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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우글우글’한 동물원, 동물 복지에 반할까요?

등록 2018-11-27 10:43수정 2018-11-27 11:00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짝짓기 방식·종의 야생 습성 등 따라 무리의 규모 결정
동물 수로 1등 다투던 시절 끝나…동물원 순위는 무의미
동물원의 기린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원의 기린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원에 코끼리는 적게는 1~2마리 많게는 4~6마리, 코뿔소는 3~5마리가 딱 보기 좋다. 다 몇 마리씩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동물은 농장 수준으로 바글바글 많다. 종마다 1~2마리씩만 기르면 될 걸 왜 그렇게 우글우글 많이 기를까?

예전에 전국체전 개막식 행사에 수백 마리의 비둘기를 날린 적이 있다. 그 비둘기를 동물원에서 길렀다. 요즘 동물원 운영 취지와 전혀 맞지 않았는데도 그땐 그렇게 운영됐다. 동물원을 단순히 동물공원으로서 운영하던 시대였다. 그땐 사슴이랑 멧돼지도 농장 수준으로 많았다. 어떻게든 많은 개체 수를 보유하려는 목적 때문이었을 것이다.

‘1등 동물원을 만들어라’

일등 좋아하는 국민성 탓인지 우리나라 동물원이 세계 10대 동물원에 포함 되네 안 되네 묻기도 했다. 급기야 보유한 동물 숫자가 많고 동물원 면적이 넓은 순서로 좋은 동물원 순위를 매겼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하지 않은 우리나라만의 잣대였다.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다. 웃긴다.

무리를 지어 사는 사슴, 산양, 말, 얼룩말 등은 수컷 한두 마리가 암컷과 함께 무리로 산다. 수컷은 무리를 보호하고 암컷을 지킨다. 클립아트코리아
무리를 지어 사는 사슴, 산양, 말, 얼룩말 등은 수컷 한두 마리가 암컷과 함께 무리로 산다. 수컷은 무리를 보호하고 암컷을 지킨다. 클립아트코리아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그렇게 만들어 놨다. 우리나라 동물원이 세계 10대 동물원에 들어가는지? 아시아에서는 몇 대 동물원쯤 되는지? 따져 묻고,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만한 순위 안에 들게 하라고 지시하니 동물원에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만한 자료를 내놓고 꿰어 맞추느라 그랬을 듯싶다.

사실은 동물원의 순위를 매길 순 없다. 다만 좋은 동물원이냐 아니냐는 구분할 순 있다. 멸종위기종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동물원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좋은 동물원인지 아닌지 판단하면 된다. 동물사가 현대식이냐 아니냐 역시 좋은 동물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동물원은 좋은 동물원일까? 우리나라 동물원도 더 좋은 동물원이 되게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도와줘야 한다.

떠나는 수컷은 무책임한가

동물원을 평가하는 잣대가 틀렸다는 것을 공감할 무렵 개체 수가 터무니없이 많은 종을 손봤다. ‘동물 다이어트 프로젝트’에 따라 과감하게 줄였다. 그 많던 비둘기랑 멧돼지도 정리했고, 농장 수준인 사슴도 숫자를 확 줄였다. 그런데도 어떤 종들은 지금도 우글우글 많다. 그놈들을 그렇게 살게 해야 마음이 편해서 일부러 그냥 둔 것이다.

늑대는 수컷 한두 마리와 암컷 대여섯 마리가 모여 무리로 산다. 이 무리를 ‘펙’이라고 부른다. 클립아트코리아
늑대는 수컷 한두 마리와 암컷 대여섯 마리가 모여 무리로 산다. 이 무리를 ‘펙’이라고 부른다. 클립아트코리아
동물은 사람처럼 부부끼리 가족을 이뤄 살진 않는다. 포유류 대부분에서 발정 기간에만 암수가 짝을 이룬다.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떠난다. 사람 관점으로 보면 수컷이 무책임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 세계에선 책임 이런 것 없다. 수컷 입장에선 그렇게 해야 더 많은 후손이 생기기 때문에 짝짓기가 끝나면 뒤도 안 보고 떠난 것이다. 포유류는 대부분 엄마와 자식으로 가족이 꾸려진다. 자식이 다 커 엄마를 떠나 뿔뿔이 흩어져 외톨이가 되면서 가족 관계는 끝난다. 고라니, 삵, 들소, 물소, 기린, 코뿔소 등 대부분 그렇게 산다.

