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가 청설모를 뒤쫓고 있다. 나무를 오르내리고 타고 넘으며 담비의 추격전이 전개되지만, 약을 올리는듯 청설모는 도망갈 뿐 잡히지 않는다. 담비는 청설모를 잡을 수 있을까?
국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담비의 사냥 장면이 내장산에서 포착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9일 “내장산 국립공원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담비가 청설모를 사냥하는 희귀한 장면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냥 장면은 이달 초 자연자원 조사 중인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우연히 발견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소나무를 빙글빙글 도는 담비와 청설모의 추격전이 2분 동안 담겼으며, 결국 담비는 사냥을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에서 담비가 하늘다람쥐를 사냥하려는 장면도 공개했다. 버드나무 구멍 속에 사는 하늘다람쥐는 안에 숨어 있고, 담비는 앞발을 내밀어 보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버드나무 구멍 속에 있는 하늘다람쥐를 꺼내기 위해 앞발을 넣는 담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담비는 지리산, 설악산, 속리산 등 전국 내륙 산악지역에 2~3마리씩 무리 지어 서식하며, 잡식성으로 쥐, 토끼 등 포유류를 비롯해 새, 나무 열매 등을 먹이로 삼는다. 1980년대부터 산림 파괴에 따른 서식 공간 부족으로 개체군이 급감해 드물게 관찰되고 있다. 송동주 국립공원공단 자원보전처장은 “이번에 촬영된 영상은 국립공원의 생태계 건강성이 높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