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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동물 ‘전문의약품’이 뭐길래…수의사-약사들 성명전

등록 2020-05-13 17:07수정 2020-05-13 17:35

[애니멀피플] 수의사 처방제, 오해와 진실
농축산부, 개, 고양이 종합백신 처방 의무화…사상충약은 약국에서 살 수 있어
개농장 등 대규모 사육시설 타격 입고, 일반적인 반려동물 가정은 영향 적을 듯
농림축산식품부는 백신 등 주사제 약품은 기본적으로 수의사 처방 대상 약품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농림축산식품부는 백신 등 주사제 약품은 기본적으로 수의사 처방 대상 약품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농림축산식품부가 개·고양이 종합백신과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을 수의사 처방제 대상 약품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수의사와 약사와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수의사 처방제는 동물용 의약품을 수의사가 진료한 뒤 처방하는 제도다. 수의사 처방제 대상 약품은 사람으로 치자면 의사가 처방해야 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정부는 2013년 수의사 처방제와 2017년 자가진료 금지 등을 잇달아 시행하면서 관련 법률을 정비해왔다. 동물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전 사회적인 항생제 내성 문제를 풀고, 자가진료로 인한 동물 건강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논란은 대한약사회가 “코로나19 사태와 총선 등 관심이 분산된 시기를 이용해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됐다”며 지난달 16일 행정예고된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지정한 관한 규정’ 일부 고시개정안에 대해 반발하면서 본격화됐다. 두 단체는 서로를 비난하는 성명전을 벌이고 있고, 농축산부는 이해당사자가 모인 회의를 한 차례 더 연 뒤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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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충약도 처방받아야 되나?

이번에 수의사 처방 약품으로 추가된 것은 ‘DHPPi’라고 불리는, 한 번의 투여로 디스템퍼, 전염성 간염, 파라인플루엔자, 파보바이러스 등을 예방하는 개 4종 종합 백신과 고양이 3종 종합 백신 그리고 이버멕틴 성분의 심장사상충약 등이다. 예방백신의 경우 약국에 가서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동물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접종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심장사상충약도 동물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기중 농축산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12일 “사상충약 같은 주사제가 아닌 약품은 약사법 85조에 따라 현행처럼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협회 전무는 “이번 고시안 개정으로 일반적인 반려동물 보호 가정에서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심장사상충약은 물론 예방백신도 처방 약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의 김성진 동물약품 이사는 13일 “반려동물에게 피하주사를 놓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 동물약국에서 팔린다는 것은 구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장사상충약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약국에서 사는 게 문제없지만, 기생충 약을 처방약품으로 묶는 건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축산부는 동물에게 주사하는 행위는 의료행위라는 입장이다. 이기중 과장은 “이미 법적으로 금지된 자가진료를 해서 처벌받은 판례가 다수 존재한다”며 “정부의 입장은 최소한 주사제만이라도 수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의사들은 심장사상충약도 진료를 받고 처방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심장사상충약은 성충을 체내에서 죽이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드물게 부작용에 따른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개 종합백신이 수의사 처방약품으로 확정되면, 진료비 부담을 느낀 개농장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충남의 한 개농장에서 개들이 갇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개 종합백신이 수의사 처방약품으로 확정되면, 진료비 부담을 느낀 개농장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충남의 한 개농장에서 개들이 갇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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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이야말로 최대 피해자?

이번 조처로 개농장이나 ‘강아지공장’이라 불리는 불법 번식업체 등 반려동물을 대규모로 기르는 곳이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심장사상충약을 포함해 각종 백신이 수의사 처방 리스트에 들어가면, 동물 관리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6일 “상당수 개농장이 처방전 없이 자가진료를 해왔는데, 이번에 약이 통제되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극소수”라면서 “그 부분은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복지적인 관점으로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약사회의 김성진 이사는 “개농장의 약품 유통 통로를 동물약국으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불법적인 개농장이나 강아지공장은 그 자체로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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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가면 바가지 쓴다?

이번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동물병원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는 이번 조처가 반려동물 치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한다. 이들은 “인체용 약을 동물용 약으로 소분하는 등 편법으로 폭리를 취한다”며 일부 동물병원의 편법을 공개하면서, “약명과 용량 등 처방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약값과 진료비를 분리하여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에 예방접종할 경우 보통 1만5000~3만원 정도 드는데, 이 가운데 약값은 보통 10~20% 정도로 추산된다. 나머지는 진료비, 시술비 등 전문적 의료행위에 지급되는 비용이다. 수의사협회 우연철 전무는 “동물병원이 폭리를 취한다고 하는 약사회의 주장은 수의사의 의료행위의 가치를 보지 않는 것”이라며 “사람 의료의 경우도 진료비가 엄청 저렴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료보험이 보장하고 있는 부분들이 보이지 않아서 그렇다”고 반박했다. 소득에 따라 한 달 수십만원씩 내는 건강보험비를 제외해서 나타나는 ‘착시 효과’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 논쟁은 표준수가제와 개별공시제, 동물 의료보험 등 여러 쟁점 사항이 난마처럼 얽혀있다. 동물병원에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면 진료 항목을 표준화하여 수가를 일률적으로 정할 수 있다. 동물병원의 진료비 과다 책정 등을 막을 수 있지만, 동일 약품별로 다양한 가격대를 제공하지 못해 진료비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농축산부는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약품을 6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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