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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층 고양이 추락사’ 막을 수 있었을까요?

등록 2020-06-01 16:34수정 2020-06-02 12:25

[애니멀피플] ‘동물구조’ 119구조대 출동 두고 갑론을박
지난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 강동구 한 고층 아파트 21층 창밖에 고양이가 갇혔는데 구조할 방법이 없다는 글이 게시됐다.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 강동구 한 고층 아파트 21층 창밖에 고양이가 갇혔는데 구조할 방법이 없다는 글이 게시됐다.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주말 서울 강동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고양이가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5월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1층 창틀에 고양이가 갇혔는데 구조할 방법이 없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고양이를 구하려고 아파트 관리실에 문의하고, 119와 110 등에 민원신고를 했지만 구조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고양이는 새벽녘 창틀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관련 기사)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대체로 고양이의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했습니다. 반면, 동물 구조를 위한 119구조대 출동 여부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119는 동물을 구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의견과 ‘그래도 생명인데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는 의견이 대립한 것이죠. 과거 다친 동물이나 유기동물을 구조하다 소방대원들이 순직하는 사고가 종종 벌어져 규정이 바뀌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과연 119구조대는 출동을 해야 했을까요? 위험에 처한 동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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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동물구조단’ 연락됐지만…“구조 어려워”

일단 글쓴이는 위험에 처한 동물의 구조요청을 적절히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오후 8시 처음 게시글을 올리며, 정부민원안내 콜센터인 110번에 구조요청을 전달했습니다. 119신고 전화를 통해 관할 소방서에도 요청했지만 120 다산콜센터로 연락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유기동물에 대한 보호나 구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관할 자치구나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있기 때문입니다. 글쓴이의 요청은 절차에 따라, 관할 지자체인 강동구청에 전달됐습니다.

1일 강동구청 관계자는 “5월31일 새벽 다산콜센터를 통해 구조요청을 받았다. 주말이기 때문에 당직자가 휴일 매뉴얼에 맞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사각지대 유기동물 구조단’에 연락을 취했다”고 답했습니다. ‘사각지대 유기동물 구조단’(이하 사각지대 동물구조단)은 지난 3월 처음 시행된 서울시 유기동물 구조 전담기구입니다. 사각지대 동물구조단은 공휴일, 야간시간 대에도 빈틈없이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당시 서울시는 24시간 유기동물 보호체계 구축을 위해 사각지대 유기동물 구조단과 ‘유기동물 응급의료센터’를 연계하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지난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 강동구 한 고층 아파트 21층 창밖에 고양이가 갇혔는데 구조할 방법이 없다는 글이 게시됐다.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 강동구 한 고층 아파트 21층 창밖에 고양이가 갇혔는데 구조할 방법이 없다는 글이 게시됐다. 커뮤니티 갈무리

다만, 이날 연락을 받은 사각지대 유기동물 구조단의 전담기관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21층 고양이 구조에 난색을 보였습니다. “워낙 고층이라 동물도 사람도 구조 자체가 위험할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사람 손을 피하다 추락할 위험과 고층이라 사람도 접근 자체가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고 하는데요. 강동구청 관계자는 “웬만한 경우에는 구청 동물구조 담당자가 거의 처리하고 있다. 이렇게 휴일이나 야간시간에는 사각지대 동물구조단에 도움을 청하는데 그곳에서도 일단 지켜보면서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보자고 했던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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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대 출동은 인명 상해 여부 따라 나뉘어

그렇다면 고양이가 추락하기 전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요? 서울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관계자는 1일 애피와의 통화에서 “관할 지자체의 능력만으로 구조가 힘든 상황에서는 119구조대 출동에 관해 서로 협의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119 신고전화를 받고 바로 출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관할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사안의 위중을 판단해 출동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는 내용입니다.

119구조대의 생활안전 관련 구조·구급 출동은 소방기본법 제16조3을 근거로 시행됩니다. 출동이 가능한 경우는 붕괴·낙하 등이 우려되는 고드름, 나무 위험 구조물 등의 제거활동, 위해 동물, 벌 등의 포획 및 퇴치 활동 등이며 방치하면 급박해질 우려가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도 포함됩니다.

21층 고양이의 경우 ‘방치하면 급박해질 우려’가 있었는데 왜 출동이 안 됐을까요? 재난대응과 관계자는 이 급박한 위험 주체가 사람일 때에만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드킬을 당한 노루나 고라니 등이 도로 위에 죽어있어 2차적 인명사고가 발생할 위험 같은 경우를 뜻하는 것이죠.

소방재난본부는 2018년 2월 생활안전분야 신고가 119에 접수될 경우 재난종합지휘센터가 신고자의 위험 정도를 △긴급 △잠재적 긴급 △비긴급 등 3가지로 판단해 출동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동물과 관련된 구조활동이라고 할지라도 인명의 피해가 예상되거나,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면 ‘긴급’으로 분류되고, 동물의 사체처리나 건물 침입 등은 ‘비긴급’으로 처리된다는 것입니다.

긴급 상황이 발생될 시에는 지자체의 요청이 없더라도 바로 출동이 가능하지만, 비긴급의 상황에서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출동을 논의하게 됩니다. 전국 각 시도별 지자체는 2018년 5월 마련된 이 기준에 따라, 긴급 혹은 비긴급 시에 관할 소방서에 업무상 구조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8시간여를 창틀에서 버티던 고양이는 결국 아래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31일 오전 7시경 아파트 화단에서 사체를 수거했다고 밝혔는데요. 관할 지자체의 업무요청이 있었더라도, 119구조대 출동이 이뤄졌을지, 고양이가 추락하지 않고 살아남았을지는 의문입니다만. “바닥에 그물만 쳤어도 살았을 것” 한 누리꾼이 댓글처럼 더 적극적인 조처가 없었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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