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반려견 동반 상영회 ‘반려견과 함께, SAFF 피크닉’이 진행됐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했던 개 ‘오구’가 반려인인 구정아 영화 프로듀서와 함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개천절 서울 도심 공원에 ‘멍플루언서’들이 총출동했다. 개그맨 이창호씨와 반려견 ‘자카’가 사회를 보고, 배우 이기우씨와 반려견 ‘테디’가 초대 손님으로 무대에 올랐다. ‘설탕이’는 반려인인 뮤지션 이설아씨의 반주에 맞춰 ‘오우~’하고 길게 울음소리를 뽐냈다. 관객석은 연휴 마지막 날을 즐기러 온 45마리의 개와 반려인 12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는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SAFF·Seoul Animal Film Festival) 사전행사인 ‘반려견과 함께, SAFF 피크닉’을 즐기러 나온 반려 가족들로 북적였다. 이번 행사는 동물권행동 카라가 오는 19일부터 개최하는 서울동물영화제에 앞서 동물도 직접 영화제를 즐기는 주체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상영회 시작 전부터 행사 장소인 야외공연장 주변에는 돗자리와 도시락 가방을 든 반려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상영회에 앞서 가족들은 행사장 주변을 산책하거나 주최 쪽이 마련한 참여형 부스에서 기념품을 만들거나 사진을 찍으며 소풍을 즐겼다. 특히 같은 카라 보호소에서 지내다 각 가정으로 입양된 강아지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듯했다.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반려견과 함께, SAFF 피크닉’ 행사 진행을 맡은 개그맨 이창호씨가 반려견 자카를 품에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라 제공
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된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반려견과 함께, SAFF 피크닉’에 참석한 개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카라 제공
몇몇 강아지들은 유명인인 반려인만큼이나 큰 관심을 받았는데, 특히 사회를 맡은 개그맨 이창호씨가 8개월 전 입양한 개 ‘자카’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함께 무대에 올라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창호씨는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자카를 처음 보고는 마음이 쓰여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갔다. 그러다가 결국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 남을 웃기는 일은 많았지만 누군가가 저를 웃게 한 적은 많이 없는데, 요즘은 자카가 저를 참 많이 즐겁게 한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고 있다”고 했다.
상영 전 토크 행사에 참석한 배우 이기우씨는 “테디가 어쩌면 저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더 영향력이 있는 거 같다. 팬들도 ‘테디 같은 남자 친구 만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인기”라면서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3년 전 펫로스를 겪을 때 유기견이었던 테디를 만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제는 테디의 에스엔에스 계정으로 입양 홍보나 다른 동물을 도울 수 있어서 굉장히 보람된다”고 말했다. 이기우씨는 이번 영화제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배우 이기우씨와 반려견 테디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카라 제공
상영회에 앞서 진행된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서울동물영화제 집행위원인 작사가 김이나(가운데)씨와 배우 이기우씨(왼쪽)와 반려견 테디가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했다. 카라 제공
이어지는 공연 무대에서는 뮤지션 이설아씨가 반려견인 설탕이와 합동공연을 선보였다. 평소 이씨가 집에서 연주할 때도 추임새를 넣는다는 설탕이는 이날도 이씨가 간주를 연주하며 사인을 주자 ‘오우~’하고 노래를 했다. 이 소리를 들은 객석의 개들도 곳곳에서 ‘왈왈’ 짖으며 화답을 해 한동안 객석에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또 이날 상영작인 영화 ‘세 마리’와 ‘각자의 바다로’에 출연한 배우 구교환씨가 깜짝 등장해 이옥섭 감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이어졌다.
낯선 사람들과 개가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지만 별다른 소란 없이 5시간의 ‘가을 나들이’가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개들도 의젓한 ‘펫티켓’을 보여줬다. 반려인들은 반려가족 1500만 시대지만 여전히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적어 아쉽다고 했다.
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된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반려견과 함께, SAFF 피크닉’ 행사에 참석한 김영민씨와 반려견 타오. 카라 제공
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반려견과 함께, SAFF 피크닉’ 행사에 참석한 반려견들. 카라 제공
반려견 ‘타오’와 행사에 참석한 김영민씨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반려인구가 늘며 반려인과 비반려인과의 갈등은 늘어난 측면도 있다. 동반 상영회처럼 동물도 함께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이 마련되면 서로에 대한 편견도 줄이고, 성숙한 반려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했던 개 ‘오구’를 입양한 구정아 영화 프로듀서도 “사실 동반 상영회라고 해서 개가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나 행사가 늘어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런 행사를 통해 동물도 장식이나 물건이 아닌 우리와 공존하는 생명이라는 것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