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북 포항 호미곶 인근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하게 잔혹하게 살해한 학대범에 1년 4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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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경북 포항 폐양어장에서 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해 죽이거나 잔혹하게 해친 학대범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권순향)는 20일 동물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ㄱ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ㄱ씨에게
징역 4년,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협박 모두 유죄를 인정하며 범행 방법, 피고인의 행동, 진술 내용 등을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측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다른 형사처벌 이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점을 고려한다”라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 1월부터 길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해 깊이 3~4미터에 이르는 폐양어장에 가두고, 고양이를 해부하거나 폭행하는 등의 학대행위를 저지르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다. 그는 포획한 고양이를 산 채로 세탁기에 돌리거나 바닥에 내려치는 등 잔혹한 수법으로 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살해했다. 또 고양이들이 폐양어장에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배수관 파이프를 전기톱으로 훼손했으며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여겨진 시민을 위협하며 살해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20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앞에서 ‘포항 폐양어장 학대사건’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카라 제공
이날 선고를 앞두고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연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학대 사건에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 선고된 것은 환영하지만 피고인의 계획적 행동과 가학적 범행 수법, 피고인의 손에 무참히 살해된 동물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위원장 박미랑 한남대 교수는 “실형 선고는 의미가 있으나 치료명령이 부과되지 않아 1년 4개월 이후 동물학대 위험성에 대한 재판부의 고민이 담겨있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사람에 대한 범죄와 달리 동물학대 범죄는 양형기준이 없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감형되었는지 알 수 없다. 양형기준이 있었더라면 각각의 학대 행위가 고려되었을텐데 이번 판결에서는 종합적으로만 다뤄졌다”며 양형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1일 오후에는 ‘포항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에 대한 선고가 이어진다.
포항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의 학대범은 2019년부터 포항시 북구 일대, 한동대학교 캠퍼스에서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전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초등학교 인근 급식소를 파괴하고
3개월령 새끼 고양이를 목 매달아 사건 발생 9일만에 구속됐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