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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록키산맥에 북극곰이 산다고?

등록 2020-05-25 14:26수정 2020-05-25 15:06

[애니멀피플]
밴프에서 갈색곰과 산딸기 먹는 ‘흰색 곰’ 발견
“알비노, 교잡종 아니다…열성 유전자의 표현”
지난달 말, 캐나다 밴프국립공원에서 발견된 흰색 곰(오른쪽). 형제로 보이는 갈색 곰(그리즐리곰)과 함께 산딸기를 찾고 있었다.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말, 캐나다 밴프국립공원에서 발견된 흰색 곰(오른쪽). 형제로 보이는 갈색 곰(그리즐리곰)과 함께 산딸기를 찾고 있었다. 유튜브 갈무리

캐나다 록키산맥의 밴프국립공원 근처에서 하얀색 털을 지닌 곰이 발견되어, 소셜네트워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밴프의 한 숙박시설에서 일하는 칼 넬슨은 지난달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희한한 곰을 목격했다. 하얀색 털을 가진 북극곰 한 마리가 도롯가 울타리를 따라 산딸기를 따 먹고 있었던 것. 덩치로 보아 다 크지 않은 아성체로 보였다. 게다가 하얀색 곰은 갈색 털을 가진 곰과 함께 있었다. 그는 1일 캐나다 공중파 방송 ‘시비시’(CBC)와 인터뷰에서 “일생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한 장면이었다. 자동차 속도를 늦추고 짧은 영상을 찍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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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곰의 정체는?

캐나다 록키산맥에서 볼 수 있는 곰은 갈색 털을 지닌 그리즐리곰(갈색곰)과 검정 털을 지닌 흑곰이다. 하얀색 털을 가진 북극곰은 캐나다 북극권과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 북위 66도의 북극선을 중심으로 이동하며 산다. 가장 남쪽의 서식지로 알려진 캐나다 처칠의 위도는 58도, 하지만 이 곰이 발견된 밴프국립공원은 거기서 훨씬 내려간 북위 51도다.

수수께끼는 캐나다 국립공원관리국에서 “예전부터 알고 있던 그리즐리곰”이라고 밝히면서 풀렸다. 국립공원관리국은 2018년 이 곰이 처음 발견된, 세 살 된 그리즐리곰이라고 다수 매체에 밝혔다. 이 곰은 형제와 함께 밴프와 요호 국립공원 사이에서 지낸다고 덧붙였다.

이 흰색 그리즐리곰은 멜라닌 색소가 합성되지 않는 유전 질환인 알비노(백색증)를 가진 것은 아니다. 아주 드물게 특정 열성 유전자가 표현되면 이런 털 빛깔이 나온다는 것이다. 부모 세대에서 이런 색깔이 표현되지 않더라도 자식 세대에 나올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국 관계자는 22일 ‘글로벌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알기론 록키산맥의 국립공원에서 유일한 사례”라면서 “그리즐리곰은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털색부터 갈색과 노랑색에 이르는 넓은 분포의 털색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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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갈색곰 교잡종도 있다

북극곰과 그리즐리곰은 진화적으로 가깝다. 북극곰은 약 15만년 전인 신생대 말기인 홍적세 때 그리즐리곰에서 갈라진 뒤 진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과 침팬지가 갈라진 게 550만년 전이다!) 유럽 북부와 시베리아가 두꺼운 얼음에 덮여있던 대빙하기였다.

지금도 그리즐리곰과 북극곰의 서식지는 캐나다 북극권 등에서 일부 겹친다. 그래서 두 종은 교미하여 잡종을 낳기도 한다. 최근의 기후변화로 그리즐리곰의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이런 사례가 늘었다는 추정도 있다. 2017년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환경자연자원부의 연구팀이 학술지 ‘아크틱’에 낸 논문을 보면, 8마리의 그리즐리곰-북극곰의 교잡종을 유전자 검사를 통하여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한 마리의 암컷 북극곰이 각기 다른 두 마리의 그리즐리곰과 교미해 4마리의 교잡종이 탄생했고, 다시 2세대에서 4마리가 생겼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흰색 곰이 발견된 캐나다 록키산맥은 북극권에서 한참 떨어진 이남 지역이어서 이 곰이 교잡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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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그리즐리의 이름은 ‘나코다’

지역 주민들은 이 곰의 이름을 ‘나코다’라고 지었다. 이 지역 주민들의 모임인 ‘보우밸리 네트워크'는 22일 페이스북에 “수백명의 제안을 받고 투표를 거쳐 나코다라는 이름을 정했다”며 “야생에서 나코다를 마주치면 방해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밝혔다. 나코다는 이 지역의 원주민 부족인 치니키, 웨슬린, 베어스포 족의 언어로 ‘친구’ 혹은 ‘동지’라는 뜻이다. 보전과학자인 마이크 기뷰은 ‘시비시’와 인터뷰에서 “특이한 생김새의 동물은 사진가들을 불러모을 것”이라며 이 곰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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