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①
작은 가족의 죽음과 그 이후의 삶
작은 가족의 죽음과 그 이후의 삶
지난 2019년 고양이 ‘미미’를 잃은 반려인 차윤주씨는 기일이 되면 평소 미미가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놓고 고양이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차윤주씨 제공
반려동물은 평균 15~20년을 삽니다. 죽음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옵니다. 탄생의 순간을 경험한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을 함께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작은 가족’의 죽음 앞에 반려인들은 상실감을 겪고 우울증을 앓거나, 슬픔을 이해받지 못해 상처 입습니다. 반려인구 1500만 시대, 펫로스(Pet loss)를 경험하는 반려인도 그만큼 늘었습니다. 애니멀피플은 총 6회에 걸쳐 반려동물의 죽음과 그 이후의 과정을 들여다 봤습니다. 펫로스 신드롬을 겪은 반려인들을 만나 그들만의 극복법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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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 펫로스
② 반려인 50%가 펫로스…“왜 쓰레기봉투로 보내야 하나요?”
③ 강아지별이 슬픔으로 반짝일 때…‘온전한 사랑’을 배웠다
④ 하루 1100여 마리…반려동물 장례 어떻게 치르고 있나요
⑤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⑥ 가족이 떠났는데, 경조휴가 1주일 낼 수 있을까요 그리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사진을 보며 추억하며 웃을 수도 있고, 남아있는 ‘식구’를 돌보느라 깜박할 때도 있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 여지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반려동물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했던 기억이 주는 눈물”이라 “괜찮지만 괜찮지 않다.” _______
‘편히 보내줄 걸’하는 후회 이현정씨(60대, 서울 서초구)가 그랬다. 이씨에게 반려견 ‘페넬로피’는 “손주보다 예쁘고 자식보다 애틋한 존재”였다. 2남1녀가 장성해 각자의 가정을 꾸려 나가자, 페넬로피는 이씨에겐 마지막 품 안의 자식이 됐다. 페넬로피는 9살이 되던 해 심장병이 발병했다. 약만 잘 먹이면 15살까지는 살 거라는 생각으로 2년간 동물병원을 돌며 간병을 시작했다. “마지막 6개월은 수액이라도 맞추려고 매일 동물병원에 갔어요. 하루만 더 살아줘, 하루만 더 살아줘 애원했죠. 마지막에 심폐소생술을 3번이나 했다고 해요. 죽고 나니까 그것도 제가 고통스럽게 한 것 같아서 모든 게 후회스럽더라고요.” 2021년 3월, 페넬로피가 떠나자 그는 불면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다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현정씨의 반려견 페넬로피는 9살 무렵부터 심장병을 앓아 2년 간의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현정씨 제공
상실의 슬픔, 여전히 감추는 이유 짧지 않은 시간 이들을 괴롭힌 증상은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52.8%)과 우울증(19.5%), 반려동물의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18.7%) 등이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깊이 아파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응답자 1천명 중 절반 이상은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오늘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다’(53.9%)고 답했다.
서초동물사랑센터 제공
‘무지개 다리’를 건넌 직후 장례 전 페넬로피의 모습. 이현정씨 제공
준비하면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 국내에선 이제서야 반려인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사회적 모임이 꾸려지고 전문 심리상담센터가 주목받는 수준이다. 페넬로피를 보낸 뒤 8개월 넘게 우울증을 겪었던 이현정씨가 도움을 받은 것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가 진행한 ‘서리풀 무지개모임’이었다. 이씨는 “일단 그곳에 모이신 분들 모두 같은 처지니까 서로의 사연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지난해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주민을 대상으로 펫로스 상담모임을 연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참가자들이 박기령 상담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초동물사랑센터 제공
상처를 치유하는 건 결국 인연 각자의 특별한 애도로 펫로스를 이겨낸 이들도 있다. 차윤주씨는 고양이 미미의 투병기록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는 미미의 신장질환이 급격히 악화된 순간부터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까지 두 달간의 과정을 촘촘히 기록했고, 강제급여와 피하수액 처치, 병원 내원 등 환묘 가정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긴 글은 보호자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미미의 간병일기를 블로그에 써내려갔던 차윤주씨는 원고를 묶어 책으로 출간하기로 했다. 차씨는 생전의 미미를 스케치한 모습을 팔에 타투로 새겼다. 차윤주씨 제공
정은영씨는 떠나보낸 고양이 삼동이의 이름으로 SNS를 운영하며 일주일에 한 번 비건 채식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SNS갈무리
“떠나보내더라도 한번은 키워보세요” 그렇다고 펫로스를 겪은 이들이 슬프고 불행하기만 한 건 아니다. 차씨는 미미의 죽음을 “가장 소중한 존재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고 했다. 죽음을 앞두고 고양이는 “꼬리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 중엔 지금 나 괜찮아요, 행복해요 하는 찰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의욕을 앗아갈 정도로 힘든 이별을 한 이현정씨도 “동물의 사랑은 특별하다. 떠나보내더라도 다 한번씩은 키워보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동물보호단체 하이의 ‘펫로스 증후군을 위한 세미나’는 노령 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강의하고, 펫로스 증상을 예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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