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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단독] ‘돌고래의 무덤’ 거제씨월드, 지옥의 삶이 또 태어난다

등록 2023-07-17 05:00수정 2023-07-17 11:58

큰돌고래 한마리 출산 앞둬
경남 거제시의 거제 씨월드에서 큰돌고래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경남 거제시의 거제 씨월드에서 큰돌고래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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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경남 거제시 거제 씨월드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돌고래를 수족관에 새로 도입하는 걸 금지했지만 여전히 수족관 내 번식을 금지하진 않아서, 고통스러운 삶이 예정된 생명 하나가 또 태어나게 됐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이 최근 국내 수족관 5곳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경남 거제시 거제 씨월드에서 암수를 분리하지 않은 채 사육이 이뤄져 ‘마크’라는 이름의 큰돌고래가 임신해 이번달 출산을 앞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최근 해수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무소속)에게 제출한 ‘고래류 전시·사육 수족관 관계기관 합동점검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와 해수부는 지난달 9일부터 23일까지 국내 수족관 5곳의 돌고래 서식 환경과 건강, 영양, 질병 관리 상태 등에 관한 특별점검을 벌였다.

점검 결과, 5개 수족관에서 큰돌고래 16마리, 흰고래(벨루가) 5마리 등 모두 21마리의 고래가 전시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은 곳은 거제 씨월드였다. 거제 씨월드는 경남 거제시가 부지를 빌려줘 싱가포르 업체가 2014년 개관한 곳으로, 현재까지 11마리 고래가 폐사하는 등 열악한 환경으로 비판받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암수를 분리하지 않은 채 사육이 이뤄져 ‘마크’라는 이름의 큰돌고래가 임신을 한 것은 물론, ‘에이프릴’이라는 이름의 큰돌고래도 활력 저하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보고서에서 “연중무휴로 과도한 체험 활동에 동원된 돌고래들의 스트레스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돌고래 만지기 등 개체별로 하루 1~2회 체험활동이 진행되는가 하면, 운영∙관리 계획과 매뉴얼이 너무 간략해 질병 및 안전 관리, 서식환경 제공, 응급상황 대응 등에 있어 현장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 등도 문제로 꼽혔다.

아울러 지난해 제주 퍼시픽리솜(전 퍼시픽랜드)이 문을 닫으면서 보낸 큰돌고래 2마리에 대해선 ‘해양보호생물 보관 허가’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큰돌고래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이 지정한 해양보호생물로, 해당 법에 따라 이송·보관시 해수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수부는 또 “여름철에 (북극이 서식지인) 흰고래에는 저온수를 공급하고, 야외 수조에 차광막을 설치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울산시 남구가 운영하는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은 건강검진 등 기록 관리가 부실했으며,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노령의 큰돌고래 4마리에 대해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_영상소셜팀 조정은
그래픽_영상소셜팀 조정은

해수부는 2021년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을 발표해 기존에 사육 중인 개체 외에 새로운 고래를 도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돌고래 올라타기 같은 과도한 수준의 체험 활동을 금지했다.

신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스트레스로 인해 폐사 위험이 있는 동물을 수족관에 도입하는 걸 금지한 조항을 법에 넣었고, 고래목 전체가 적용되도록 한 내용을 하위법령에 포함해 올해 안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사육 중인 돌고래들의 번식을 막는 조항은 관련 법률에서 빠져 한계로 지적된 바 있다. 돌고래 수족관을 규제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신규 도입 금지와 번식 금지를 동시에 시행해야 정책 효과가 있다.

경남 거제시 거제씨월드에서 흰고래(벨루가) 체험을 진행하는 모습.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경남 거제시 거제씨월드에서 흰고래(벨루가) 체험을 진행하는 모습.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이에 따라 ‘학술 연구나 교육 목적 외에 고래를 증식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동물원·수족관 관리법’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의원은 “수족관 내 개체 증식은 어미 고래의 건강을 악화시킬뿐더러 새끼 고래의 폐사율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후 국내 수족관에서 태어난 큰돌고래 7마리 중 6마리는 이미 폐렴과 패혈증 등으로 숨졌다.

1984년 국내 최초의 돌고래쇼를 거행했던 서울대공원은 2017년 마지막 큰돌고래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으로 보내면서 ‘돌핀 프리’를 실현했다. 제주도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불법 포획해 세를 불렸던 제주 퍼시픽리솜도 호반그룹에 인수돼 인근 부지가 대규모 리조트 단지로 개발되면서 지난해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윤 의원은 “현재 남은 수족관 고래들이 자연 상태와 유사한 바다쉼터(생추어리)로 갈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하루빨리 바다쉼터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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