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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육아냥 5년차, 폭풍 육아에 재도전하라고?

등록 2018-03-31 06:59수정 2018-03-31 07:15

[애니멀피플] 육아냥 다이어리
아이가 5살이 되며 한층 수월해진 육아
이제 겨우 맘 편히 ‘식빵’ 굽고 있는데…
때아닌 동생 타령에 곤혹스러운 육아냥
난생 처음했던 육아. 아이가 요즘 자꾸 ’육아냥 재도전’을 요구한다.
난생 처음했던 육아. 아이가 요즘 자꾸 ’육아냥 재도전’을 요구한다.
내 이름은 만세, 육아하는 고양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육아냥’으로서의 역할이 많이 줄었다. 아이가 왜 우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시절에는 혼비백산한 반려인이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나에게 “제발 너라도 애 좀 달래봐주라”고 말할 정도였다. 여전히 육아는 어렵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고, 뜻대로 하겠다 맘 먹으면 안될 일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던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비교적 순항 중이다. 우리에게는 일상의 규칙이 생겼고 그리하여 나 또한 아이가 울 때 어쩔 줄 몰라 반려인 발치를 종종거리거나, 어디를 향해 튈지 모르는 아이를 초조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줄었다. 고양이 수준과 비슷했던 아이는 점점 인간의 언어를 써가며 사람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육아 5년차, 드디어 나도 맘 편히 침대 귀퉁이에 앉아 평화롭게 식빵을 구울 수 있게 됐는데(식빵 굽기: 고양이가 네 발을 접어 배 아래에 깔고 쉬는 자세. 위에서 보면 잘 구운 식빵 모양과 같다) 아이는 요즘 때아닌 ‘둘째 타령’으로 우리를 혼돈에 빠트렸다.

“엄마, 아빠, 정현이는 동생이 생겨서 정말 좋대. 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인 아이의 부모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너만 있으면 돼. 우리 셋, 그리고 개랑 고양이랑 다섯이 행복하게 살자.“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내가 다 돌봐줄거야. 목욕도 내가 시키고, 우유도 주고, 간식도 주고, 내가 콩콩이를 돌보는 것처럼 말이야!” 아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아기 인형 ‘콩콩이’를 마구 흔들면서 말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짠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하는 우리 고양이들과는 달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긴 시간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언젠가 집에 놀러온 반려인의 한 친구는 아이들이 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 말대로, 동생이 생기면 저렇게 마주 앉아 잘 놀기도 하겠지. 그래도 지금의 균형에서 1이라도 벗어나면 와르르 무너지고 말거야. 다시 복직할 자신도 없고.”

아이가 어린 시절, 개도 고양이도 힘들었다. ‘개피곤’을 절감했던 반려견 ‘제리’.
아이가 어린 시절, 개도 고양이도 힘들었다. ‘개피곤’을 절감했던 반려견 ‘제리’.
우리에게 가족이 한 명 더 생기면 어떨까. 현실적인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우선 반려인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지금 아이를 돌봐주시는 베이비시터 할머니의 일자리는 어떡하지? 아이가 엄마·아빠만큼 좋아하는 할머니와 헤어질 수 있을까? 복직 후 아이를 두 곳의 기관에 보내고 출근하는 일은 가능할까?(우리 사료는 챙겨주고 나갈 수 있을까?) 개, 고양이, 아이 둘이 있는 집에 새로운 시터 이모님을 모시는 일은 가능할까? 아이가 자라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던 멘탈이 약한 개 ‘제리’ 형은 다시 육아 고비를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주변 어른들은 “어떻게든 된다”며 부추기지만, 어떻게 해야 어떻게든 되는걸까? 나는 지금처럼 귀여운 아이가 집에 한 명 더 있다면 상상하다가, 지난 폭풍 육아기를 생각하며 도리질을 치길 반복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아이는 폭발하는 돌봄 욕구를 나에게 분출하기도 했다. “만세야, 이리 와. 이것 먹을래? 내가 줄게.”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목소리를 한껏 높이 올려 고양이 소리를 내며 1인2역을 한다. “누나, 이거 참 맛있네요. 누나 최고, 야옹.” 그래, 네가 좋다면 이렇게 가끔 나에게 간식도 주고, 우유도 주며 동생앓이를 좀 달래보렴.

만세·전업육아냥 mans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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