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⑥
동물 경조사 챙기는 국내 기업들
동물 경조사 챙기는 국내 기업들
국내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동물을 키우는 반려가족이지만 기업의 동물의 장례휴가, 수당지급 등은 큰 공감을 못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혼, 1인 가구 직원의 복지를 위해 ‘반려동물 양육’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①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 펫로스
② 반려인 50%가 펫로스…“왜 쓰레기봉투로 보내야 하나요?”
③ 강아지별이 슬픔으로 반짝일 때…‘온전한 사랑’을 배웠다
④ 하루 1100여 마리…반려동물 장례 어떻게 치르고 있나요
⑤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휴가는 며칠을 써야 할까? 내 멘탈로는 하루 가지고는 안될 것 같은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종종 직장인들의 ‘동물 휴가’ 고민이 등장한다. 시간을 마음대로 뺄 수 없는 직장인들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거나 갑작스러운 병 간호 때 휴가를 언제, 며칠이나 써야 할지 등을 묻는 것이다. “3일에서 일주일은 쉬어야죠.”
“하루만에 장례를 치르고 출근했는데, 도저히 일이 안됐어요.” 경험자들의 댓글 사이에, 이런 글도 눈에 띈다.
“키우던 동물이 세상을 떠났다며 동료가 일주일이나 휴가를 쓰더라고요. 그 정도로 힘들어요?”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추모공간. 사진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동물 장례휴가 2.1일이 적당” 과연 회사는 직원이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휴가를 보장해줘야 할까, 휴가를 준다면 며칠이 적당할까? 애니멀피플이 공공의창·한국엠바밍·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기획하고 여론조사회사 조원씨앤아이가 진행한 ‘한국 반려동물 장례인식조사’(2021년 12월 21~23일, 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아직까지 동물의 장례 휴가나 조의금 전달은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반려동물 사망 때 직장이나 소속 단체는 휴가를 보장해야 할까’라는 설문에 높은 비율로 공감하지 못한다(76.3%)고 답했다.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23.7%)에 비해 3배나 높은 응답율을 보인 것이다. 조의금(위로금)을 주는 문화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6.2%는 공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적정한 휴가일로 꼽은 날은 평균 2.1일이었다. ‘직장이 유급 휴가를 보장한다면 며칠이 적당한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56.9%)은 하루라고 답했다. 1일부터 15일까지 자유롭게 기입할 수 있도록 한 설문에서 1일은 56.9%, 2일이 17.5%, 3일이 15.2%, 4~7일이 7.0%, 8일 이상이 2.4%로 날짜가 늘어날수록 응답율은 낮아졌다. 전체 응답자의 70.3%가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유급휴가나 조의금 복지에 대한 공감도는 높지 않았던 것이다.
2017년 이탈리아에서는 한 보호자가 반려견의 병 간호를 위한 휴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내 승소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죽음엔 ‘시간’이 필요하다 반려인에게 ‘동물 휴가’는 왜 필요할까. 동물이든 사람이든 죽음의 순간은 언제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근무 중 황망한 소식을 들을 수도 있고, 긴 간병으로 잦은 입·통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최소 3시간의 화장 시간뿐 아니라 교외 장례식장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보호자가 1인 가구이거나 자가용이 없는 상태라면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최소 3시간의 화장 시간뿐 아니라 장례식장들이 위치한 교외까지 이동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추모공간. 21그램 제공
차윤주씨는 반려묘 ‘미미’의 신장질환을 간병하며 죽기 마지막 5일 간은 휴가를 내고 임종을 지켰다. 차윤주씨 제공
동물친화 복지를 운영하는 이유 2030세대 미혼 임직원이 많은 게임업계도 회사가 반려동물 양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게임회사 ‘펄어비스’는 2020년 8월부터 강아지 혹은 고양이를 키우는 미혼 또는 자녀가 없는 기혼 직원에게 반려동물 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동물의 통원·입원 의료비, 반려견 보상 책임을 보장하는 보험료를 매달 1인당 최대 3마리까지 지급한다.
반려동물 사료 전문 브랜드 ‘로얄캐닌’은 반려동물 동반출근과 한해 230만원 수준의 반려동물 양육비용을 지원한다. 사진은 보호자가 일하는 동안 반려동물이 쉴 수 있도록 사무실 안에 마련해 놓은 ‘펫룸’. 로얄캐닌 제공
펫프렌즈
“‘나’의 행복을 존중받는 기분” 2017년 러쉬코리아에서 최초로 비혼 선언을 한 김슬기씨는 반려묘 5마리의 집사다. 김씨는 일과를 마치고 귀가해 청소하고, 밥 하고, 고양이들 돌봄을 마치면 자정을 훌쩍 넘길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회사 복지는 너무 기혼자만 혜택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비혼 선언 뒤 동물 수당과 유급 휴가 등의 복지를 보장받고 나서는 “결혼을 했든 아니든 조직 안에서 ‘나’라는 사람의 행복을 존중 받고 있구나” 느꼈다고 한다.
지난해 동물자유연대가 한 기업의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자와 동물복지 강의 자료.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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