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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도 아기의 울음소리에 반응한다…왜?

등록 2023-08-16 14:26수정 2023-08-25 12:39

[애니멀피플]
대부분 공격적 반응 보였지만 보호 행동 보이기도
포식성 파충류인 악어가 인간, 보노보, 침팬지 등 대형 유인원의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포식성 파충류인 악어가 인간, 보노보, 침팬지 등 대형 유인원의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변 환경 변화에도 웬만해선 잘 움직이지 않는 악어가 유인원의 울음소리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충류인 악어가 계통학적으로 먼 유인원의 고통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생물 음향 연구 책임자 니콜라스 그리모 박사 등 연구자들이 악어에게 인간, 보노보, 침팬지 새끼의 울음소리를 들려준 결과, 악어들이 대형 유인원들의 비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과학저널 ‘영국 왕립학회보 비(B)’에 최근 공개했다.

악어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인간 아기 12명, 동물원에 살고 있는 보노보 6마리, 우간다에 서식하는 야생 침팬지 6마리 등 총 24마리의 아기 동물이 우는 소리를 녹음했다. 보노보와 침팬지는 어미와 떨어졌거나 다른 유인원과 갈등에 놓였을 때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의 울음소리를, 인간 아기는 부모와 함께하는 목욕시간이나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받는 동안 울음을 터뜨린 소리를 녹음했다.

그런 뒤 모로코의 악어 동물원인 ‘크로코파크’에 사는 나일악어들에게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 연구진은 나일악어 사육장 내의 연못 4곳에 대형 스피커 두 대를 설치했다. 각 연못에는 최대 25마리의 성체 나일악어가 암수 구분 없이 살고 있다. 연구진은 동물원 폐장 1시간 뒤부터 각 그룹에 최소 10분 간격으로 30초 분량의 아기 울음소리를 틀었다.

그랬더니 악어들은 인간, 보노보, 침팬지 세 종의 아이 울음소리에 모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헤엄치거나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스피커를 물어뜯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평균적으로 약 3분의 1이 극심하게 고통받는 인간 아기의 울음소리에 응답했지만, 악어 다섯 마리 중 한 마리는 낮은 수준의 고통을 경험하는 인간 아기의 울음소리에도 반응을 보였다.

논문 저자인 그리모 박사는 “악어는 잘 움직이지 않는 동물이다. 그런데 소리가 나는 순간 악어 5~7마리가 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향해 움직인 것은 꽤 강한 반응”이라고 과학 매체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대부분의 악어는 이렇게 울음소리에 공격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한 마리는 보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모 박사는 “암컷으로 추정되는 이 악어는 다른 악어들로부터 스피커를 보호하려는 듯 스피커 앞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암컷 악어는 종종 성체 수컷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는 행동을 보인다.

대부분의 악어는 이렇게 울음소리에 공격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한 마리는 보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부분의 악어는 이렇게 울음소리에 공격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한 마리는 보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논문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스위스 취리히대학 인지과학자 피에라 필리파 박사는 악어의 이러한 능력이 포식자로서의 생존 기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필리파 박사는 “악어가 겁에 질린 유인원 새끼의 소리를 듣도록 진화했다면 그 기술은 악어가 먹이를 구하고 생존하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앞서 다른 연구를 통해 인간도 개구리, 새, 판다 등 다른 종이 고통이나 흥분했을 때의 울음과 차분했을 때의 울음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나일악어는 때때로 인간을 죽이거나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포식자이지만 새끼에겐 자상한 부모이기도 하다. 생김새와는 달리 악어는 생물학적으로 도마뱀보다 새나 멸종한 공룡에 가깝다는 연구도 있는데, 악어는 고생대 페름기에서부터 3억년 가까이 지구상에 존재해온 동물이다. 새끼를 기를 때는 조류가 그러하듯 대부분 어미가 새끼를 극진히 보살피고 새끼 악어가 소리를 지르면 어미가 달려와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킨다.

그리모 박사는 “악어가 유인원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것은 악어와 인간 사이에 일종의 감정적 소통이 있다는 뜻이다. 고통을 알아채는 것은 계통학적으로 거리가 먼 종들 사이에서도 공유되는 감정이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3.0201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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