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포스트 코로나19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묻다 ③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코로나19는 동물이 주는 경고…지켜야할 선 넘었다”
“연이은 감염병 확산에 농장동물 복지운동 더 힘들어져”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코로나19는 동물이 주는 경고…지켜야할 선 넘었다”
“연이은 감염병 확산에 농장동물 복지운동 더 힘들어져”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13일 서울 행당동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동물이 유기되면 혐오가 발생하고, 사람과 사람이 다투고,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며 많은 문제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동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을 통해 박쥐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인간이 동물과 사이의 거리를 자꾸 좁히니까 인간에게 재앙이 다가온 건 아닐까. 가족 관계든 회사 관계든 지켜야 할 선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필요한 거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동물에게 거리를 지키지 않고 동물을 지배했다. 야생동물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사회에 진입했다. 그곳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그런데 두려워하지 않고 너무 가깝게 지배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한 그림에 두고 함께 보는 연습이 필요할 거 같다. “일부 이기적인 반려문화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최근 개물림 사고나 헛짖음 문제가 이슈가 되는데, 대부분은 사회화 교육을 통해 교정이 가능하다. 고가의 돈을 주지 않더라도 보호자들이 신경 써서 가르치면 된다. 자기 아이만 예뻐할 줄 알지 동물에게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동물들도 힘들어졌나? “코로나19로 인간에게 경고를 한 건 동물인데, 정작 그 피해도 동물이 받고 있다. 일부 동물원에서는 먹이 줄 돈이 없다며, 안락사 등을 이야기한다. 지원을 받기 위한 쇼맨십일 수 있다. 최근 외국 동물단체의 동향을 보면, 주로 하는 활동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려동물이 안전하다는 홍보다.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이 유기되면 혐오가 발생하고, 사람과 사람이 다투고,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스톨 안에 갇혀 사는 어미 돼지. 동물자유연대의 돼지 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2005년 국내 최초 동물복지 보고서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과 가축전염병이 더 자주 유행하면, 동물운동에서는 반려동물 이외의 분야가 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올해가 동물자유연대 20주년이다. 초기에는 유기동물 구조와 입양이 활동의 대부분이었다. 동물 하나하나가 버릴 수 없는 생명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문제의 끝에서 머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조 활동의 비중을 조금 줄이면서, 문제의 시작 단계에서 관여하는 정책과 법 제도 개혁 그리고 대중의 인식 개선 활동의 비중을 늘렸다.” -농장동물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본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나? “2005년에 농장동물 돼지를 조사해 국내 최초의 동물복지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한겨레21> 기사와 2007년 돼지와 산란계(알 낳는 닭) 등 ‘동물공장’을 다룬 <한국방송>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로 이어졌다. 방송 직후, 대형마트에서 한 중년 여성이 ‘계란이 그렇게 나오는 거래’라고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소름 끼치도록 보람을 느꼈다. 2013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 이어 2015년 태산이, 복순이 등을 우리가 책임지겠다며 야생방사 캠페인을 펼쳤다. 고향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의 사례는 국민 모두에게 알려졌고, 동물운동이 대중화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보다 훨씬 많은 수의 소, 닭, 돼지 등 농장동물이 살고 있다. 똑같은 생명인데도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에 대한 논의, 동물운동의 대응을 보면 괄목할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2010년대 이후 한 걸음 나가기 힘들었다. 잇단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농장이 폐쇄적으로 된 측면도 있고… 현장 접근이 힘들어지니, 기존 조사에서 진전된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 이슈로 부딪힐 때는 농민들의 엄청난 방어기제가 작동했다. 그래도 2005년 첫 조사할 때보다 많은 농장이 상당 부분 개선된 건 사실이다. 지금은 농장주 스스로 ‘동물복지’ 해야 한다고 하니까. 그때는 톱밥조차 제대로 깔아주지 않는 농장도 많았다.” _______
닭의 삶을 위한 ‘1·2 있는 캠페인’ -밀집 사육을 기본으로 하는 공장식 농장은 감염병 사태의 화약 저장고다. 산란계 케이지 종식을 위한 국제연대체 ‘오픈윙얼라이언스’의 한국 단체로 ‘케이지 프리’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액란 형태로 계란을 쓰는 식품기업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는 큰 손이다. 이들에게 에이포 용지처럼 좁은 케이지가 아닌 평사(실내의 평평한 바닥에 풀어놓고 기르는 형태) 등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운 농장의 계란을 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란 시장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풀무원과 협상을 통해 10년 내 모든 계란을 동물복지란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국내 최대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2029년에 케이지 프리로 바뀐다.” -소비자들에게는? “일리 있는 계란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계란 껍질(난각)을 보면 숫자가 있다. 그 끝자리가 1번은 방사 사육, 2번은 평사 사육, 3번과 4번은 감금, 밀집 방식의 사육 환경에서 기른 닭이다. 닭의 삶의 질을 생각하면 1번과 2번을 선택해 달라.” _______
6개월, 2년의 짧은 생…절박하다 -육식 자체를 반대하는 비거니즘은 이런 복지적 접근이 종국적으로 공장식 축산 체제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축산농과 식품, 유통기업과 협상을 하면서 운동가로서 내적인 긴장을 느끼겠다. “50년 넘게 고기를 안 먹은 나의 내면도 논쟁의 장이다. 그러나 무엇이 옳은 운동 전략인지 갑론을박하는 사이 6개월(돼지), 2년(산란계)밖에 못 사는 동물들이 죽어간다. 죽음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보다 그들의 짧은 생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그 수를 줄이려는 절박함이 더 크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설득하고 관계를 이어가려면, 동물복지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는 가르침이라면? “인간은 동물을 지배의 대상으로만 보았다. 이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동물 진영에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많이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선 함께해야 한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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