고라니와 사슴과 늑대는 다르다

무리를 지어 사는 사슴, 산양, 말, 얼룩말 등은 상황이 좀 다르다. 수컷 한두 마리가 암컷과 함께 무리로 산다. 수컷은 무리를 보호하고 암컷을 지킨다. 무리의 구분은 발정기가 시작되는 이른 봄부터 뚜렷하며 발정기가 끝나는 가을쯤 흐릿해진다. 겨울에는 언제 가족이었냐는 식으로 서로 눈길도 주지 않고 떨어져 산다. 그러다 봄이 되면 다시 무리가 형성되는 식이다. 야생에서 낙타와 말은 최고 20마리까지, 얼룩말과 코끼리는 20~50마리 내외까지 무리지어 산다.

연중 암컷과 함께 사는 수컷도 있다. 늑대와 여우가 대표적이다. 늑대는 수컷 한두 마리와 암컷 대여섯 마리가 모여 무리로 산다. 이 무리를 ‘펙’이라고 부른다. 발정기가 끝나도 수컷이 무리를 떠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사냥하고 새끼도 돌본다.

홍학 무리. 클립아트코리아
홍학 무리. 클립아트코리아
새들 수컷도 책임이 강하다.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암수가 짝을 이뤄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깨어난 새끼가 분가할 때까지 돌본다. 새끼의 분가와 더불어 부부 사이도 끝난다. 근처에 있어도 언제 부부였냐는 듯 데면데면한다.

물꿩은 특이하게 암컷이 낳은 알을 수컷이 애지중지 길러 분가시킨다. 이 경우엔 암컷이 무책임한가? 아니다. 이렇게 살아야 자기 유전자를 공유한 후손을 가장 많이 퍼트릴 수 있어서 그렇다.

수컷들만 모여 산다면?

동물원에 있는 동물도 야생에서처럼 가족을 만들어 준다. 초식동물은 여러 마리씩 모여 살게 하고 수컷은 따로 살게 한다. 암수 두 마리를 한 곳에 살게 할 때도 많다. 사람처럼 부부끼리 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새끼를 낳게 하려는 목적이다. 또는 어미가 새끼와 함께 있는 경우도 있다.

원앙처럼 야생에서 여럿이 함께 떼로 뭉쳐 다니는 종은 동물원에서도 그렇게 생활하게 한다. 가족 단위로 사는 황새, 두루미 등은 가족끼리 살게 한다. 어떤 종은 한두 마리, 어떤 종은 바글바글 살고 있는데 야생처럼 생활하게 해서 그렇다. 그래야 스트레스가 적다. 여럿이 망보니 적이 습격해 오는지 노심초사 경계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서 좋다.

원앙처럼 야생에서 여럿이 함께 떼로 뭉쳐 다니는 종은 동물원에서도 그렇게 생활하게 한다. 가족 단위로 사는 황새, 두루미 등은 가족끼리 살게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원앙처럼 야생에서 여럿이 함께 떼로 뭉쳐 다니는 종은 동물원에서도 그렇게 생활하게 한다. 가족 단위로 사는 황새, 두루미 등은 가족끼리 살게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가 가족을 꾸리는 형태는 다양하며 먹이의 양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고양이는 원래 독립 생활을 하는 종이나, 암컷이 몇 마리씩 모여 살 때도 있다. 간혹 암컷 몇 마리가 사는 곳에 수컷 한 마리가 합류하기도 한다. 야생 고양이는 영역을 정해 놓고 살고, 영역이 다소 겹치는 경우도 있고 멀찌감치 떨어져 살아 겹치지 않을 때도 있다. 분명한 것은 여러 수컷이 우글우글 모여 살진 않는다. 좁은 공간에 고양이 수컷 여러 마리를 함께 생활하게 하면 서로 눈치 보고, 서열 다툼 하느라 골치가 좀 아플 것 같다.

야생에 최대한 가깝게

동물원에서 동물을 한두 마리씩만 기르면 될 걸 너무 많이 길러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동물복지에도 문제가 된다며 동물원에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도 있다. 뭘 모르는 소리다. 야생에서 사는 것처럼 가족을 꾸려주느라 여러 마리씩 생활하게 해 놨다. 그래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동물원에서 기분이 내키는 대로 가족을 꾸려주진 않는다.

단 한 마리씩 길러야 할지, 대여섯 마리씩 길러야 할지, 우글우글 여러 마리씩 길러야 할지 종마다 다르다. 그 종을 아예 기르지 않는다면 몰라도 보유한다면 자연의 질서를 따르고 있다.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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