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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돼지가 푸대접 받는 ‘인간적’인 이유들

등록 2019-01-01 10:51수정 2019-01-02 11:04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돼지우리 같다” “돼지처럼 먹는다” “돼지처럼 뚱뚱하다”
밀식사육이 초래한 더러운 축사…사람들 욕심이 빚은 결과
평균 체질량 지수도 인간보다 낮아…야생 멧돼지는 모계 사회
돼지를 좁은 곳에 여러 마리씩 우글우글 기르면, 비좁아 똥 싼 곳에 누워 자기도 한다. 돼지는 원래 잠자는 곳과 화장실을 구분해서 쓴다. 사람들이 돼지를 지저분한 동물로 만든 것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를 좁은 곳에 여러 마리씩 우글우글 기르면, 비좁아 똥 싼 곳에 누워 자기도 한다. 돼지는 원래 잠자는 곳과 화장실을 구분해서 쓴다. 사람들이 돼지를 지저분한 동물로 만든 것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가 인간에게 바치는 희생에 비하면 푸대접을 받고 있다. 돼지는 인간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데 툭하면 나쁜 것은 돼지를 빗대어 말한다. 지저분한 곳을 “돼지우리 같다”, 뚱뚱한 사람을 “돼지처럼 뚱뚱하다”, 먹성 좋은 사람을 “돼지처럼 먹는다”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돼지가 정말로 그럴까?

돼지는 복을 불러오는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예전에 이발관 등에 가면 커다란 어미 돼지가 누워 있고 새끼들이 젖 먹는 사진이나 그림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돼지를 복스러운 동물로 여겨 사업이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돼지 사진을 걸었을 것이다.

돼지는 복을 불러오는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예전에 이발관 등에 가면 커다란 어미 돼지가 누워 있고 새끼들이 젖 먹는 사진이나 그림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는 복을 불러오는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예전에 이발관 등에 가면 커다란 어미 돼지가 누워 있고 새끼들이 젖 먹는 사진이나 그림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클립아트코리아
동전을 넣는 저금통은 돼지 모양이다. 이는 재산을 불려주는 상징적인 동물이 돼지라 돼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돼지꿈 꾸면 복권 사라는 말이 생겼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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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곳에선 잠들지 않는다

돼지의 임신 기간은 114일로 짧은 데다 한 배에 5~12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대략 6개월 정도 크면 도축할 정도로 자라니 자금 회전이 빠르다. 잡식성인 돼지는 닥치는 대로 먹는다. 예전에 시골에선 집집마다 한두 마리씩 길렀다.

돼지의 임신 기간은 114일로 짧은 데다 한 배에 5~12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대략 6개월 정도 크면 도축할 정도로 자란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의 임신 기간은 114일로 짧은 데다 한 배에 5~12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대략 6개월 정도 크면 도축할 정도로 자란다. 클립아트코리아
지금과 달리 예전엔 사료를 돈 주고 사서 먹이지 않았다. 음식 찌꺼기, 쌀뜨물과 설거지하고 난 물에 쌀겨 몇 주먹 뿌려줘 길렀다. 생산비 적게 들고, 임신 기간이 짧고 게다가 새끼를 왕창 낳아 재산을 불려주니 분명히 복덩어리다.

돼지를 좁은 곳에 여러 마리씩 우글우글 기르면, 비좁아 똥 싼 곳에 누워 자기도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돼지가 지저분한 동물의 대명사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하지만 돼지는 원래 잠자는 곳과 화장실을 구분해서 쓴다. 사람들이 돼지를 지저분한 동물로 만든 것이다.

돼지를 좁은 곳에 여러 마리씩 우글우글 기르면, 비좁아 똥 싼 곳에 누워 자기도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돼지가 지저분한 동물의 대명사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를 좁은 곳에 여러 마리씩 우글우글 기르면, 비좁아 똥 싼 곳에 누워 자기도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돼지가 지저분한 동물의 대명사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의 땀샘은 주둥이와 항문 주위만 있어 사람처럼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기 어렵다. 체온을 낮추려고 물이나 진흙에 몸을 푹 담근다. 이런 과정에 진흙이 털에 달라붙어 지저분하게 보여 애당초 돼지가 지저분한 곳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나 돼지는 깨끗한 곳을 좋아한다. 돼지의 조상인 멧돼지들도 똥 싼 곳에 잠자는 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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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같이 뚱뚱하다고?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돼지의 평균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는 15 이하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 평균 체질량 지수는 남성이 23.4, 여성이 24.3으로 돼지보다 높다. 말하자면 돼지는 사람보다 몸매 관리가 잘 돼 있다.

