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0일 강원도 인제군 신월리 ‘달 뜨는 마을 보금자리’에 지난해 8월 동물단체가 구조한 소 5마리가 입주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2022년 검은 호랑이(임인년)의 해가 어느덧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우리 곁의 동물들에게는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는데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학대를 당한 뒤 사망한 경주마 ‘마리아주 사건’부터 끊이지 않는 고양이 연쇄 살해까지 여전히 동물들에겐 잔혹한 한 해였습니다. 많은 우려에도 야생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바다로 돌아가 소식이 끊기는 뼈아픈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동물의 복지를 한 단계 높이는 동물법들이 올해 여러 건 개정되었고, 국내 최초로 소와 말 생크추어리가 생겨났거든요.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 비인간 동물 기자로 현장을 ‘댕기며’ 소식 낚기에 바빴던 애피레터 ‘댕기자’와 댕기자의 우문에 늘 고퀄의 답변을 내놓는 애피랩 ‘조선배’가 놓치면 안되는 올해의 동물뉴스를 10개의 키워드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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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댕기자 PIck
◎ 올해의 사이다: 고양이 연쇄 살해범 검거와 엄벌
잔혹한 고양이 학대 살해사건이 많이 드러난 한 해였습니다. 경북 포항에선
폐양어장에 고양이들을 가두고 학대한 범인과 2019년부터 포항 시내와 대학 캠퍼스 내에서
3년간 고양이를 연쇄 살해해 온 학대범이 붙잡혔습니다.
법원은 이들의 범죄를 중하게 여겨 최근 엄벌을 선고했는데요. 폐양어장 사건의 학대자에게는
징역 1년 4개월에 벌금 200만원을, 고양이 연쇄 살해범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그동안 동물학대 범죄의 처벌이 벌금 혹은 징역 6개월형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진전이라 하겠습니다.
경북 포항 시내에서 3년 넘게 길고양이를 연쇄 살해한 학대범에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는 지난 6월 포항시 북구 한 초등학교 인근 급식소를 파괴하고 새끼 고양이를 노끈에 매달아 동물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카라 제공
드라마 촬영 중 고꾸라진 뒤 사망한 말(오른쪽)이 경주마로 활약했던 ‘마리아주’(왼쪽)인 것이 드러나 퇴역 경주마의 처우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송, 호스피아 갈무리
◎ 올해의 비극: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의 죽음
비극이 시작의 드라마 속 한 장면이었습니다. 지난 1월 한국방송(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암갈색 말이 사정없이 고꾸라져 바닥에 메다 꽂히는 장면이 공개된 것입니다. 학대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감아 넘어뜨리는 장면이 폭로됐습니다.
말은 이 장면을 촬영하고 나흘 만에 사망했는데요. 이후 이 말이
경주마로 뛰었던 ‘마리아주’란 사실이 밝혀지며 퇴역 경주마들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졌습니다.
◎ 올해의 사건: 방사 돌고래 비봉이의 행방불명
17년 만의 귀향. 그러나 방사 두 달이 넘은 현재까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생사는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0월16일 제주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비봉이는 약 70일간의 야생적응 훈련을 마치고 야생 바다로 풀려났는데요. 방사 결정이 나기 전부터 방사가 적절하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오랜 수족관 생활과 홀로 방사된다는 사실, 어린 시절에 포획된 점 등 때문에 방사가 부적절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럼에도 ‘비봉이 해양방류협의체’ 결정이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며 우려를 키웠습니다. 인간과 관계 맺은 동물의 야생방사라는 점에서 더 면밀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달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방사 이후 두달 째 생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10월16일 방사 당일 비봉이의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 올해의 핫플: 동물들의 보금자리
올해는 갈 곳 잃은 동물들을 품은 생크추어리의 약진이 돋보이는 한 해였습니다. 먼저 지난해 무허가 축사에서 구조된 홀스타인종 남성 소들이 강원 인제군 신월리에 마련된
‘달 뜨는 마을 보금자리’에 입주했고요.
경주를 하다 다친 말, 버려진 말들을 ‘반려동물’로 죽을 때까지 돌보겠다는
제주 ‘곶자왈 말 구조보호센터’도 문을 열었습니다. 카라와 곰 보금자리프로젝트는 생크추어리 건립이 늦어지자 강원 화천 곰사육농장에
방사장을 만들어 생크추어리의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 올해의 명장면: 자유를 찾아 떠난 사육곰들
평생을 철창에 갇혀 있던 곰이 땅을 밟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3월 강원 동해시 한 농장의
사육곰 22마리를 구조해 미국 콜로라도주 야생동물 생크추어리(TWAS)로 이주시켰습니다.
