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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번식장은 ‘면세’ 사업자…1400마리 사육 지옥 키웠다

등록 2023-09-19 07:00수정 2023-09-19 15:31

[애니멀피플]
“법 사각지대가 개 공장 대형화 불러”
지난 1일 경기 화성시 한 합법 번식장에서 동물학대가 드러나 개 1420여 마리가 경기도·동물단체들에 의해 구조됐다. 카라 제공
지난 1일 경기 화성시 한 합법 번식장에서 동물학대가 드러나 개 1420여 마리가 경기도·동물단체들에 의해 구조됐다. 카라 제공

투자자에게 돈을 받은 만큼 모견을 분양하는 방식의 ‘변칙 영업’을 한 화성 번식장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 면세사업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단체는 번식장 사육두수를 제한하지 않고, 면세 혜택을 둔 현행법의 사각지대가 ‘강아지 공장 대형화’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18일 애니멀피플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개 1420마리가 구조된 경기 화성의 번식장을 비롯한 동물생산업 업종은 면세사업자로 분류된다. 면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자다. 주로 기초 생활필수품 생산이나 의료, 교육, 장례업 등 소비자에게 필수적인 품목·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세를 면해주는 것이다.

면세의 혜택은 최종 소비자가 보게 되지만, 사업자는 부가세(10%)를 포함하지 않은 제품·서비스를 공급하며 가격 경쟁력, 절세 효과 등을 보게 된다. 현행법은 동물생산업에서 태어난 동물을 부가가치세법이 정한 면세 대상(법 제26조 제1항 제1호·시행령 제34조 3항)에 포함하고 있다. 동물생산업으로 등록된 허가 번식장은 2022년 기준 전국 2128곳에서 운영 중이다.

현행법은 ‘식용 아닌 축산물’에 면세

소비자에게 필수적인 제품·서비스라고 볼 수 없는 동물생산업은 어떻게 면세사업자가 될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 조용래 과장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은 부가세를 면제하고 있는데, 식용이 아닌 것도 포함된다. 개도 식용이 아닌 축산물에 해당해 부가세 면세품목으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끼 동물이 부가세 면세 대상으로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법령 해석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별도의 판단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개, 고양이 등을 번식시키는 생산업자뿐 아니라 열대어, 관상조를 판매하는 영업자도 면세사업자에 포함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생산업이 제도로 들어오며 면세사업자로 분류됐을 거라고 설명했다. 동물생산업은 2008년부터 등록제로 운영되다가 2012년 신고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당시 신고 비율이 낮아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2018년부터는 허가제로 강화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김현우 과장은 “규모가 커진 현재와 달리, 과거엔 농가의 추가 소득을 위해 소규모 번식장을 운영하는 곳이 더 많았다. 이런 농민들을 위한 혜택으로 면세사업자로 분류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문화가 급격히 확산되며 산업의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그러다보니 화성시 번식장과 같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영업장도 생겨났다. 반려동물 생산업이 면세사업자에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화성시 허가번식장 동물구조단체연합’ 등은 새끼 동물을 생산하는 번식장을 면세사업자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한재언 변호사는 “동물생산업이 부가세 면세 업종이란 사실은 처음 알게 됐다. 말 그대로 면세사업자는 공공적인 성격의 품목·서비스에 국세를 면해주는 것인데 동물학대가 빈번한 번식장에 이런 혜택을 준다는 것은 정책적으로 매우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투자자에게 돈을 받은 만큼 모견을 분양하는 방식의 변칙 영업을 한 화성 합법 번식장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 면세사업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시 허가번식장 동물구조단체연합 제공
투자자에게 돈을 받은 만큼 모견을 분양하는 방식의 변칙 영업을 한 화성 합법 번식장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 면세사업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시 허가번식장 동물구조단체연합 제공

사육두수 제한 없는 현행법의 사각지대

면세사업자 혜택과 더해 사육두수를 제한하지 않는 현행법의 사각지대에서 화성 번식장이 몸집을 키운 것으로 동물단체들은 보고 있다.

이 번식장은 그동안 화성시에 사육 두수로 허가받은 400마리를 훨씬 뛰어넘는 142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허가받은 사항보다 더 많은 새끼 동물들이 태어나 경매장과 펫숍 등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큰데, 이런 사항은 정부·지자체·과세 당국의 어떠한 감독에도 걸러지지 않았다.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인력 기준(동물 50마리당 1명)과 시설 기준만 정하고 있을 뿐, 번식장에서 기를 수 있는 최대 마릿수는 정하지 않고 있다. 관리 인력만 늘린다면 번식장을 대형화하는데 아무런 법적 걸림돌이 없는 것이다. 화성 번식장처럼 관리 인력이나 사육 두수를 가짜로 기재하더라도 행정력이 미비하다면 대형화·밀집화되는 번식장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 동물단체들 지적이다. 화성시는 이달초 문제의 번식장에서 동물학대가 드러나기 전인 지난 3월 현장 점검을 완료했지만 불법 사항을 잡아내지 못했다.

지난 1일 경기 화성시 한 합법 번식장에서 동물학대가 드러나 개 1420여 마리가 경기도·동물단체들에 의해 구조됐다. 카라 제공
지난 1일 경기 화성시 한 합법 번식장에서 동물학대가 드러나 개 1420여 마리가 경기도·동물단체들에 의해 구조됐다. 카라 제공

소득 규모 파악 어려운 ‘번식 사업’

동물단체들은 면세사업자로서 강아지를 다양한 경로로 판매·유통한 번식장의 소득 규모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탈세 여부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단체들이 번식장에서 확보한 서류 등을 종합하면, 화성 번식장은 연 매출 20여억 원 규모의 사업장으로 국내 경매장 납품뿐 아니라 수출, 개인 분양·교배 등 다방면으로 번식 관련 사업을 펼쳐왔다. ‘국내 몰티즈 켄넬 1위’로 명성을 얻으며 ‘티컵 사이즈’라 불리는 몸무게 2~3㎏ 초소형 품종견을 60만~300만원에 분양했고, 투자자에게 10억~20억원 사이의 투자금을 받아 종모견을 분양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단체는 이들이 생산·판매 두수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으며 탈세를 꾀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 김현유 케이케이나인(KK9) 레스큐 대표는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은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대부분 현금 거래된다. 계산서가 발행되긴 하지만 부가세를 바탕으로 세금을 내는 사업자와 달리 생산업은 이 거래 내역만으로 소득세를 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반려동물 경매장의 무허가 번식장 동물 거래 등 불법 사례 등을 보면 유통 마릿수나 금액 등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유 대표는 “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대량 유통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화성 번식장처럼 대형 번식장이 생겨나는 것이다. 정부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동물학대가 일어나는 번식장과 경매장을 철폐하고, 이번 사례에서 탈세는 없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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