돼지의 평균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는 15% 이하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 평균 체질량 지수는 남성이 23.4%, 여성이 24.3%로 돼지보다 높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의 평균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는 15% 이하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 평균 체질량 지수는 남성이 23.4%, 여성이 24.3%로 돼지보다 높다. 클립아트코리아
만약에 야생에서 뚱뚱한 멧돼지가 있었더라면, 천적에게 쫓기다 뜀박질을 잘 못 해 잡아 먹혀 대가 끊겼을 것이다. 베이컨용으로 개량한 돼지의 체질량 지수는 더 낮고 야생에 사는 돼지도 군살 없이 날씬하다.

잡식성인 돼지는 풀뿌리, 나무뿌리, 나무열매 등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 그렇다고 배가 터질 정도로 무한정 먹지 않는다. 허겁지겁 먹다가 배부르면 숟가락 놓고 먹이통을 떠난다. 허겁지겁 먹는 돼지의 모습을 보고 먹성 좋은 사람을 빗대서 말했을 듯싶다.

돼지의 조상은 야생 돼지로 기원 전 1만3000년~1만2000년 무렵에 가축화가 시작됐다고 고고학자들은 말한다. 돼지의 조상은 멧돼지였다. 멧돼지는 6개 아종으로 구분되며 지역에 따라 생김새가 조금씩 달라도 모두 모계 사회를 이루며 산다. 그렇다고 모계 사회의 대표적인 종인 코끼리처럼 할머니를 중심으로 몇 대가 연중 모여 살진 않는다. 엄마와 어린 자식이 가족을 이뤄 산다.

돼지의 땀샘은 주둥이와 항문 주위만 있어 사람처럼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기 어렵다. 체온을 낮추려고 물이나 진흙에 몸을 푹 담근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의 땀샘은 주둥이와 항문 주위만 있어 사람처럼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기 어렵다. 체온을 낮추려고 물이나 진흙에 몸을 푹 담근다. 클립아트코리아
수컷은 짝짓기할 때만 암컷을 만날 뿐 연중 외톨이로 산다. 자식이 다 커 번식기가 되기 전에 엄마를 떠나 독립한다. 산에서 멧돼지 가족을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가족 무리에서 아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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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성 지닌 가축

돼지 수컷 생식기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독특하다. 나사 모양으로 배배 꼬여 있다. 짝짓기한 후에 암컷 몸속에 있을 수 있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훑어 내기 위함이다.

발정기 때 허구한 날 짝짓기를 하기로 유명한 침팬지는 체격에 비해 고환이 크다. 정자를 많이 만들어 내려면 클 수밖에 없다. 짝짓기를 여러 차례 해서 자기 정자가 수정될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반면에 돼지는 다른 정자를 긁어 내 자기 정자가 수정될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사실 돼지는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지저분하지 않고, 배 터지게 먹지 않고, 살이 뒤룩뒤룩 찐 것도 아니다. 돼지는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돼지는 다른 가축에 비해 야생성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소는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동력원이었다. 그 쓰임새에 맞게 개량하다보니 야생성을 잃고 온순한 품종으로 되었다. 반면에 돼지는 단지 고기용으로 쓰고 덩치가 더 큰 놈을 얻으려고 멧돼지와 잡종을 만들다 보니 야생성을 완전히 잃진 않았다.

돼지의 조상은 멧돼지였다. 멧돼지는 6개 아종으로 구분되며 지역에 따라 생김새가 조금씩 달라도 모두 모계 사회를 이루며 산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의 조상은 멧돼지였다. 멧돼지는 6개 아종으로 구분되며 지역에 따라 생김새가 조금씩 달라도 모두 모계 사회를 이루며 산다. 클립아트코리아
돼지를 순한 동물로 여겨선 안 된다. “저돌적(猪突的)”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앞뒤를 따져보지 않고 마구 덤빈다는 뜻이다. 멧돼지가 질주해서 달리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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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지도 순하지도 않은 동물

중국 속담에는 “집돼지가 성내면 호랑이도 피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순하지 않다는 얘기다. 돼지를 얕잡아 봤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산에 갈 땐 허리춤에 작은 종을 매달고 다니거나 가끔 소리를 내 야생동물에게 알려 동물이 미리 피하게 해야 한다. 갑자기 맞닥트리면 동물이 자기를 해코지할 것으로 여겨 공격할 수밖에 없다.

멧돼지는 봄부터 초가을까지는 깊은 숲속에 산다. 이 시기엔 새끼 기르느라 마을이나 도심까지 외출을 하지 않지만 새끼가 다 크고 먹이가 부족한 가을 무렵부턴 도심 한복판까지 활개를 치고 다니기도 한다.

농민들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구마 밭을 귀신 같이 찾아내 주둥이로 파 놔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다. 우리나라 전역에 멧돼지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늑대나 스라소니같은 천적이 없어서 앞으로 더 늘어 날 것 같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다. 클립아트코리아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마침 국립생태원 소속인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스라소니 증식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 복원 시킬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농민의 근심을 덜어주고 우리나라 생태계가 더 안정화 되지 않을까?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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