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국립현대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관람후기
![국립현대미술관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은 처음으로 국립미술관에 개를 초대한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은 처음으로 국립미술관에 개를 초대한 전시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43/595/imgdb/original/2020/1026/20201026500724.jpg)
국립현대미술관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은 처음으로 국립미술관에 개를 초대한 전시다.
입장 따로·야외정원…반려견 배려한 동선 전시는 입장부터 조금 달랐다. 반려견 동반 관람객과 일반 관람객의 출입 방향을 분리한 것이다. 반려견 동반 관람객들은 지하 주차장을 통해 곧장 전시장 입구로 올라갈 수 있었다. 동선을 분리해 반려동물과 인간 모두의 편의와 안전을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40여 분 차를 타고 온 나쵸는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실례’를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일까. 티켓박스에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배변 봉투까지 받아들고 전시장으로 들어서니 바로 잔디밭이 펼쳐졌다. 넓직한 전시마당에 알록달록한 설치물과 커다란 볏짚 미로가 꾸며져 있었다. 작품명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였다.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전시마당에 설치된 작품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를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전시마당에 설치된 작품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를 만날 수 있었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44/708/imgdb/original/2020/1026/20201026500716.jpg)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전시마당에 설치된 작품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를 만날 수 있었다.
![전시마당은 개들이 낯선 장소를 탐색하고, 영역표시를 할 수 있는 설치물이 배치되어 있었다. 전시마당은 개들이 낯선 장소를 탐색하고, 영역표시를 할 수 있는 설치물이 배치되어 있었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29/697/imgdb/original/2020/1026/20201026500721.jpg)
전시마당은 개들이 낯선 장소를 탐색하고, 영역표시를 할 수 있는 설치물이 배치되어 있었다.
개 따라 한바퀴, 산책길에 녹아있는 작품들 복도를 따라 7전시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노란색과 파란색이 눈에 들어왔다. 건축가 김경재의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과 김용관 작가의 ‘다가서면 보이는’은 적녹색맹인 개들을 고려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노랗고 파란 강아지의 거실에 들어서자 개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나쵸가 파란색 경사로에 따라 올라서자 남희씨와 동일한 높이에서 비디오 작품 ‘기다릴 수 없어’(앨리 허경란)를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장 내 많은 작품들이 적록색맹인 개들이 볼 수 있는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이뤄져 있었다.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에 앉아 ‘안녕’을 감상 중인 권남희씨와 나쵸. 전시장 내 많은 작품들이 적록색맹인 개들이 볼 수 있는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이뤄져 있었다.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에 앉아 ‘안녕’을 감상 중인 권남희씨와 나쵸.](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56/717/imgdb/original/2020/1026/20201026500718.jpg)
전시장 내 많은 작품들이 적록색맹인 개들이 볼 수 있는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이뤄져 있었다.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에 앉아 ‘안녕’을 감상 중인 권남희씨와 나쵸.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은 개들의 눈높이에 맞춘 화면과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은 개들의 눈높이에 맞춘 화면과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34/701/imgdb/original/2020/1026/20201026500720.jpg)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은 개들의 눈높이에 맞춘 화면과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같이갈 수 있는 공간 늘어났으면” 나쵸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던 작품은 ‘토고와 발토-인류를 위한 영웅견 군상’이었다. 토고와 발토는 1925년 알래스카 극한의 추위에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면역혈청을 싣고 밤낮으로 개썰매를 끈 영웅견이다. 정연두 작가는 이 영웅견의 군상을 개들이 좋아하는 사료와 간식으로 뭉쳐 빚어냈다. 과연 나쵸가 좋아하는 냄새가 날까. 아쉽게도 나쵸는 오직 바닥에 깔린 나무조각에만 관심을 보였다. 개들이 자유롭게 냄새를 맡기엔 너무 높았지만 영웅 조상들과 사진을 찍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관람시간은 40분 남짓. 생각보다 짧았다. 개들과 함께 관람한 탓에 비디오 작품들을 여유롭게 못 본 탓도 있지만, 관람 공간이나 작품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탓도 있었다. 전시실 구석구석에 작품들이 배치되어 못 보고 지나친 작품들도 많았다. 개들이 주인공인 전시지만 인간들을 위한 설명이 전시관 안에 좀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들이 좋아하는 사료로 만들어진 ‘토고와 발토-인류를 위한 영웅견 군상’. 개들이 좋아하는 사료로 만들어진 ‘토고와 발토-인류를 위한 영웅견 군상’.](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30/698/imgdb/original/2020/1026/20201026500719.jpg)
개들이 좋아하는 사료로 만들어진 ‘토고와 발토-인류를 위한 영웅견 군상’.
![이날 꼬미와 전시장을 찾은 반려인 김은아씨는 “어디든 같이 갈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꼬미와 전시장을 찾은 반려인 김은아씨는 “어디든 같이 갈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728/imgdb/original/2020/1026/20201026500723.jpg)
이날 꼬미와 전시장을 찾은 반려인 김은아씨는 “어디든 같이 갈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를 초대했다기보다 개가 들어온 것” 전시를 기획한 성용희 학예연구사(이하 학예사)는 이번 전시가 미술관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전시임을 강조했다. 성 학예사는 전시 소개에 “지극히 인간적인 공간이자 대표적인 공공장소인 미술관에 개를 초대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반려의 의미, 우리 사회에서 타자들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적었다. 성 학예사는 “실제로 관람객 중에는 반려견 때문에 처음 미술관을 찾았다는 분들도 꽤 있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미술관에 개가 초대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개가 우리 삶에 스며들어 왔듯이 미술관에도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그 어질리티에서 사용되는 오브제들과 개들이 식별할 수 있는 노랑과 파란색 요소들을 설치한 작품 ‘개의 꿈’. 사진 조각스카웃,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도그 어질리티에서 사용되는 오브제들과 개들이 식별할 수 있는 노랑과 파란색 요소들을 설치한 작품 ‘개의 꿈’. 사진 조각스카웃, 국립현대미술관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60/721/imgdb/original/2020/1026/20201026500717.jpg)
도그 어질리티에서 사용되는 오브제들과 개들이 식별할 수 있는 노랑과 파란색 요소들을 설치한 작품 ‘개의 꿈’. 사진 조각스카웃,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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