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④
인식도 시설도 갈 길 먼 반려동물 장례
인식도 시설도 갈 길 먼 반려동물 장례
프랑스 파리의 반려동물 공동묘지. 프랑스 일드프랑스 아니에르쉬르센의 이 묘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 묘지다. 게티이미지뱅크
①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 펫로스
② 반려인 50%가 펫로스…“왜 쓰레기봉투로 보내야 하나요?”
③ 강아지별이 슬픔으로 반짝일 때…‘온전한 사랑’을 배웠다
④ 하루 1100여 마리…반려동물 장례 어떻게 치르고 있나요
⑤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⑥ 가족이 떠났는데, 경조휴가 1주일 낼 수 있을까요 제주에 사는 김지현씨(제주 서귀포시)는 지난 2017년, 2020년 두 마리의 반려견을 ‘무지개 다리’ 너머로 보냈다. 14~16년의 삶을 같이 한 가족들에게 적당한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으나 제주시에는 반려동물 장례 시설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쓰레기 봉투에 담아 ‘폐기물’로 보내거나 동물병원에 데려가 단체 화장을 하고 싶진 않았다. 결국 첫째는 지인의 사유지에 매장했다. 둘째는 이동식 장묘시설에서 화장해 첫째의 묘지에 합장했다. 김씨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당시엔 저런 게 불법인지도 몰랐어요. 셋째 때는 육지로 가야할까요?” _______
한해 57만 마리…장례는 20~30%뿐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의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27.7%(638만 가구)가 동물을 키우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인구만큼 나날이 세상을 떠나는 동물도 늘고 있다. 하루 최소 1100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다. 개, 고양이의 평균 수명 15~20년을 감안하면 한해 평균 43~57만 마리의 동물이 사망하는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반려인들이 사체 수습부터 화장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1그램 제공
반려동물 장례업계는 한해 떠나는 동물의 10~30%가량이 장례업체를 통해 화장된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는 쓰레기봉투에 폐기물로 배출되거나 동물병원을 통해 처리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합법적인 방법 이외에도 매장, 이동식 화장업체 이용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합법적’으로 치르고 싶어도…“화물이 된 강아지” 2020년 여름 반려견을 떠나보낸 변규홍씨에게 장례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무게가 20㎏이 넘는 개 ‘복돌이’를 키웠던 변씨는 여러 장례업체를 알아봤지만 대형견의 장례를 받아주는 곳은 많이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서 겨우 찾아낸 업체는 정상적으로 등록된 곳이었는데, 막상 업체가 안내한 장례식장은 등록 주소지와는 다른 곳이었다. 변씨는 그곳이 “합법 업체의 명의를 빌어 영업을 하는 곳”인 것 같다고 했다. 장례가 급히 필요했던 그는 별 수 없이 해당 업체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반려동물 장례제도에 답답함을 느낀 변씨는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정책 제안대회에 ‘생명존중을 위한 동물장묘법제와 제도 제안’(이슬기, 변규홍, 이은호) 보고서를 출품하기까지 했다. 아예 합법적인 장례시설이 없는 제주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김지현씨는 “장례를 걱정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다. 지인 중에서는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주고 싶어 유해를 아이스박스에 밀봉해 화물로 육지까지 운송한 분도 계셨다”고 전했다. 김씨는 “반려동물이 떠나 슬픈 마음에 사체를 화물로 싸야하는 일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장례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반려인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한 어려움이기도 했다.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에서 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반려인들이 가장 부족한 점으로 많이 응답한 것도 ‘장례식장 등 정보 부재’(33.3%)였다. 실제로 장례업체를 이용해 본 응답자의 만족 비율은 높은 편이었다. ‘어느 정도 만족했다’는 응답이 50.3%, ‘매우 만족했다’가 10.9%로 만족 의견이 61.2%였으며, ‘보통이었다’는 응답도 28.6%의 응답율을 보였다.
반려동물 장례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반려인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한 어려움이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공공 장례장묘시설 필요한 이유 최근 5년 새 반려동물 사설 장례업체는 꾸준히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장례업체는 2016년 20곳, 2017년 26곳, 2018년 33곳, 2019년 44곳, 2020년 59곳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서울시에는 단 한 곳의 장례업체도 없는 반면, 경기도에는 22곳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주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김포시, 용인시, 화성시, 광주시 등에 분포해있다. 도심의 장례 수요를 위성도시에서 해결하는 방식인 것이다.
최근 5년 새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꾸준히 증가했다. 사진 21그램 제공
일본 도쿄의 천태종 사찰 ‘진다이지’에 있는 반려동물 추모탑. 일본에서는 반려인의 의사에 따라 화장, 매장 등이 가능하며 사람과 같이 절에 안치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 장례 누구나 치를 수 있어야” 미국도 공공 장묘가 일반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근무했던 권혁호 수의사는 “미국도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공동 장묘시설이 지역마다 마련되어 있다. 운영 주체에 따라 사설이나 공공묘지가 있고,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공동묘지라고 해서 화장 뒤 유해를 묻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추모하는 비석을 세우거나 발도장 등의 기념품을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장례식 내부 추모 공간. 사진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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