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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뾰족 부리 황새치와 낫 모양 꼬리 가진 환도상어가 만나면…

등록 2020-10-28 14:58수정 2020-10-28 15:20

[애니멀피플]
지중해서 부리 찔려 죽은 상어 발견
“부족한 먹이 두고 거대 포식자 경쟁 결과” 추정
황새치는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거대한 물고기다. 단단하고 뾰족한 부리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황새치는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거대한 물고기다. 단단하고 뾰족한 부리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다 표면을 빠른 속도로 헤엄치며 먹이를 찾는 황새치는 창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주둥이 부리가 인상적인 거대 물고기이다. 길이 4.5m 무게 650㎏에 이르는 이 물고기는 몸길이의 3분의 1에 이르는 길고 날카로운 부리로 무엇을 할까.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이 부리는 먹이나 다른 포식자를 찌르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빠르게 휘둘러 혼란에 빠지거나 상처를 입은 먹이를 잡는 데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스텔스와 급가속, 돛새치 부리의 비밀). 그러나 황새치가 상어 같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부리를 무기로 쓰는 것처럼 보이는 증거가 최근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황새치의 골격. 몸길이의 3분의 1이나 차지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황새치의 골격. 몸길이의 3분의 1이나 차지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패트릭 잠부라 오스트리아 빈 대학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어류학 연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황새치와 큰눈환도상어의 충돌 증거를 분석했다. 지난 4월 리비아 해안에서 시민과학자들이 발견한 죽은 채 떠밀려온 환도상어가 그 대상이었다.

환도상어는 길이 4.45m의 암컷 성체였는데 등에 폭 8㎝ 높이 5㎝의 큰 구멍이 난 것 말고는 다른 외상이 없었다. 놀랍게도 구멍 속에서는 길이 30㎝의 부러진 황새치 부리가 박혀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황새치의 부리 전체 길이는 94∼103㎝, 몸길이는 2.8∼3.1m의 성체로 추정했다.

큰눈환도상어의 머리 가까운 등에 뚫린 구멍은 크기와 형태가 황새치 부리와 비슷했다. 게다가 그 속에서 부러진 황새치 부리(오른쪽)가 발견됐다. 패트릭 자부라 외 (2020) ‘어류학 연구’ 제공
큰눈환도상어의 머리 가까운 등에 뚫린 구멍은 크기와 형태가 황새치 부리와 비슷했다. 게다가 그 속에서 부러진 황새치 부리(오른쪽)가 발견됐다. 패트릭 자부라 외 (2020) ‘어류학 연구’ 제공

큰눈환도상어가 황새치의 부리에 찔린 부위. 아가미와 심장에 치명타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패트릭 자부라 외 (2020) ‘어류학 연구’ 제공
큰눈환도상어가 황새치의 부리에 찔린 부위. 아가미와 심장에 치명타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패트릭 자부라 외 (2020) ‘어류학 연구’ 제공

환도상어도 황새치 못지않게 몸 형태가 특이하다. 몸길이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양 낫처럼 생긴 꼬리를 휘둘러 물고기를 사냥한다(▶꼬리 긴 환도상어, 하이킥으로 정어리 사냥 밝혀져). 그렇다면 왜 이들 거대하고 특이한 바다 포식자는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을까?

연구자들은 먼저 황새치의 공격성에 주목했다. 문헌을 보면 이 거대 물고기는 상어와 고래, 바다거북은 물론 사람을 공격한 사례도 있다. 심지어 보트나 잠수정을 공격하기도 했다. 작살 어선이 짝짓기 철 암컷 황새치를 잡는 과정에서 수컷 황새치의 공격을 받은 일도 있다.

유자망 어선에 잡힌 황새치. 미 해양대기국(NOAA),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유자망 어선에 잡힌 황새치. 미 해양대기국(NOAA),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황새치가 상어를 공격한 사례도 종종 나타났는데 상대는 청상아리와 청새리상어처럼 황새치 새끼를 잡아먹는 종이 대부분이었다. 젊은 황새치 부리에 머리나 눈이 찔려 죽은 청새리상어 성체가 지중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사례는 “황새치가 경쟁 상대인 환도상어를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며 “황새치는 부리를 상어 뒤에서 70도 각도로 척추와 아가미 방 근처로 깊숙이 찔러 넣어 아가미 신경이나 동맥, 아가미 활을 심각하게 손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새치와 환도상어는 바다 표면의 포식자로 빠른 속도를 이용해 사냥하는 비슷한 전략을 펴는 등 생태계 지위가 비슷하다. 갈수록 자원이 고갈되는 지중해에서 두 최상위 포식자가 맞부닥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환도상어는 몸길이 만큼 긴 꼬리로 후려쳐 물고기를 사냥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환도상어는 몸길이 만큼 긴 꼬리로 후려쳐 물고기를 사냥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연구자들은 “둘이 같은 먹이를 먹다가 우발적으로 충돌해 이런 치명적 부상이 생겼을 수 있다. 아니면 황새치가 먹이 자원을 지키기 위해 경쟁자인 상어를 쫓아내기 위해 의도적인 공격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Ichthyological Research, DOI: 10.1007/s10228-020-00787-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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