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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천수만, 지금은 잃어버린 겨울 철새의 낙원

등록 2018-01-15 11:34수정 2018-01-23 15:48

[애니멀피플] 김진수의 진버드
서산 간척지 기계농 사라지면서
역설적으로 철새는 힘들어졌다
한겨울에도 물이 흐르던 해미천
노랑부리저어새는 행복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서해 천수만은 한때 탐조 메카이자 철새 천국이었다. 방조제 건설로 만들어진 논과 호수에 해마다 수만마리의 기러기와 오리가 찾아와 월동했다. 노을이 질 무렵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던 가창오리는 전세계 서식 개체의 90%가 이곳을 찾았다. 간척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호수 사이 우뚝 솟은 도비산도 새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어 얻은 이름이다. 간척지 안에선 길을 헤맬 수도 있다. 농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어 기준점을 하나 잡고 다녀야 할 정도다. 농경지와 인공호수가 넓어 사람이 새를 보려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가 사람을 만나러 나온다고도 했다.

충남 서산 에이(A)지구 땅을 민간에 불하하면서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더는 대형 콤바인을 사용하지 않았다. 추수 때 사각지대가 사라지자 낙곡이 줄었다. 소여물용 볏짚말이가 등장하면서 새 먹이가 부족해졌다. 비행기를 이용한 볍씨 직파가 중단되자, 흑꼬리도요도 자취를 감췄다. 물을 채워 간월호 안 잠자리가 없어지자, 진객 흑두루미도 이곳을 외면하려 하고 있다. 간월호 상류로 흘러드는 해미천도 출입이 자유로워져 차량과 사람이 늘었다. 새들의 쉼터인 하천과 먹이터인 농경지를 끼고 포장도로도 생겼다. 물 자원을 간수한다며 간월호 수위를 높이 유지해 하천 수심이 깊어졌다.

흘러간 옛이야기지만 폭이 넓고 갈대와 부들이 무성한 해미천은 흰꼬리수리나 참매 같은 맹금류도 심심찮게 출몰하던 곳이었다. 하수처리장 물이 흘러들어 겨울에도 얼지 않았다. 수심이 얕고 하천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흐르며 구석구석 새를 품고 있었다. 해안지역이라 짙게 안개 낀 날 풍경은 더 정겨웠다. 아침에 해가 뜬 지 한참 지났어도 잠자리에 있던 노랑부리저어새도 있었다. 2006년 11월의 사진처럼.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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