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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당신이 개초보라면, 알아야 할 몇 가지

등록 2018-02-18 09:00수정 2018-02-18 15:08

[애니멀피플] 개띠 해, 멍멍책을 읽자 ⑥ 개의 사생활

멍멍! 개의 해가 밝았습니다. 애니멀피플과 한겨레21이 설 연휴에 읽을 만한 반려견 책 6권을 골랐습니다. 애니멀피플 기자들과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 우주대스타 고양이 히끄와 함께 사는 이신아씨가 필자로 나섰습니다.

나는 개가 무섭다. 종을 가리지 않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털이 곤두선다. 피하고 본다. 7살 때, 개에게 물린 적이 있다. 고모네 ‘워리’와 ‘메리’가 한꺼번에 덤볐다. 문 친구의 (태운) 털과 된장을 섞어 발랐던 기억조차 가물해졌지만, 그날따라 흥분한 녀석들이 와락 내게 달려든 기억만은 생생하다. 인간과 관계 맺기도 배우기 전이었다. 이후 개 앞에서 떨었고, 당연한 듯 개도 내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개의 사생활’은 다양한 이유로 반려견과의 삶을 생각지 못하는(않는) 이들에게 이들과 친해지는 최소한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시작은 이렇다. “개는 개다.” 반려견과 관련된 질문에 이렇게 짧고 분명한 정답이 있었던가. 개가 되지 않는 한, 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 한계를 인정하자’는 게 책의 시작이다. 준비가 됐다는 것을 전제로 개의 사적인 삶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우선 본다는 것. 저자는 개가 인간의 눈을 좇고 시선을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이 인간과 가까워지는 결정적 계기였을 것으로 본다. 동물계에서 시선 충돌은 흔히 먹고 먹힘을 뜻하지만, 개와 사람 사이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을 바라보는 개를 선택했고,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여 먹였다. 울타리 안에 들어왔지만, 개는 사람과 달랐다. 개는 인간에 비해 사물을 흐리게 본다(색맹은 아니다). 사물을 인식하고 색을 구별하는 기능은 추상체, 광수용 세포에서 이뤄지는데, 인간이 빨간색·파란색·초록색 파장에 반응한다면 개는 파란색과 녹황색에 민감하다. 움직이는 것도 달리 본다. 1초 동안 눈이 인식하는 영상 수를 의미하는 ‘점멸융합률’ 덕분이다. 개는 사물이 날아갈(움직일) 때 그 궤적을 따라 인간보다 더 세분화해 볼 수 있다. 개가 날아가는 플라스틱 원반을 뛰어올라 낚아채는 실력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개가 되지 않는 한 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그 한계를 인정해야 개를 이해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개가 되지 않는 한 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그 한계를 인정해야 개를 이해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개의 사생활에서 가장 중한 요소는 ‘맡는다는 것’이다. 거실 한쪽에 엎드린 개는 바닥 먼지부터 카펫, 벽, 문틀, 그리고 의자, 책상까지, 코로 위치를 기억하고 배치도를 그린다. 인식의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신이 다가오는 순간, 당신의 옷, 신발, 가방 그리고 피로에 절어 나는 땀, 저녁 반찬의 비릿한 고기를 개는 냄새로 읽고 느낀다. 냄새로 상대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냄새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누군가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방출되는 페로몬의 냄새를 맡고서란다. 슬픔과 기쁨, 두려움을 얼굴 표정으로 가까스로 알아채는(알아챘다고 생각하는) 우리보다 어쩌면 더 정확하다. 문득, 그날 워리는 7살 하어영에게 어떤 냄새를 맡았을까. 공포? 당황?

‘그런데 왜 날 문 거니?’ 저자가 답을 줬다. 개와 마주치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도 두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 결국 그것도 냄새로 들키고 만다(빨간 ‘개 조심’ 문구는 그 시절 왜 그렇게 많았는지).

알겠고요, 그러니까 그 사생활이라는 것을 함께하고 싶다고요. 저자는 답한다. “그에게 바라는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전달하고, 그것을 요청하는 방법에 일관성을 유지하며, 그가 요청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곧바로, 자주 보상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니, 역시 개는 피해야 할까. 분명한 건 지금까지 모든 것을 너무 쉽게(오만하게) 봤다는 것이다. 한 우주를 맞이하는 일인데…. 거기서 다시 출발한다.

TIP:

개의 사생활,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구세희 외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1만6천원

하어영 한겨레21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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