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상어를 조사하기 위한 ‘밑밥 캠’에 유인된 바하마의 카리브암초상어. 앤디 만 제공
산호초에서 평생 살거나 주기적으로 들르는 암초상어는 지역주민의 소중한 식량자원일 뿐 아니라 다이버의 볼거리, 산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태조사에서 암초상어의 수가 너무 줄어 생태계에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기능적 멸종’ 상태인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산호초에 얼마나 많은 수의 상어가 사는지에 관한 기초자료를 얻기 위해 수백명의 국제 연구자와 자연보전단체 관계자들은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58개 열대국가의 산호초 371곳을 선정한 다음 틀 속에 1㎏의 기름진 물고기를 미끼로 넣고 접근하는 상어를 원격 조정하는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했다. 모두 1만5000대에 이른 이들 ‘밑밥 캠’을 3년 동안 가동했다.
상어는 가오리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어류이다. 남획으로 상어 500종 가운데 3분의 2가 멸종위기종이다. 해마다 세계에서 잡히는 상어는 1억 마리에 이른다는 집계도 나온다.
암초상어의 일종인 산호상어와 레몬상어가 미끼에 이끌린 모습. 글로벌 핀프린트 제공
그러나 이런 상어 데이터는 주로 상업적 어획 기록을 토대로 한 것이다. 산호초 등 연안 서식지의 상어 기록은 드물다. 아론 맥네일 캐나다 댈하우지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23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암초상어의 첫 번째 포괄적 서식 실태를 보고했다. 암초상어에는 산호상어, 장완흉상어, 대서양수염상어, 큰귀상어, 레몬상어 등이 포함돼 있다.
조사 결과 연안의 상어는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줄었음이 분명해졌다. 베트남, 카타르, 케냐, 도미니카공화국, 프랑스령 서인도제도, 앤틸리스제도 등 6개 나라 산호초에서는 상어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들 해역에서는 800시간 넘게 조사했지만, 상어는 3마리만 찍혔을 뿐이었다.
조사한 산호초 371곳 가운데 19%인 69곳에서 상어를 관찰하지 못했다. 또 상어가 찍히지 않은 수중 카메라가 전체의 63%에 이를 정도로 산호초에서 상어는 보기 힘들 만큼 줄어들었다고 논문은 적었다.
연구자들은 상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곳에서도 수가 너무 줄어들어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상어는 산호 환경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기후변화나 오염, 남획 등으로 망가진 산호 생태계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 암초상어가 가장 빈약한 곳(위)과 풍부한 곳. 글로벌 린프린트 제공
연구자들은 “암초상어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지역주민의 남획과 상어 지느러미와 고기 등 국제 시장의 수요”라고 밝혔다. 상어가 줄어드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크게 기여한 요인을 하나 꼽는다면 “유자망과 자망 같은 파괴적인 어법”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상어를 지킬 수 있는 희망도 발견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데미안 채프먼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교수는 “핵심적인 문제는 높은 인구밀도와 파괴적 어법, 그리고 허술한 거버넌스”라며 “사람들이 상어를 보전할 의지와 수단, 그리고 계획이 있는 곳에서는 상어가 잘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달하우지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산호상어는 최상위 포식자로 산호초의 생태계 건강과 균형을 지켜준다. 글로벌 핀프린트 제공
연구자들은 상어 보전을 잘하는 나라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바하마, 미크로네시아연방,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몰디브 등을 꼽았다. 맥닐 교수는 “이들 나라는 특정한 어구를 규제하고 어획량을 규제하는 등 좋은 거버넌스를 이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상어 보호구역을 설정한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암초상어가 50% 더 많았다. 또 상어를 고기로 파는 것보다 다이버들의 생태관광 유인동물로 삼는 편이 낫다는 “죽은 상어는 한 번밖에 못 판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인용 저널:
Nature, DOI: 10.1038/s41586-020-2519-y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