 대상으로 3개월에 걸쳐 실험한 결과 천재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의 43%와 보통 개 대상 실험의 2%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행동을 관찰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은 단어 배우는 재능이 있는 개들이 의미 있는 단어를 들을 때 나타나는 행동으로 보인다”며 “주의를 기울이는 표시일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개가 장난감의 이름을 듣고 기억 속에서 이름과 시각적 이미지를 맞춰보는 행동일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수많은 장난감을 이름으로 구별하는 능력을 지닌 천재 개들은 모두 목양견인 보더 콜리이지만 그런 능력은 품종과는 무관하다. 쿠퍼 제공.
그렇다면 주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행동은 천재 개의 특성일까. 연구에 참여한 샤니 드로르는 “고개를 기울이는 행동과 의미 있는 자극을 처리하는 능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뜻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실험하지 않은 다른 상황에서도 재능 있는 개들만 고개를 기울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공교롭게도 세계에서 발견한 천재 개 6마리는 모두 목양견인 보더 콜리 품종이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다른 많은 보더 콜리에게서 장난감 이름을 기억하는 능력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요크셔테리어 등 다른 품종에서도 이런 능력이 발견됐음을 환기했다.
한편 천재 개 6마리는 모두 고개를 기울이는 방향이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정해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 저자인 솜메세 박사는 “사람을 포함한 일부 동물은 움직이거나 환경을 감지할 때 비대칭 양상을 보인다”며 “개가 고개를 기울이는 방향에서도 그런 편향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제까지 밝혀진 개의 편향성은 꼬리를 흔드는 방향, 냄새 맡을 때 사용하는 콧구멍, 어느 쪽 손을 먼저 내미나 등이다(▶
개 꼬리가 전하는 말은?).
인용 논문:
Animal Cognition DOI: 10.1007/s10071-021-0157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