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말린 상태로는 살아있는 야생 살오징어 모습을 짐작하지 못한다. 독도 해녀바위 부근 수심 15m에서 야간촬영한 살오징어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김지현 박사 제공.
1943년 가장 심한 학살이 일어났다. 그 이후 강치(바다사자) 떼가 없어졌다. 일본 어부들이 총, 칼, 작살, 죽창, 몽둥이로 몰살했다. 기름과 가죽 때문이었다.
살육은 이른 아침 시작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피 냄새가 바람을 타고 200여리 떨어진 울릉도 저동항에서도 났다. 가제 바위 연안 바닷물은 온통 비릿한 피 맛이었다고 한다.
독도가 ‘강치의 천국’이라 불리던 때가 있었고, 그때 약 4만여 마리의 강치가 독도 주변에 살았다. 강치의 주요 먹이 가운데 하나가 살오징어였을 것이다. 강치는 멸종했지만 이제 그 살오징어를 우리가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징어를 즐겨 먹는 민족이다. 회로 먹고 데쳐 먹고 삶아 먹고 말려서 먹는다. 버릴 게 없다. 살오징어(
Todarodes pacificus)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살지만, 겨울철 독도 연안에서 주로 잡히는 대표적인 동아시아 해역의 오징어류이다.
오징어는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물속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낮에는 수심 200~300m 깊이에 머물다가 밤이 돼야 20m 수심까지 올라온다. 위 사진은 독도 해녀바위 부근 수심 15m에서 밤중에 촬영한 것이다.
오징어의 몸은 머리와 다리, 몸통으로 구분한다. 8개의 다리 외에 2개의 길게 뻗은 먹이 포획용 더듬이 팔이 있다. 교미할 때나 먹이를 잡을 때 이 팔을 사용한다. 8개의 다리와 2개의 길게 뻗은 팔 때문에 오징어 다리가 10개라고도 한다. 다리와 몸통 사이에 눈과 입이 있고 이 부분이 머리이다.
술안주로 궁합이 잘 맞는 대부분의 오징어가 이 종이며, 주로 채낚기 어업으로 밤에 잡는다. 오징어는 주광성이기 때문이다. 몸통은 원통 구조이고 끝부분이 원추형이다. 지느러미는 삼각형 모양이며 성장 속도가 빠르고 회유성이다. 언제 어느 해역에서 발견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개체들이 나타난다.
김지현 국립 군산대학교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수산학 박사