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전쟁에 이용된 ‘비둘기 전사’의 역사
2천년 이상 된 생체무기 비둘기 통신병
십자군전쟁서 역정보 흘려 항복 받아내고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통신부대 운영
2천년 이상 된 생체무기 비둘기 통신병
십자군전쟁서 역정보 흘려 항복 받아내고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통신부대 운영
지난 25일 스파이 의혹을 받고 인도 경찰에서 감금하고 있는 비둘기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전쟁에 활용된 ‘비둘기 통신’ 어느 곳에 풀어놓아도, 비둘기는 자신의 둥지를 정확히 찾아간다. 천재적인 귀소본능은 인간이 비둘기를 통신용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됐다. 파피루스 종이에 편지를 써서 비둘기의 다리에 묶어 보내는 게 2000년 전부터 사용된 일반적인 사용 방식이었다. 세월히 흐르며 비둘기 통신 체계가 갖추어졌다. 비둘기는 풀려난 지점에서 메시지를 달고 지정된 자신의 통신소로 날아갔다. 통신소는 정보의 집합소였다. 통신소와 통신소가 연결됐다. 비둘기 통신은 근대 전신이 발명되기까지, 가장 빠른 장거리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비둘기의 뛰어난 통신 능력은 전쟁에 이용됐다. 애나 폴리나 모론 등이 쓴 책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를 보면, 로마제국 때부터 전황을 전하는 ‘비둘기 전사’가 활약했다. 기원전 58년에서 시작해 기원전 51년에 끝난 갈리아 전쟁에서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갈리아 부족과의 전쟁에서 비둘기로 전황을 주고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비둘기는 군용 무기로 활용됐다. 메시지를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독일의 비둘기 전사. 위키미디어 코먼즈 제공
뛰어난 귀소본능은 어디서? 비둘기를 포함해 새들은 길을 잘 찾는다. 도대체 어떻게? 2000년 이상 제기된 이 질문은 최근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국지적인 범위에서 얘기하자면, 새는 시력이 무척 좋다.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는 높은 고도의 하늘에서 땅 밑의 사냥감을 정밀하게 잡아낸다. 수천~수만 마리가 둥지를 튼 바닷가 절벽에서 새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둥지에 착륙한다. 새들이 길을 잘 찾는 이유에는 역사적으로 두 가지 견해가 있어 왔다. 첫째는 기억력이 좋다는 추정이다. 하지만, 수십~수백㎞ 떨어진 지점에서 자신의 둥지나 통신소로 돌아오는 비둘기나 미국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1000㎞를 정확히 찾아가는 큰뒷부리도요 같은 경우는 기억력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서 새에게는 제6의 감각이 있어서, 지구 자기장으로 방향을 인식한다는 주장이 과거부터 쭉 있었고, 최근에는 현대 과학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최근의 연구는 새들의 자각(자기장을 인식하는 감각)의 위치와 기능에 모이고 있다. 비둘기에게는 눈 주위와 윗부리 비강에서 미세한 자철석 결정이 있다. 여기에 자석을 대면 방향감각을 잃는 현상이 한 연구에서 발견됐는데, 이것으로 이 부위에서 자기장을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2년 연구에서 자철석을 함유한 세포가 병원체에 대해 면역작용을 하는 대식세포로 판명되면서, 최근 학계는 크립토크롬이라는 광감지 단백질과 연관성을 주시하고 있다. 어쨌든 새들은 지구 자기장의 세기를 감지하는 수용체와 체내의 화학작용을 통해 자기장의 방향을 감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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