태어나 한 번도 뜬장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곰들은 과연 자연을 잘 누릴 수 있었을까요. 두달 간의 적응기간을 마친 뒤 마침내 1180여 평 방사장으로 나가는 순간, 곰들은 마치
‘안녕’ 하듯 뒤돌아 보고는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지난 3월 동해시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돼 미국 야생동물 생크추어리로 이주한 곰들이 지난 4월27일 처음으로 우리를 완전히 벗어났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제주의 동물쇼체험시설에서 코끼리들이 고난이도의 쇼를 선보이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 올해의 동물법: 전면개정된 동물보호법과 동물원수족관법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쇼, ○○○체험은 사라질 예정입니다. 지난 12월14일 새로운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이 공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돌고래 올라타기, 코끼리 쇼, 실내동물원 먹이주기 등 야생동물을 이용한 체험이 무분별하게 운영되며 동물들에게는 큰 고통을 안겼었는데요.
정부와 국회가 동물복지를 고려한 기준을 마련하고 동물원을 허가제로 운영하기로 한 것입니다. 앞서 4월에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돼 동물보호에 대한 전반적 기준이 높아진 한 해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19년 8월 2일 미국 환경위성이 촬영한 남한 면적의 ‘우유 바다’. 위쪽 갈색이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모습이다. 미 해양대기청(NOAA) 제공.
■ 조선배 PIck
◎ 올해의 미스터리: ‘우유 바다’ 목격담은 사실
남한 면적의 바다가 우윳빛으로 변하는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18세기 대양을 항해하던 선원들이 초현실적이며 보고했던
신비한 현상인데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위성과 요트 세계일주를 하던 선원의 합작으로 정체가 드러난 것입니다.
미스터리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우유 바다 현상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빛을 내는지 등은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단지 수조 마리의 발광 미생물이 일제히 빛을 낸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이죠.
◎ 올해의 깜놀: 아나콘다 물고 수중발레한 강돌고래
아마존강 상류에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강돌고래가 무리가 대형 뱀 아나콘다를 물고 노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뱀을 먹으려던 게 아니라 두 마리가 서로 주고 받으면서 입에 물고 나란히 헤엄치는 등 색다른 행동을 보였는데요. 돌고래는 다양한 물체나 동물을 가지고 놀지만 대형 뱀을 갖고 노는 모습이 관찰된 건 처음입니다.
볼리비아 강돌고래 2마리가 입에 대형 뱀인 아나콘다를 물고 마치 수중발레를 하는 것처럼 행동을 일치시키고 있다. 오마르 엔티아우스페 네토 외 ‘생태학’ (2022) 제공.
◎ 올해의 과학: 환경디엔에이의 놀라운 ‘추적능력’
유전자 분석기술의 발달이 눈부십니다. 이제는 극미량의 디엔에이(DNA)도 증폭해 어떤 종의 것인지 알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른바 환경디엔에이(eDNA) 기술을 이용한 생태연구가 활발한 것인데요.
올해는 녹차와 허브 티백에 든 말린 식물체에 곤충과 거미 등
1200종이 넘는 절지동물이 방문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들이 식물체를 물어뜯고 긁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남긴 디엔에이를 확인한 것이죠. 또
그린란드의 퇴적물을 분석해 200만년 전에는 숲이 우거지고 코끼리의 조상들이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습니다.
수십만 마리가 규칙적으로 동굴에서 나와 이동하는 멕시코꼬리박쥐를 사냥하는 황무지말똥가리. 말똥가리 비행궤적(푸른 점)과 박쥐를 잇는 선이 평행인 것은 중간에 혼란을 겪지 않고 일정한 방향을 유지했음을 보여준다. 캐롤린 브라이턴, 옥스퍼드대 제공.
◎ 올해의 초능력: 활처럼 날아가는 말똥가리
새나 물고기는 큰 떼를 지어 포식자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그런데 결국 잡아먹히고 말죠.
매가 수십만 마리 무리를 짓는 박쥐를 어떻게 사냥하는가 조사했더니 나름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특정한 박쥐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점을 목표로 곧바로 돌진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재수 없이 중간에 만나게 되는 박쥐가 붙들리고 마는 것입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