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인 새끼 꿀벌이 태어나는 경이로운 순간을 본 적이 있나. 그런데 가끔은 기쁘지 않다. 힘이 없고 날개는 일부러 망가뜨린 것처럼 새끼 꿀벌이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이다. 일명 날개불구병바이러스(Deformed Wings Virus)이다.
이 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이러스이지만 이 병의 매개 역할을 하는 건 꿀벌응애(Varroa Mite)이다. 응애는 진드기의 일종이다. 꿀벌이 꽃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꿀벌의 몸에 따라붙어 벌통으로 옮겨 온다. 이렇게 꿀벌의 집으로 온 응애는 꿀벌의 유충을 희생양 삼아 번식하기 시작한다.
흔히 꿀벌의 천적을 얘기할 때 쉽게 떠올리는 건 말벌일 것이다. 하지만 응애는 말벌보다 더 무서운 천적이다. 응애가 무서운 이유는 다름 아닌 번식 속도 때문이다. 꿀벌 세력은 4월부터 7월까지 약 1만 5천 마리에서 6만 마리까지 늘어난다. 꿀벌의 유충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응애의 세력도 늘어난다.
꿀벌응애 방제에 실패할 경우, 8월이 되면 꿀벌의 수보다 응애의 수가 더 많을 수도 있다. 꿀벌 세력이 약해지는 가을과 겨울이 되면 응애가 매개되어 나타나는 각종 질병이 보이기 시작한다. 꿀벌의 애벌레가 썩는 부저병, 애벌레의 날개가 불구가 되는 날개불구병 바이러스 등등.
벌을 키우면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자연에서 살던 꿀벌들은 응애에 어떻게 대처할까? 그 해답은 토종벌(동양종)에서 찾을 수 있다. 토종벌은 응애를 발견하면 응애를 물어다 버리는 습성이 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응애에 대한 질병 저항성이 서양종보다 우수하다. 바꿔 말하면 서양종은 예전부터 사람에 의해 길러진 습성이 강해서 오히려 자연성을 잃어버렸다.
응애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서양종은 응애를 방제하기 위해 각종 약제를 사용한다. 그런 약제가 오히려 다시 꿀벌의 질병 저항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응애는 약제에 더 강해지게 되고 사람은 더 강한 약제를 사용한다. 아이러니하다. 어찌 보면 꿀벌의 가장 큰 천적은 응애가 아닌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해본다.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