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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돌고래 무덤’ 거제씨월드, 12번째 죽음 나왔다

등록 2023-07-20 10:56수정 2023-08-09 12:02

[애니멀피플]
지난 6월 큰돌고래 ‘에이프릴’ 죽어나가
개장 10년 안 됐는데 12차례나 폐사
경남 거제시의 고래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큰돌고래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경남 거제시의 고래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큰돌고래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돌고래의 무덤’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경남 거제시 거제씨월드에서 지난달 큰돌고래 한 마리가 폐사한 것이 확인됐다. 2014년 개장 이래 12번째 죽음이다. 최근 수족관에서의 추가 번식이 확인되며 논란이 된 가운데 또 다른 개체가 사망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 “건강 우려” 진단 6일 만에 폐사

20일 무소속 윤미향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 <애니멀피플>에 제공한 자료들을 종합하면, 거제씨월드에서 사육하던 큰돌고래 ‘에이프릴’이 지난 6월21일 사망했다. 추정 나이는 15~16살이다. 야생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30~40년이다. 현재 정확한 폐사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조직검사를 진행 중인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한 달이 소요될 예정이다.

에이프릴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의견은 돌고래가 사망하기 직전 진행된 ‘고래류 전시·사육 수족관 관계기관 합동점검’에서도 지적됐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지난달 9일부터 23일까지 국내 수족관 5곳의 돌고래 서식 환경과 건강, 영양, 질병 관리 상태 등에 관한 특별점검을 벌인 뒤 30일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 16일 새끼를 출산한 큰돌고래 ‘마크’가 지난 4월 돌고래 체험에 동원되고 있다. 돌고래의 임신 기간은 약 9개월로 체험 당시에도 임신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16일 새끼를 출산한 큰돌고래 ‘마크’가 지난 4월 돌고래 체험에 동원되고 있다. 돌고래의 임신 기간은 약 9개월로 체험 당시에도 임신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6월15일 거제씨월드를 점검한 해양수산부는 보고서에서 “거제씨월드는 정기적인 휴관·휴식일 없이 연중무휴로 운영돼 과도한 체험 동원으로 인한 돌고래들의 스트레스가 우려된다”면서 “큰돌고래 에이프릴이 활력 저하 등을 보여 건강 상태가 염려된다”고 했다. 점검 기관들은 거제씨월드에 월 1회 이상 휴관 등 개체별로 정기적인 휴식 시간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점검 뒤 6일 만에 에이프릴이 사망한 것이다.

거제씨월드는 점검 대상인 5개의 수족관 중에서도 가장 문제점이 많은 곳으로 지목됐다. 돌고래가 하루 1~2회 돌고래쇼 및 만지기 등에 동원되고, 운영·관리 계획 및 매뉴얼이 너무 간략해 질병 및 안전 관리, 서식환경 제공, 응급상황 대처 등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5월 제주 퍼시픽리솜에서 이동한 큰돌고래 2마리(태지, 아랑이)에 대한 ‘해양보호생물 보호 허가’도 받지 않아 이에 대한 행정절차 또한 이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수족관서 또 새 생명 탄생하기도

당시 조사에서는 암수 분리 사육 미흡으로 큰돌고래 ‘마크’가 임신 중인 사실도 드러났는데 최근 출산이 이뤄졌다. 19일 환경부가 윤미향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새로운 개체는 지난 16일 태어났다. 건강상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고 성별은 미확인 상태다. 어미 마크와 아기는 현재 다른 개체들과 분리 사육 중이며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업체가 수조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24시간 수중카메라를 설치해 30분 간격으로 호흡수, 유영 상태, 수유 횟수 등을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_영상소셜팀 나성숙
그래픽_영상소셜팀 나성숙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거제씨월드 점검 때 폐사 개체의 건강 악화를 확인하고, 권고 조치를 내렸으나 사기업인 만큼 의무적으로 방안을 강제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새 개체의 보호·관리에 대해서는 “현재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2017년 태어난 ‘고장수’가 건강히 지내고 있다. 당시 출산과 보호 경험이 있는 담당 사육사가 새로 태어난 돌고래의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해 둔 상태”라고 전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들이 죽어 나가는 감금 시설에서 분리사육 미비로 어린 돌고래가 태어난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윤미향 의원은 “지금까지 국내 수족관에서 죽어간 40여 마리의 돌고래는 대부분 수명에 한참 못 미친 삶을 살다가 죽었다. 거제씨월드에서 새로 태어난 새끼와 어미 고래 마크를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와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현재 수족관에 남은 고래들이 자연상태와 유사한 바다쉼터(생크추어리)로 갈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수족관에서 새로운 개체를 번식하는 것은 앞으로는 금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되며 고래 신규 도입뿐 아니라 번식 개체의 보유까지 금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잔인하게 포획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거래가 금지되며 사실상 국내 수족관에 큰돌고래 등이 수입되는 것은 중단됐지만, 이미 사육 중인 돌고래들의 번식을 막는 조항은 관련 법률에 빠져 한계로 지적됐는데 이 점이 보완된 것이다. 개정법의 시행은 올해 12월부터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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