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구립 토끼장’ 만들어 방치, 개체 수 5배 늘자 ‘무책임 분양’
분양 직후 관내 유기토끼 늘어…“구민 복지 차원, 폐쇄 불가”
‘구립 토끼장’ 만들어 방치, 개체 수 5배 늘자 ‘무책임 분양’
분양 직후 관내 유기토끼 늘어…“구민 복지 차원, 폐쇄 불가”
서울 동대문구 배봉산근린공원 내 토끼 사육장. 지난해 20마리였던 토끼들이 자체번식하며 개체수가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권단체 하이 제공
방치로 개체 수 늘자 ‘무료분양’한 구청 서울 동대문구가 만든 이 토끼장은 관리 미흡으로 개체 수가 5배 이상 불어난 상태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여름 지자체 예산으로 배봉산 둘레길에 토끼 사육장을 만들고, 토끼 20마리를 구매해 사육장을 조성했다. 당시 20마리로 시작한 토끼는 1년 새 개체 수가 약 100여 마리로 늘었고, 늘어난 개체 수를 감당 못 한 동대문구는 지난달 사육장 토끼 23마리를 현장에서 즉석 무료분양했다.
지난 5월20일 동대문구는 구민들을 대상을 토끼를 무료분양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가운데)은 페이스북을 통해 토끼 분양을 홍보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동대문구의 토끼 분양 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의 유기유실 동물 가운데 동대문구 토끼 유기현황. 조영수 대표는 “특히 지난 20일 분양된 토끼와 점선 안 토끼의 외모가 비슷한 점이 유기가 아닌가 추정된다”고 이야기 했다. 동물권단체 하이 제공
20마리가 1년 만에 100마리 된 이유 배봉산 정상 근처 구릉에 조성된 토끼장은 10평 남짓한 공간이다. 초록색 그물망으로 둘러쳐진 사육장 안에는 토끼 집으로 마련된 나무 상자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지만, 지붕으로 지어진 쉼터는 단 1곳뿐이었다. 토끼들은 유일한 지붕 아래 오밀조밀 모여앉아 있거나, 그릇이 안 보일 정도로 밥그릇 주변에 모여있었다.
토끼들은 유일한 지붕 아래 오밀조밀 모여앉아 있거나, 그릇이 안 보일 정도로 밥그릇 주변에 모여있었다. 동물권단체 하이 제공
토끼는 임신기간이 1개월로 짧고, 생후 4개월이면 임신이 가능한 동물이다.
“시민들의 볼거리”…일정 개체 유지할 것 동물권단체가 ‘점진적 폐쇄’를 주장하는 이유는 사육장 내 동불복지와 개체관리 차원이다. 조영수 대표는 “반려 토끼의 수명이 9~10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아주 관리를 잘 받은 토끼의 경우다. 배봉산과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서초구 몽마르트르 공원의 유기 토끼들은 수명이 길어야 2년 정도였다. 길고양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제안은 중성화가 완료되면, 추가의 개체 투입을 멈추고 기존의 토끼를 잘 관리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29일 현재 동대문구의 공식적 입장은 ‘폐쇄 불가’이며 추가 개체 투입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동대문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현재 60여 마리가 사육장 안에 있으니 일단 그 토끼들을 보살필 계획이다. 이후에 개체 수가 너무 많이 줄어든다면 추가로 구입해 일정 개체를 유지할 방안”이라고 답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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